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나경원 등 ‘패스트트랙 충돌’ 27명, 오늘 1심 선고…과연 유죄 나올까
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2019년 국회를 뒤흔들었던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20일 내려집니다.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 사실상 감금 논란부터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장 점거까지, 한국 정치사 최악의 물리적 충돌 중의 하나로 기록될 이번 사건의 1차 법적 심판이 내려지는 셈입니다. 사건 발생 6년7개월, 기소 후 5년 만의 일입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송언석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전·현직 의원 27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합니다.
이들은 2019년 4월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여야 극한 대립 과정에서 채이배 의원을 의원실에 머무르게 하고 의안과와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한 혐의로 2020년 1월 기소됐습니다. 당시 여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안을 신속처리안건에 올릴지를 두고 강하게 충돌했고 국회 내 몸싸움까지 벌어지며 국회선진화법의 실효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검찰은 나 의원에게 징역 2년, 황 전 총리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고 송 원내대표에게는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구형한 상태입니다.
왜 6년7개월이나 걸렸나…“정치 후폭풍 때문에 사법부도 차일피일 미뤄”
이번 사건은 국회선진화법 이후 최대 규모의 정치 충돌 사건이었고 피고인만 27명에 달했습니다. 당시 국회 내 영상과 언론 영상, 국회사무처 기록 등 증거 검증 범위도 방대했습니다. 여기에 총선·대선·당내 경선 등 정치 일정이 계속 겹치면서 법원의 심리 일정도 수차례 조정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특히 강제감금의 범위, 회의장 점거의 형사책임, 다중행위의 공범 판단 등 법리 논점 역시 난도가 높았습니다. 이 때문에 ‘물리적 충돌 사건’임에도 판결까지 6년 넘게 걸리는 이례적 지연이 발생했습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여야에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도 안겨주기 때문에 그동안 사법부가 차일피일 미룬 측면도 있습니다.
유죄 시 가장 큰 타격은?…나경원 정치적 미래 장담 못해
1심 결과는 당사자들의 정치적 진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특히 나경원 의원은 패스트트랙 사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사실상 ‘현장 총책임자’였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만약 유죄가 선고될 경우 피선거권 제한 가능성은 물론 그가 꾸준히 유지해온 ‘합리보수’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최근 국민의힘이 보수층과 중도층 모두에서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이 나 의원의 당내 입지에도 적잖은 부담을 줄 전망입니다.
황교안 전 총리는 자유한국당 대표로서 패스트트랙 저지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었습니다. 그동안 보수 정치권 재진입을 노려왔지만 극우 행보로 지지층이 많이 떨어져 나간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번 판결에서 실형 또는 집행유예 이상이 나오더라도 정치적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정치적 재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반면 송언석 원내대표가 유죄 선고를 받는다면 국민의힘 지도부의 도덕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여당과의 국회 협상에서도 ‘국회폭력 유죄 지도부’라는 프레임이 불가피해지며 당내 지도체제에도 파장이 예상됩니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내란방조 혐의에다 폭력 지도부라는 덧칠까지 해서 국민의힘 지도부를 더 거세게 압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 한국 정치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며 지금의 격한 여야 대립과 정치 부재 상황의 단초로 작용한, 불행한 정치 사변이었습니다. 1심 판결은 지난 6년간 지속된 정치적 공방에 마침표를 찍는 동시에 당사자들의 정치적 입지에도 상당히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비상계엄과 탄핵의 2연타로 휘청거리는 국민의힘은 ‘폭력 지도부’라는 또 다른 멍에까지 쓰면서 정치적으로 더욱 고립될 것입니다. 비록 6년전 당 지도부의 ‘과실’이라고 하더라도 정당의 지속성과 책임성을 따져 볼 때 패스트트랙 유죄는 국민의힘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법조계에서는 패스트트랙 사건의 상징적 인물인 나경원 의원의 유죄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같은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기소된 여야 의원 상당수가 이미 벌금형 등 유죄를 선고받은 판례가 누적돼 있고 ‘채이배 사실상 감금’ 사건 역시 영상과 증언 등 물적 증거가 명확해 법원이 무죄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특히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 의원이 회의장 점거·의안과 저지 등 조직적 행동의 지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됩니다. 다만 최근 국회 충돌 사건에서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거의 없는 만큼 유죄가 나오더라도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동시에 나옵니다.
그럼에도 나 의원은 향후 정치적 미래가 매우 불투명해집니다. 정치권의 폭력, 물리적 충돌 재발 방지 차원에서 그 상징적 인물인 나 의원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또한 나 의원이 인신구속은 되지 않더라도 국회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 사건에 유죄가 내려지는 만큼 국민의힘은 그 정치적 후과에 대해 명백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보수 정치권의 리더십 재편 논의도 촉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죄의 경중을 떠나 보수는 이번 국회 폭력 사건 자체를 무겁고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늘의 판결은 과거의 국회 폭력에 대한 사법적 심판을 넘어 보수 정치가 스스로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