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에 연일 공세나선 한동훈…오히려 국힘서 ‘견제’

2025-11-21     박효령 기자
지난 5월 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에 참석한 당시 한동훈 전 대표.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의 기세가 거침없다.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을 정면 비판한 데 이어 최근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 신청 승소’ 결정까지 겹치며 정부·여당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공세가 이어지자 정치권에선 한 전 대표의 존재감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보다 오히려 국민의힘 내부에서 그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가 론스타 사건 취소 신청 소송에서 승소하자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소송 제기를 지휘했던 한 전 대표에게도 관심이 집중됐다. 

ISDS 승소 판결이 나온 지난 19일 한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김민석 국무총리는 론스타 승소가 ‘새 정부 쾌거’라고 말했지만 이 소송 최종변론은 ‘더불어민주당 정권 출범 전인 2025년 1월’이었으므로 새 정부가 한 것은 없다”며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은 이 항소 제기 자체를 강력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가 론스타 승소의 공을 현 정부에 돌리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이 법무부 장관으로 자리하던 2023년 9월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도 취소 신청을 추진·결정했다. 당시 야권에서는 가능성이 없는 소송에 혈세를 낭비한다며 거세게 비판한 바 있다.

지난 18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정권은 뒤늦게 숟가락 얹으려 하지 말고 당시 이 소송을 트집 잡으며 반대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 주요 인사들이 나서 한 전 대표에게 “잘했다”며 그의 공을 인정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취소 신청을 제기한 것을 언급하면서 “언제 한 전 장관을 만나면 취소 신청을 잘하셨다고 말씀드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정성호 장관 역시 SNS를 통해 “이 사건 중재 취소 신청을 할 때는 과거 사례 등에 비춰 승소 가능성이 매우 낮은데 왜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취소 신청을 하느냐는 주장도 있었다”며 “그러나 당시 한 장관은 가능성을 믿고 취소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잘하신 일이고 소신 있는 결정으로 평가받을 결단”이라고 칭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가 “숟가락을 얹는다”고 비판하면서도 한 전 대표를 견제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송언석 원내대표는 공식 석상에서 ISDS 취소 신청 사건 승소와 관련해 한 전 대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론스타 ISDS는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닌 20년에 걸친 국가 전체의 작업”이라며 “항상 ‘공은 내 탓, 잘못은 네 탓’을 하니 리더의 자격을 잃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ISDS 승소로 한 전 대표가 정치권에서 주목을 받자 한 전 대표 한 사람만의 공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비판한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의원총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 전 대표는 앞서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 때에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대여 공세 수위를 높였다. 지난 7일 검찰이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한 직후부터 한 전 대표는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다”는 글을 시작으로 SNS에 관련 비판 글을 연달아 게시했다. 오랜 검사 경력에서 비롯된 법률·수사 경험이 있는 만큼 자신감 있게 선제공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SNS에 관련 비판 글을 연달아 게재하거나 TV 방송, 라디오, 유튜브 등 모든 채널을 총동원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정성호·추미애·조국·박범계 등 전·현직 법무부 장관들을 상대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전 대표를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존재하지만 지도부는 한 전 대표를 압박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국민의힘은 최근 친한계 인사에게 가벼운 징계를 내려 도마 위에 오른 여상원 윤리위원장을 교체할 방침이다. 다음 달 선임될 예정인 새 윤리위원장이 한 전대표가 연루된 당원게시판 의혹 등을 본격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계파갈등은 최근 국민의힘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이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예지 의원을 겨냥한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더욱 커진 모양새다. 박 대변인의 발언을 두고 연일 논란이 이어졌음에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구두 경고’로 일축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입장에서는 한 전 대표를 함부로 밀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끌어안고 가기에도 부담이 있다”며 “특히 지도부로서는 그의 정치적 영향력과 향후 행보를 어떻게 관리할지 막막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내년 지방선거나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움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전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저는 대선까지 나왔던 정치인”이라며 “(출마를) 미리 선언하고 규정해 놓을 필요는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정치인 한동훈’으로서의 영향력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척점에 선 장동혁 대표로부터 공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관련 의혹 당무감사도 난관으로 꼽힌다. 한 전 대표가 가족 등의 이름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당원게시판에 게시했다는 의혹이다. 당무감사 결과 징계가 나온다면 공천 자체가 어려워진다.

한 전 대표가 당대표로 지낼 당시 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입장 표명으로 조성된 당내 ‘배신자 프레임’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당내 입지가 축소된 한 전 대표가 과연 수많은 견제를 뚫고 정치권에 다시 부상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연달아 의원들과 오찬을 갖고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의원들에게 “단일대오로 대여투쟁에 힘을 모아달라”라는 취지로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발언에 대한 해명도 병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