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vs 오세훈, 한강버스·종묘 놓고 계속 충돌…서울시장 선거 전초전?
【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김민석 국무총리가 서울 주요 현안을 잇따라 점검하며 오세훈 시장을 정조준하자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향한 전초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오 시장의 시정에 김민석 총리가 직접 나서서 비판을 하는 장면은 총리와 서울시장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다소 격이 맞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내년 지방선거와 양측의 신경전이 맞물리면서 상황은 더욱 미묘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김민석 총리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목적 카드로 각광받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김민석 총리에 대해 ‘정청래 대표보다 소통이 쉽다’는 점 때문에 차기 당대표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군에도 김 총리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현재 박주민 전현희 의원 등이 서울시장 후보직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인 행보를 해오고 있지만 인지도와 대중성 등에서 밀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현역 의원들의 ‘뒷공간’을 파고 들며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안정감과 정치적 경륜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김민석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에도 제격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잇단 ‘시정 엇박자’에 대해 김 총리가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모양새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선제압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의 신경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강버스 멈춤 사고는 양측의 전투를 확전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잠실선착장 인근에서 한강버스가 강바닥에 걸려 멈추는 사고가 발생하자 김 총리는 서울시는 행정안전부와 협조해 한강버스 선박·선착장·운항 노선에 대한 안전성을 재점검할 것을 특별 지시했다.
아울러 한강버스 운항 중 좌초, 침몰, 화재 등 사고가 발생했을 시 승객 안전을 보장할 대응 체계가 갖춰졌는지 살피고, 필요할 경우 일시 중단 기간 연장 등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총리실은 “김 총리는 선착장 위치 선정 및 운항 노선 결정 시 한강 지형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포함한 한강버스 운항 안전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며 서울시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 총리는 앞서 종묘 인근 세운4구역 고층 개발 계획과 관련해서도 서울시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세계유산특별법이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고, K-관광 부흥에 역행해 국익적 관점에서도 근시안적 단견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들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총리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과 허민 국가유산청장, 김경민 서울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과 함께 종묘 현장을 방문한 뒤에는 “종묘 인근을 개발하는 문제는 국민적인 토론을 거쳐야 하는 문제”라며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도 했다. 김건희 여사의 종묘 출입 논란도 거론하며 국민 여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오 시장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먼저 한강버스 사고와 관련해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강버스 멈춤 사고로 승객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려 송구하다”면서도 “안전 문제를 정치 공세의 도구로 삼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종묘 개발 논란에 대해서는 “종묘를 가로막는 고층빌딩숲이라는 주장은 왜곡된 정치 프레임”이라며 “중앙정부가 나서서 일방적으로 서울시를 매도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국무총리와 공개토론을 제안한다. 이른 시일 내에 만나서 대화하자”고 했다.
김 총리와 오 시장의 갈등은 여야 갈등으로 확산되는 국면이다. 국민의힘은 김 총리의 행보를 “사전 선거운동”으로 규정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총리의 안전점검 특별 지시는 사전 선거운동에 가까운 행태”라며 “사고 원인 분석과 개선안 마련을 내는 것이 정상적인데 계속해서 비판하고 문제 제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송 원내대표는 세운4구역 개발 계획에 대한 비판에 “지나치게 선거에 개입하고 있는 모습은 국민들 보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집권 정부·여당답게 오로지 민생을 위해서, 수도 서울의 재개발·재건축과 미래의 모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좀 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업무에 집중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 총리의 행보를 선거와 연결 짓는 데 대해 선을 그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무총리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발생한 곳을 점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서울에서 발생한 일을 점검했다고 해서 서울시장 선거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중앙정부의 책무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서울시장 자리를 둘러싼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김 총리의 메시지가 선거전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오 시장의 독주 구도는 여당으로 하여금 ‘오세훈 견제’ 흐름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스탯리서치가 주간조선 의뢰로 지난 10~11일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오 시장은 25%로 차기 서울시장 적합도 1위를 기록했다. 박주민 의원이 12%, 나경원 의원이 11%, 김민석 총리는 9%로 네 번째였다. 조국 비대위원장 8%, 강훈식 비서실장 4%, 정원오 성동구청장 2%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안심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 응답률은 11.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여론조사 기관이 비교적 소규모 업체인 데다 보수성향 언론매체가 의뢰했다는 점에서 조사 결과에 대한 다소간의 ‘영점 조정’은 필요해보인다. 그럼에도 김민석 총리가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서울시장 후보 도전 여부에 대해 의지를 표명하지 않으면서 인지도 면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오세훈 현 시장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선두에 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거 국면이 본격화하면 지금의 결과는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신(新)친명계로 분류되는 김 총리가 오 시장과의 격차가 비교적 크게 벌어져 있는 만큼 서울 현안을 공격적으로 제기할 유인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운영 동력 확보와 향후 정치 일정까지 고려하면 서울에서의 존재감 강화는 김 총리에게 사실상 필수 과제가 될 수 밖에 없어 ‘선거 개입’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한강버스와 종묘 재개발을 둘러싼 파열음이 정권 창출을 위한 공방으로만 소비될지, 아니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선책과 실행 가능한 로드맵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서울 민심을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