[기자수첩] 정치쇼로 전락한 국감…정책 질의는 어디에

2025-11-13     박효령 기자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F학점.’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받은 점수다. 시민단체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올해 국정감사에 F학점을 매기며 “역대 최악의 권력분립 파괴 국정감사”라는 혹평을 내놨다. 국회 국정감사 평가는 2023년 C학점, 2024년 D학점을 받으면서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13일 막을 올려 지난 6일 마친 17개 상임위원회서 총 834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된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의원들의 막말과 고성, 그리고 정쟁으로 가득했다.

국정감사 초반부터 “한심한 XX”, “옥상으로 따라와” 등 낯부끄러운 표현을 주고받더니 막바지에 가서는 배치기 몸싸움까지 벌어지면서 두 의원의 ‘초근접 샷’만 남겼다.

더욱이 국정감사 초반 최대 이슈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조희대 대법원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둘러싼 공방이었다. 당시 조 대법원장은 “재판을 이유로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상황이 생긴다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 위축될 수 있다”며 증언 요구를 거부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고 국민의힘 “삼권분립 파괴”라며 논쟁을 벌였다. 이는 초유의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로까지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대통령실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두고도 길고 긴 여야 대치가 전개됐다. 국민의힘은 김 제1부속실장을 ‘숨은 실세’라며 증인 채택을 주장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공세라며 반박했다. 합의가 불발되면서 결국 김 제1부속실장은 출석하지 않았지만 워낙 존재감이 큰 탓에 이번 국정감사는 ‘현지 국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국정감사 후반에서는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여러 논란을 두고 여야가 정쟁을 이어갔다. 국정감사 기간 도중 국회 사랑재에서 결혼식을 올린 최 위원장 딸의 축의금 의혹으로 시작해 비공개회의에서 자신을 비판한 MBC 보도본장 퇴장 사건 등으로 ‘언론 자유 침해’ 논란까지 받았다. 결국 최 위원장은 스스로 과했다며 사과했다.

이처럼 중요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의원들은 각 당을 깎아내리는 데만 집중했다. 이로 인해 ‘쇼츠용 국감’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질의보다 본인의 유명세를 의식하고 정책 대신 조회수를 겨루는 현실을 꼬집는 표현이다. 짧게 편집된 막말·고성 영상만이 SNS를 타고 확산됐다.

국정감사장은 그렇게 정책을 질의하는 공간이 아니라 강성 지지층을 향한 ‘퍼포먼스 무대’, 개인 브랜드를 위한 ‘정치 콘텐츠’ 제작 현장으로 변질돼 갔다. 짧은 영상 속에서 눈길을 끌어야 하는 구조 탓에 의원들이 앞다퉈 자극적인 발언과 행동으로 경쟁하는 구도가 굳혀졌다.

국정감사장은 정책보다 ‘조회수’가 논리보다 ‘카메라 각도’가 더 중요한 무대가 돼버렸다. 국정감사가 국민 앞에 놓인 게 아니라 알고리즘 앞에 놓인 셈이다. 자료를 준비하는 대신 쇼츠 제목을 고민하고 정책 토론 대신 편집 타이밍을 재야 한다는 보좌관들의 말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물론 정치가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명분 자체는 틀리지 않다. 그러나 ‘보여주기’를 넘어선 ‘보여주기 위해 하는 정치’가 일상이 된 지금, 국회의 품격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이제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쇼’를 위한 국정감사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진짜’ 정책 점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내년 10월에는 낙제점을 받지 않기 위해 카메라를 내려놓고 책상 위 자료를 보고 민심을 먼저 챙기는 국정감사를 실현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