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YK의 COP30 탐방기 in 아마존 ②] 기후금융, 돈이 없는 걸까 돈이 안보이는 걸까?
기후변화 논의를 하다 보면 늘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IPCC, UNFCCC, 파리협정… 그 중에서도 COP, 즉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는 매년 말 전 세계 최대 규모로 열리는 기후변화 정상 회의입니다. COP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수많은 협약과 협상, 부대행사가 동시에 진행되며 주요 기후 이슈를 중심으로 다양한 액션이 이뤄집니다. 올해는 11월 10일부터 21일까지 제30차 COP가 브라질 벨렘(Belém)에서 개최됐습니다.
하지만, 국가 정상과 협상가들이 오가는 복잡한 논의 구조, 하루에도 수십 개씩 병렬로 진행되는 세션, 전문 용어로 가득한 회의 내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COP을 여전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게 합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COP에 모이는지,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 [GEYK의 COP30 탐방기 in 아마존] 시리즈에서는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이하 GEYK)가 COP30 현장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의 시각에서 현장의 분위기와 논의의 핵심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COP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누가 어떤 역할을 하는 자리인지 그리고 왜 이 공간이 기후문제 해결에서 중요한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COP30은 시작부터 그야말로 예측 불가능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토착민 단체가 돌연 Blue Zone(블루존, 실제 협상이 이루어지는 제한 구역으로 공식 뱃지 소지자만 출입할 수 있는 곳)에 들이닥치는 사건이 있었고, 며칠 뒤에는 사전 예고도 없이 COP31의 개최지가 호주에서 튀르키예로 전격 변경되는 발표도 나왔습니다. 여러모로 흔들림이 많은 출발이었던 셈이죠.
기후금융(Climate Finance) 분야의 의사결정 흐름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회의장 곳곳에서는 협상 방향과 속도가 계속 요동치는 기류가 감지되며, 많은 참가자들이 요동치는 흐름 속에서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전개될지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후금융 협상장에 들어가다
협상장이 있는 Blue Zone 내부에서는 첫 주부터 Informal Consultations(비공식 협의)와 한층 더 비공식적인 Inf-Inf(인포멀-인포멀) 회의들이 연이어 열렸습니다. 이 단계에서 각국 협상가들은 ▲규정 문구의 중복성을 줄이고 ▲과도하게 길거나 모호한 조항을 필터링 작업을 통해 보다 명확하게 정리하며 ▲협상 절차를 어떻게 최적화할지 ▲어떤 의제를 우선순위로 다룰지 등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 전 필요한 ‘기초 정비 작업’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정신없이 오가는 주장 사이에서 정책 관련 협의에 대한 진전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집중해서 숨겨진 의도와 전략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협상 자리를 Observer(옵저버)로 참관하면서 안심할 수 있었던 점은 기후금융을 포함해 모든 의제가 문단별로 아주 세세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긍정적인 면부터 이야기하자면 처음에 예상했던 ‘무심하고 형식적인 태도’와는 달리, 실제 협상장에서는 각국이 얼마나 깊게 고민하고 치밀하게 연구했는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발언과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각국의 성찰과 준비가 만들어낸 진지한 분위기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지점도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상 기술과 전략 면에서도 가장 숙련된 모습을 보인 국가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록하는 나라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인도 등 주요 배출국들이 협상장을 주도하는 모습은 기후위기 대응의 현실과 구조적 한계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만들었습니다.
더욱 흥미로웠던 점은, 이들 국가가 보인 입장 차이의 극단성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은 자신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조건이나 제약 없이 모든 국가가 동등하게 기후 재원과 지원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반면 독일·스위스·AILAC(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 국가 연합) 등은 훨씬 더 엄격한 기준과 규제를 지지했죠.
