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팩트시트 중 ‘北 비핵화 원칙·핵잠 명시’…남북미중 관계 재편 신호탄 되나
【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한미가 지난 14일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공동 설명자료)’에 북한 비핵화 원칙을 명시하고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 가능성을 담으면서 향후 남북관계뿐 아니라 미중 간 전략 구도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는 “양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4일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 세력)’라고 언급해 비핵화 정책의 기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던 상황을 정면으로 정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기존 ‘완전한 비핵화’ 원칙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동안 “비핵화 논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시사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한미 공동 문건에 대한 북한의 공식 반응이 특히 주목된다. 현재까지 북한은 17일 오전 기준 별도의 담화나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침묵에 그동안과 다른 강력한 반발 수위를 심사숙고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핵잠 관련 문구도 이번 팩트시트의 핵심이다. 팩트시트는 “한국이 핵잠을 건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잠수함은 북한과 중국의 잠수함 활동을 추적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더 나아가 미국은 한국의 핵잠 확보를 ‘중국 견제’로 규정했다.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14일 공동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하면 그 잠수함이 중국 억제에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상”이라며 “한국도 상당 부분 중국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전략적 계산에 포함될 요소”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즉각 우려를 표했다.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대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핵잠 협력은 단순한 상업적 협력을 넘어 국제 핵 비확산 체제와 한반도 정세에 직결된 사안”이라며 “각국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번 팩트시트는 단순한 양국 외교 문건을 넘어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한반도의 외교·안보 지형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