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장동혁 대표는 왜 극우로만 달려가는가

8월 취임 후 당 지지율 횡보, 정체 국면 지속 책임론 권력 견제, 당 통합, 대안 제시 등의 야당 대표 역할 못해 리더십 무능을 ‘반 이재명 정서’로만 돌파하려다 논란 커져

2025-11-18     성기노 기자

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8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대장동 항소포기 외압 정성호 법무부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요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행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거대 여당을 상대하느라 힘에 부치는 모습은 그렇다 해도 장 대표에게서 발화되는 언어들이 점점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늘은 장동혁 대표의 최근 극우 행보와 그 배경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논하기 전에 먼저 야당 대표의 정치적 위상과 전략적 역할에 대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집권여당 대표의 핵심 미션은 ‘당대 관계’의 효율적 관리입니다. 여당 대표가 ‘권력의 관리자’라면 야당 대표의 미션은 ‘권력의 대안자’입니다.

여당 대표는 정부와의 조율, 당내 인사와 정책의 안정적 운영처럼 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두지만 야당 대표는 현 정권의 정책적 미비점을 드러내고 권력의 남용과 독주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다른 질서의 가능성을 제시해야 합니다. 여당이 현상 유지의 리더십이라면 야당은 변화를 설계하는 리더십입니다.

야당 대표의 핵심 임무는 현재의 권력을 대체할 ‘새로운 정치 질서’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역할입니다. 지금 국민들은 야당 수장인 장동혁 대표에 대해 과연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을까요. 회의적입니다.

여론조사 지표가 장 대표의 리더십을 수치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장 대표는 지난 8월 야당 대표 자리에 올랐습니다. 8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브리리서치)에서 국민의힘 27.0%, 더불어민주당 49.2%로 양당 격차가 약 22%p 수준이었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대장동 항소포기 외압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 후 9월~10월 전국지표조사(NBS) 및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22~24% 사이 박스권에 머물렀습니다. 민주당에 비해 격차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특히 중도층 지지율은 같은 기간 13~14% 수준으로 오히려 일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11월 2주차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 의뢰) 조사에서는 민주당 46.7%, 국민의힘 34.2%로 국민의힘이 2주 연속 하락하면서 양당 격차는 11.7%p에서 12.5%p로 확대되었습니다.​ 이렇듯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대체로 22~34% 사이에서 횡보, 하락 또는 약간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장동혁 리더십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또 다른 지표는 장 대표 자신에 관한 지지율입니다. 국민의힘 지도부 신뢰도 및 대표 직무수행 평가(11월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장동혁 대표의 직무수행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가 53.9%로 높게 집계되었고 ‘잘하고 있다’는 36.7%에 그쳤습니다. 이에 반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수행’에 대해 물은 결과 ‘잘못함’이 48.9%로 나타났습니다. ‘잘함’은 42.1%였습니다(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요약해보면 장 대표 취임(8월) 이후 당 지지율은 횡보와 하락을 거듭하고 있고 장 대표에 대한 직무평가 역시 여당 대표보다도 못한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장 대표는 여의도연구소 등으로부터 수시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자신과 당의 지지율이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도 전혀 반등 전략을 내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의 극우 발언(“우리가 황교안이다. 전쟁이다. 이재명을 탄핵하는 그날까지 함께 뭉쳐서 싸우자”)으로 당 지지율을 깎아먹는 장본인으로 낙인찍히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야당이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채 엉망으로 변해 가는데 대표가 너무 무책임하게 당을 방치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송언석 원내대표, 박준태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주주의 체제에서 야당 대표는 단순한 비판자가 아니라 권력을 견제하고 그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특히 국회 다수 의석을 여당이 차지한 상황에서는 야당 대표가 대중의 권력 감시 통로가 돼야 합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권력 감시보다 극우 지지층의 박수소리에만 빠져 있는 언행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야당 대표는 조직 장악력과 통합조정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현재 야당은 평화를 구가하는 평시가 아닙니다. 전직 대통령은 비상계엄, 탄핵으로 수감돼 있고 당도 내란동조혐의로 누란지위 상태입니다.

이렇게 현재의 국민의힘은 구조적으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리더의 통합력이 곧 조직의 힘이 됩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역량이 난파 직전의 국민의힘 호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5선에다 타고난 정무적 감각도 부족해 보이는 장동혁 대표의 정치력이 한계점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야당 대표의 3번째 정치적 덕목은 비판 능력보다는 새로운 의제 발굴과 대안 제시 능력입니다. 유권자는 분노보다 해법에 끌리고 대결보다 설득에 마음을 줍니다. 이재명 대통령처럼 행정가 출신의 ‘문제 해결 능력자’를 우선시 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이런 점에서 장동혁 대표는 웅변가 목소리만 국민들 귀에 남을 뿐 ‘장동혁 표 대표 의제’는 하나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야당 대표가 갖춰야 할 3가지 덕목인 권력의 균형추, 조직 통합 능력, 대안 제시 측면에서 장 대표가 부합하는 게 몇 가지인지 손에 꼽히지 않습니다. 장 대표는 왜 그럴까요.

일단 장 대표의 정치적 경륜과 정치력이 부재합니다. 여기에다 윤석열 탄핵 이후 당의 권력이 진공상태로 남아 있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장 대표가 극우 행보를 보여도 의원들의 ‘집단 지성’으로 제자리를 찾게 할 건강한 ‘언로’의 부재도 문제입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 8월 22일 충북 청주시 청주오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공동취재단]

특히 장 대표가 현재의 민심과 정치 판세를 완전히 잘못 읽고 심각한 착시 현상에 빠져 있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장 대표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줄곧 ‘반 이재명 정서’ 부각과 확산에만 심취해 있습니다.

장 대표는 아직도 지난 대선의 ‘추억’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1대 대선에서 범 진보와 범 보수의 표 차이는 사실 20만~30만표 차이(1%)에 불과합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비상계엄과 탄핵 등의 악재 속에서도 41%를 기록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8%를 득표하면서 양 후보가 합친 것이 이재명 후보와 그렇게 큰 격차가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이유는 여전히 국민의 절반 정도가 ‘반 이재명 정서’에 사로잡혀 있다는 나름대로의 정무적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등으로 보수와 중도층 모두 ‘반 이재명 정서’가 더욱 공고히 되고 있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하지만 장 대표는 21대 대선 결과는 물론 현재의 민심 판도를 완전히 오독하고 있습니다. 장 대표는 여전히 진보와 보수의 대선 총합 득표율 박빙의 기억이 지금 민심에도 유효하고 그것이 보수 여론의 압축판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객관적 평가, 수도권 민심의 유동성, 선거 지형의 변화 등을 심각히 과소평가한 것에서 나온 착시입니다.

‘이재명 혐오감’이 여전히 가장 강력한 야당의 정치적 에너지라고 계산하는 순간 국민의힘의 전략은 ‘반 이재명’으로 고착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반 이재명 정서’는 21대 대선으로 그 정치적 실효성이 사실상 소멸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대선의 민심은 ‘이재명의 허물을 알면서도 찍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장동혁 대표는 야당에 대한 민심의 엄정한 평가와 국정운영 안정을 희구하는 민심의 달라진 좌표를 읽지 못한 채 거꾸로 기수를 몰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통합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현 야당의 정치적 환경 때문에 장동혁 대표는 가장 ‘극우적 언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 내부에서도 방치되고 외면받는 당대표의 초라하고 절박한 자기 존재 증명 방식이, 극우라는 극단적 외피로 나타나는 것이 한국 정치의 불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