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차이나별곡 ― 중국문명의 그늘

유광종 지음 | 342쪽│150×210│1만7000원│책밭

2025-11-23     박노아 기자

‘문틈으로 새들어오는 달빛’을 그린 글자 간(間)으로부터 아주 구체적이며 대담한 스파이 운용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가 지은 ‘손자병법(孫子兵法)’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싸움 안내서’다. … 치밀한 포석과 형세(形勢)를 읽어가며 벌이는 바둑은 고도의 전쟁 게임이다. 손자를 비롯한 수많은 병법의 저술가들과 아주 오래전에 등장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최고 명품, 바둑의 상관관계는 도대체 무엇인가를 이 책은 묻고자 한다. (4~5쪽)

【투데이신문 박노아 기자】중국문명의 어둡고 복잡한 이면을 파고드는 인문·정치서 <차이나별곡 ― 중국문명의 그늘>(책밭)이 출간됐다. 저자 유광종은 수십 년간의 취재와 연구, 그리고 조선일보 연재 ‘차이나별곡’을 토대로 중국 사회와 문명이 작동하는 심층 구조를 해부한다.

저자는 반중도, 친중도 아닌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사유의 틀 ‘지중(知中)’으로 중국을 단순히 비판하거나 찬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대 손자병법과 바둑, 삼국연의 같은 영웅 서사, 황제 권력에서 공산당 일당체제로 이어진 통치 기술, 일상 곳곳에 침투한 감시와 통제, 언어가 사유를 제한하는 방식, 세계를 바라보는 중국의 자의식 등 중국문명을 지탱해온 은밀한 질서를 다양한 사례와 개념으로 추적한다.

표지에는 중국 전통 놀이 마작패가 등장한다. 마작은 전략과 기억, 운과 확률이 얽힌 심리전이자 동시에 ‘관시(關係)’를 다지는 사회적 행위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표지의 ‘中(중)’은 중국 중심주의, ‘白(백)’은 겉은 깨끗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이중성, ‘東南西北(동서남북)’은 지역과 방향성을 상징한다. 흩어진 패들은 “중국을 해석할 조각들이 흩어져 있다”는 은유이며, 책은 그 조각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 붙인다.

책은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황제제도에서 공산당으로 이어지는 권력의 기술과 통치기술을, 2장은 고자질·담장·관문 등 일상 속 통제 구조부터 사회제도까지 살핀다. 3장은 자기검열과 불안이 만들어낸 감정의 정치학을, 4장은 세계와 마주한 중국의 이중적 자의식을 분석한다. 5장은 한자와 언어가 사유를 제한하는 방식을, 6장은 오늘의 중국에서 드러나는 균열과 모순을 추적한다.

저자는 중국을 하나의 ‘달빛 스파이의 나라’로 비유하며, 문틈으로 스며드는 은유적 ‘달빛’으로 중국문명을 읽어낼 작은 창을 제시한다. 이 책은 단지 중국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권력과 문명, 인간 사회의 보편적 구조를 성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