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현역’ 이순재 91세로 별세…70년 연기 여정 마침표

2025-11-25     김민수 기자
배우 이순재가 지난 2023년 5월 10일 서울 SNU 장학빌딩 베리타스홀에서 열린 연극 리어왕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장면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김민수 기자】‘현역 최고령 배우’로 불린 원로 배우 이순재 전 국회의원이 25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이순재 측근과 각종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이순재는 이날 새벽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지난해 말 건강 이상으로 연극 활동 등을 취소하고 요양해왔으며 최근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1934년 함북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중국 지린성 옌지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네 살 무렵 서울로 와 조부모 손에서 자랐다. 서울대 철학과에 재학 중이던 1956년 연극 집단 ‘떼아뜨르 리브르’에 입단해 유진 오닐의 작품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1960년에는 허규·유달훈·김의경 등과 함께 국내 최초 동인제 극단 ‘실험극장’을 만들어 한국 연극계에 새 흐름을 만들었다.

1961년 KBS 개국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 출연을 계기로 TV 드라마 활동을 시작했고, 1965년 TBC 전속 탤런트가 된 뒤로 드라마·영화·연극 무대를 활발히 오갔다. 특히 MBC <사랑이 뭐길래>(1991~1992), KBS 2TV <목욕탕집 남자들>(1995~1996) 등 큰 인기를 얻은 작품에서 ‘국민 아버지’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사극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MBC <허준>(1999)과 <상도>(2001), <이산>(2007) 등에서 굵직한 배역을 잇따라 맡았다. 

칠순이던 2006년에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도전해 ‘야동 순재’ 캐릭터로 젊은 세대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2013년에는 tvN <꽃보다 할배>에 출연해 ‘직진 순재’라는 별명과 함께 예능에서도 존재감을 입증했다.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 <그대를 사랑합니다>, <로맨틱 헤븐>, <대가족>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고, 노년에도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늙은 부부 이야기>, <장수상회>, <앙리할아버지와 나>, <리어왕> 등에 서며 대학로에서 ‘방탄노년단’이라 불릴 만큼 꾸준하게 활동했다. 최근 출연했던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는 건강 문제로 중도 하차했지만, 병상에서도 연기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아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도 역임했으며, 최근까지 제자들과 만남을 이어왔다. 1992년에는 민주자유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부대변인 등을 역임하며 잠시 정치권에서도 활동했다.

이순재는 제15회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1972), 제1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최우수남우상(1973), 제39회 황금촬영상 연기공로상(2019) 등 굵직한 상을 수상하며 평생을 연기에 바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순재의 빈소는 25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상주로는 아내와 두 자녀가 이름을 올렸다. 발인은 27일 오전 6시 20분 엄수되며, 장지는 경기 이천 에덴낙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