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 많던 카드 포인트는 어디로 갔을까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적립되는 신용카드 포인트는 겉으로는 ‘혜택’의 언어를 쓰고 있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 사라지는 자산이라는 역설을 품고 있다. 특히 지난해 고령층에서만 150억원이 소멸됐다는 사실은 이 제도가 단순한 사용 편의의 차원을 넘어, 소비자의 권리가 눈에 띄지 않게 약화되는 구조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포인트는 분명 소비자의 결제 행위로 발생한 가치지만, 카드 플랫폼에서는 가장 먼저 증발하는 금융 자산이 된다. 앱 깊숙한 메뉴, 눈에 띄지 않는 소멸 안내, 조회·전환·사용의 단절된 절차는 포인트 관리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적으로 넘겨놓는다. 금융의 디지털화가 고도화된 환경에서도 카드 포인트만큼은 불편이 구조화된 영역으로 남아 있는 이유다.
여기에 회계적 구조가 영향을 더한다. 카드 포인트는 카드사의 부채로 기록되며, 소비자가 사용할 때 비용이 발생한다. 반대로 소멸될 경우 비용이 절감된다. 소멸이 기업 재무에 불리하지 않은 구조적 유인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포인트를 쓰지 못하는 상황조차 비용 절감 메커니즘으로 흡수되는 셈이다. 의도 여부와 무관하게, 소멸은 소비자에게 불리하고 기업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 구조는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고령층 소멸액이 2020년 108억원에서 2024년 150억원으로 증가한 것이 그 증거다. 금융당국이 고령층 대상 포인트 자동사용을 기본 적용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 조치지만, 원치 않을 경우 소비자가 직접 해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권리 보장과 편의 제공이 충분히 결합된 설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카드 포인트는 본질적으로 소비자의 자산임에도 제도는 여전히 ‘혜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 플랫폼이 자산을 보여주고 관리하고 최적화하는 단계로 진화하는 흐름 속에서도, 카드 포인트만은 과거 로열티 시스템의 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포인트를 ‘모른 채’ 혹은 ‘사용하기 어려워서’ 잃는 구조가 반복되고, 누적되는 부담은 소비자에게 남는다.
따라서 카드 포인트는 더 이상 소소한 적립 제도나 생활 팁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그리고 자산 관리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다.
그 많던 카드 포인트는 어디로 갔을까. 그 답은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정보 접근성, 절차의 복잡성, 회계 구조, 디지털 격차가 겹쳐진 제도적 설계 안에 있다. 포인트를 ‘혜택’이 아닌 ‘자산’으로 대하는 재정비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