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의 미학에서 민족의 서사까지...‘알폰스 무하: 빛과 꿈’ 특별전 개막
체코·영국에서 특별 공수...최초 공개만 70여점 곡선과 장식의 강조 ‘아르누보’ 양식 대표 화가 ‘무하트러스트’ 기관과 기획 단계부터 협력해와 프라하 개인저택 ‘무하 하우스’ 국내 최초 공개
【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근대 미술사 중 독보적인 시각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알폰스 무하의 특별전이 열린다.
지난 8일부터 시작해 내년 3월 4일까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 알트원(ALT.1)에서 열리는 <알폰스 무하: 빛과 꿈>은 한국과 체코 수교 35주년을 기념해 열린 원화 특별전이다.
이번 전시는 체코 정부와 EU의 반출 허가를 받은 국보급 작품 11점을 포함해 총 143점의 원화 및 조각·보석, 드로잉을 한 자리에서 소개한다. 이 중 유화 18점은 한국 전시를 위해 체코·영국에서 특별 공수됐으며 <희망의 빛>·<슬라비아>·<자연의 여신> 등을 포함한 70여 점의 작품들은 한국 관람객에게 최초로 공개된다.
1860년 체코 남모라비아의 작은 마을 이반치체에서 태어난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는 자연스러운 곡선과 조화로운 장식성을 강조하는 양식인 ‘아르누보(Art Nouveau)’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1890년대 파리에서 제작한 포스터를 통해 시각예술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그는 당시 유럽을 대표하는 배우인 사라 베르나르와의 협업을 통해 일약 명성을 얻었다. 매혹적인 여성상, 혁신적 타이포그래피, 치밀한 화면 구성으로 ‘무하 스타일(le style Mucha)’을 확립한 그는 현대 광고예술의 발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이번 특별전은 무하의 예술철학과 유산을 보존·연구하는 공식 신탁 기관인 ‘무하트러스트(Mucha Trust)’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알폰스 무하의 손자이자 기관의 대표인 존 무하(John Mucha)와 큐레이터 도모코 사토(Tomoko Sato)는 전시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깊이와 완성도를 더했다.
또한 일반에 공개된 적 없는 프라하의 개인저택 ‘무하 하우스’가 영상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3대째 무하의 유산을 보존해 온 이 공간에는 미공개 작품, 습작과 함께 화가 폴 고갱이 연주하던 하모니움 등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영상에는 존 무하가 직접 들려주는 설명이 더해져 예술가의 삶과 숨결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전시는 파리 시절의 장식예술부터 조국 체코로 돌아온 이후의 민족적 서사까지 총 여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사라 베르나르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대표 석판화, 파리 만국박람회 시기의 상징적 작업, 미국에서의 활동과 귀국 이후 완성한 공공 프로젝트 그리고 무하 예술의 정점에 놓인 <슬라브 서사시>까지 그의 전 생애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마지막 섹션에는 전쟁의 그늘 속에서도 인류의 미래를 향한 희망을 그린 무하의 후기작들이 소개돼 무하가 평생 추구한 ‘아름다움과 신념의 조화’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전시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장식 예술가이자 민족주의의 사도로 불린 무하의 예술과 철학, 비전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