양 극단의 주장이 부딪히는 과정 자체가 결국에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중간 지점을 만들기 위한 협상의 전형적인 전략이라는 점에서도 국제 기후 거버넌스의 복잡성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협상의 틈을 파고드는 청년들의 목소리
COP30 둘째 날,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기후금융(Climate Finance), 에너지 전환에서의 세대 간 형평성(Intergenerational Equity)”을 주제로 청년들이 직접 이끄는 Youth-led Climate Forum이 Mandated Event(공식 의무 세션) 형태로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각국의 청년들이 실제 협상가와 ‘금융 흐름을 저탄소·기후회복형 발전 경로에 부합하도록 조성해야 한다’는 파리협정 제2.1(c)조에 대해 직접 토론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청년 대표들은 청년이 더이상 ‘아이디어 제공자’로 머물수 없다고 전하며 의사결정의 당사자로 공식적인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청년과 협상가 모두 “기후재원을 조달할 자금 자체는 존재한다”는 점에는 동의했습니다.
핵심 문제는 그 자금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개도국에게 실제로 접근 가능한 구조인지 그리고 규모화하기 위한 Public-Private mechanism(공공-민간 메커니즘)이 형성되는지 입니다. 이는 곧 이어질 섹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지점이기도 합니다.
질문 시간에는 GEYK도 발언 기회를 얻었습니다. GEYK은 한국이 기후금융 분야를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청년 의견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수렴할 수 있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요구사항이 실제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흡한 영향력을 청년이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높은 NDC 이행 수준으로 평가받는 칠레의 협상가가 ▲청년은 힘을 모아 연대하고 ▲과거의 사례를 되짚어보고 ▲성공했던 좋은 관행을 추적하며 ▲무엇이 잘 작동했는지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그러한 조치들을 재현·확산·개선하도록 지지하는 노력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즉, 단순히 “참여”를 넘어서 청년도 전략적이고 조직적인 행동을 통해 영향력의 경로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조언이었습니다.
기후금융 관련 주요 병행 논의: 공공–민간 투자
기후금융을 IPCC의 1.5도 목표에 부합하도록 재편하기 위해 행사 곳곳에서 공공-민간 공동 투자(Public-Private Investments)이 언급됐습니다.
여러 파빌리온에서 기후금융과 다자기구 기금을 주제로 다양한 세션이 열렸습니다. 부대행사를 통해 전반적으로 정책 이행이 실현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NDC Partnership, 다자개발은행(MDB), 국제개발금융클럽(IDFC) 등 굵직한 기관들이 주최한 사이드 이벤트에서는 혁신적 기후금융 모델, 모니터링 체계, 다자 협력 사례 등 폭넓은 주제가 논의됐습니다.
GEYK도 여러 세션에 참석했습니다. 우간다 재무부 기후금융부서장 데니스 무가가(Denis Mugagga)와 같은 정부 책임자부터 Climate Bonds의 CEO인 션 키드니(Sean Kidney)와 같은 민간 전문가까지 참여 패널들은 수준 높은 발표를 이어갔습니다. 공공·민간 협동의 새로운 혁신 흐름을 이해하는 데 유익했을 뿐만 아니라 당사국 대표단과 청중 간의 지식 공유와 네트워킹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장이기도 했습니다.
해당 세션에서 공유된 자료 중에는 공공-민간 투자 계획이 어떻게 기후 목표와 정합성을 이루며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었는지를 다양한 사례로 정리한 유용한 보고서도 있었습니다. 「Towards Investment Readiness」라는 문서로 기후금융 구조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특히 참고될 만한 내용입니다.
결국 마감기한을 넘긴 1차 합의문에 대한
브라질은 이번 주 화요일, COP28과 COP29에 이어 이번 COP30에서도 결국 합의 기한을 넘겼습니다. COP30에서 가장 논쟁적인 의제들 중 일부에 대해 예정보다 일찍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지만, 한편으로는 국가 간 입장 차가 여전히 큰 부분도 많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면, 개도국의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 부유국이 어떤 방식으로 기후재원을 지원할 것인지, 또 ‘현재 진행 중인 감축 노력’과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실제로 필요한 감축량’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브라질은 최근 수년간 COP가 공식 마감시한을 넘겨 협상이 이어졌던 패턴을 이번에는 끊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협상가들이 이날 새벽까지 회의장에 남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정됐던 합의문도 수요일 밤 끝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핵심 결론과 문안 조율은 목요일 이후로 미뤄졌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업데이트 사항은 아래 목록을 참고해서 확인할 수 있으며 UNFCCC 공식 홈페이지의 Session Documents 섹션을 통해 문서별로 열람이 가능합니다.
기후금융과 관련된 협상 의제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