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 있었다”…해병특검, ‘수사외압 혐의’ 윤석열·이종섭 등 12명 기소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순직해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한 수사외압 관련 피의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21일 서울 서초구 소재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 결과와 함께 주요 피의자 처분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수사외압 의혹 결론은 ‘VIP 격노설’이 알려진 지 약 2년 4개월 만에 나오게 됐다.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 진행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순직한 채 해병 관련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듣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을 질책했다는 의혹이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해 “군에서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말단 하급자부터 고위 지휘관까지 줄줄이 엮어서 처벌하며 어떻게 되느냐”고 말했다. 이 전 국방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뒤 14초 만에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연락해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고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의혹에 포함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해병대 지휘관들을 혐의자에서 제외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방부 및 대통령실에 위법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수사의 공정성, 직무수행 독립성, 국민 기본권 등이 침해됐다는 게 특검팀의 설명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수사결과를 변경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한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국방부 장관 등 관계자 12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은 피의자들의 주거지 압수수색, 피의자 및 참고인 130회 조사 끝에 약 2년간 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은폐했던 ‘VIP 격노’의 실체를 파악했다”며 “혐의자에서 사단장 등을 제외하라는 취지의 윤 전 대통령의 격노에 따라 이 전 국방장관이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변경하기 위해 수사기록 이첩을 보류하라는 위법·부당한 지시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정 특검보는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할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권한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직무를 수행했던 해병대 수사관에게 국방부가 조직적인 보복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권력형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수사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국방부검찰단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 전 국방장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구체적이고 조직으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태용 전 실장은 경찰로 이첩된 수사 기록을 회수한 것에 관여하고 국회 업무보고에서 거짓으로 진술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