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논란에 냉온탕 오가는 코스피...외인 매물 폭탄에 3800선 ‘털썩’
【투데이신문 최예진 기자】엔비디아의 역대급 실적 발표에도 시장은 매출 채권 급증과 매출 쏠림 현상에 주목하며 AI 버블에 대한 경계심을 다시 키웠다. 더불어 금리인하 기대마저 후퇴하는 등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되며 증시 하락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1.59포인트(-3.79%) 내린 3853.26에 마감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가 일제히 크게 떨어지며 국내 시장에도 그 충격이 전해졌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2% 이상 급락했고, 이 영향으로 삼성전자(-5.57%)와 SK하이닉스(-8.76%) 등 국내 대형 반도체주도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수급별로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2조2953억원, 4956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2조8230억원을 순매도했다. 엔비디아의 3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AI 버블론’이 잦아들지 않으며 외국인의 차익 실현 매도가 이어졌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연준의 매파적인 발언에 이어 엔비디아 매출채권 급증에 따른 수익화 지연 우려가 AI 고평가 우려 심리에 다시 불을 지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 종목과 전력기기, 원자력 업종에도 전반적인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 570억 달러로 시장 기대치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실적을 내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매출채권이 230억 달러에서 334억 달러로 급증한 점이 시장의 우려를 자극했다. 이는 주요 고객사가 외상 결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로, 실적은 좋지만 현금화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투자자들의 매도 심리를 자극해 주가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운 또다른 요인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경고성 발언이 지목된다. 전날 Fed 리사 쿡 이사는 워싱턴DC 조지타운대에서 열린 공개 연설에서 “자산가격이 고평가돼 하락 가능성이 커졌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최근 5년간 사모신용이 2배로 늘어난 점을 금융 취약성으로 지적했다. 이어 Fed 마이클 바 이사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3%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목표는 2%”라며 “통화정책을 매우 조심스럽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영증권 이상연 연구원은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로 인한 경제 데이터 발표 지연 및 취소 뿐만이 아니라 매파적인 10월 FOMC 의사록도 위험 자산 선호 심리 후퇴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다만 본격적인 약세장으로의 진입보다는 조정 장세로의 전환으로 판단한다”고 짚었다.
코스닥 시장도 하락세를 보이며 전 거래일보다 27.99포인트(-3.14%) 내린 863.95에 마감했다. 수급별로는 개인이 2199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71억원, 791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루 만에 하락 마감했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7원 오른 1475.6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