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YK의 COP30 탐방기 in 아마존 ③] 기후위기와 원주민, 그리고 여성

2025-11-26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기후변화 논의를 하다 보면 늘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IPCC, UNFCCC, 파리협정… 그 중에서도 COP, 즉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는 매년 말 전 세계 최대 규모로 열리는 기후변화 정상 회의입니다. COP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수많은 협약과 협상, 부대행사가 동시에 진행되며 주요 기후 이슈를 중심으로 다양한 액션이 이뤄집니다. 올해는 11월 10일부터 21일까지 제30차 COP가 브라질 벨렘(Belém)에서 개최됐습니다.

하지만, 국가 정상과 협상가들이 오가는 복잡한 논의 구조, 하루에도 수십 개씩 병렬로 진행되는 세션, 전문 용어로 가득한 회의 내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COP을 여전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게 합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COP에 모이는지,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 [GEYK의 COP30 탐방기 in 아마존] 시리즈에서는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이하 GEYK)가 COP30 현장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의 시각에서 현장의 분위기와 논의의 핵심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COP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누가 어떤 역할을 하는 자리인지 그리고 왜 이 공간이 기후문제 해결에서 중요한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행사장에서 마주친 원주민 (가운데) Vitor Oliveria & Adi Kayany [사진 제공=GEYK]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이번 COP30은, 아마존의 살아있는 심장부인 브라질 벨렘에서 개최됐습니다. 벨렘은 아마존 유역의 관문 도시로서 단순한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COP30은 왜, 원주민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었는가?

브라질·페루·콜롬비아·볼리비아 등 남아메리카 지역 북부부터 남부까지 걸쳐있는 아마존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생물 종의 약 10%가 서식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탄소 저장 공간이자 탄소 흡수원 중 하나입니다.

세계 자원 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 이하 WRI)에 따르면 약 150만명 이상의 원주민이 거주하는 아마존 숲은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연간 약 3억 4천만톤의 이탄화탄소를 순 흡수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에서 관습적 또는 법적 소유권을 기반으로 원주민이 직접 관리하는 토지는 다른 지역보다 산림 벌채율이 훨씬 낮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아마존 전체 원주민의 약 절반이 거주하는 브라질의 원주민 거주지는 탄소 저장·흡수 기능이 매우 커서, 다른 아마존 국가들의 탄소 배출 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할 정도로 중요한 탄소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원주민 공동체는 단순히 숲의 ‘주민’이 아니라 전통적 관리 방식을 통해 세대에 걸쳐 아마존을 유지하고 지탱해온 핵심 보호자들입니다.

아마존 원주민 숲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1억 2300만톤, 탄소흡수량은 연간 4억 5790만톤으로 연간 순흡수량은 3억 400만톤임을 나타내는 그래프 [이미지 출처=WRI]

이처럼 아마존은 열대우림과 원주민 공동체, 생물다양성의 중심지입니다. 그리고 원주민에게 그들이 거주하는 땅은 식량, 건축 자재 등의 주요 공급원일뿐만 아니라 고용, 소득, 안보, 문화의 원천이기도 하며, 사회적 정체성과 정치적 관계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열대우림, 생물다양성 보존은 아마존에 거주하는 원주민의 토지 소유, 문화 보호, 사회 및 정치 권리와 분리될 수 없습니다. 아마존 강 유역 도시인 벨렘에서 개최된 COP30은, 아마존을 지탱하고 자연과의 공존을 도모해온 원주민을 실질적인 기후 변화 논의의 장에 참여시키고, 아마존 보호를 위한 걸음을 내딛는 의미도 가진 COP입니다.

원주민, 그리고 여성

여성 또한 COP30에서의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기후재난은 모든 사람에게 고통을 주지만, 그 고통은 모두에게 동등히 돌아가지 않으며 특히 여성은 기후재난에 더 크게 노출됩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돌봄과 집안일에 대한 부담은 여성에게 가중돼 있습니다. 남성들은 경제적 기회를 찾아 이주가 비교적 자유롭지만, 여성은 돌봄과 집안일 부담으로 극심한 기후재난 시에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이주하는 데에 제약이 존재합니다. 또한 가뭄·불규칙한 호우 시엔 여성은 오랜 길을 걸어 물을 길러와야 하며 기후재난이 극심해질수록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동시에 여성은 성폭력과 착취에 더 크게 노출됩니다. 기후재난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여성은 성적으로 착취당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기후변화로 야기되는 빈곤은 아이를 팔아 돈을 벌거나, 더 좋은 환경으로 아이를 보내기 위해 여아들의 조혼을 가속화시킵니다.

이들에게 ‘REAL ADAPTATION’이 필요한 이유

GEYK는 브라질 현지 시각 기준 지난 11일 ‘여성과 원주민, 그리고 행동으로서의 적응(Making Adaptation Real: Women and Indigenous Leadership in Turning Climate Commitment into Action)’ 세션에 참관했습니다. 해당 세션은 COP30의 주요 아젠다인 원주민과 젠더가 함께 다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으며, 브라질 아마존의 원주민이 패널로 나와 여성과 원주민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나아가 저에게 이 세션이 특별히 중요했던 이유는,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현실을 겪고 있는지, 그리고 그 현실이 왜 국제 기후정책에서 중심에 놓여야 하는지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적응을 단순한 기술이나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과 원주민의 지식·노동·전통·삶의 구조 전체가 연결된 행동 그 자체로 바라본 점이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GEYK는 이번 세션을 통해 여성과 원주민의 현실을 단순히 “취약하다”는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왜 그들이 정의로운 기후 적응의 중심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들은 정책의 대상이 아닌 변화의 주체라는 점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브라질 아마존 네그루 강 사진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브라질 아마존에 거주하는 여성 원주민에 따르면 브라질 아마존 네그루 강에는 750개의 원주민 커뮤니티가 존재하며, 특히 기후변화 상황에선 그들의 커뮤니티는 유독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여성은 경제적 수입을 창출하기보단 주로 농업에 종사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등 집안일을 도맡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변화가 심화돼 불규칙적인 홍수가 발생하면 그들이 주로 재배하고 먹는 작물이 모두 휩쓸려 가기도 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전 7시에서 오후 3시까진 이어지던 농작업이 최근에는 너무 더워져 오전 다섯시에 시작돼 열시면 마무리돼야 합니다. 이는 자연히 수확량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원주민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에 브라질에서 바바수 열매를 채취하던 두 여성에 대한 살해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브라질의 원주민,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은 비누나 연고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바바수 오일을 얻기 위해 바바수 열매를 채취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전통 문화를 이어나갑니다. 바바수는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수천명의 여성 공동체가 생존과 문화의 기반으로 삼아온 전통 자원이지만, 최근 농장주나 대규모 기업이 바바수 숲을 막거나 벌채하며 여성들이 영토 접근권을 잃고 심지어 위협받는 경우가 생기며 ‘인권’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단순히 환경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는 생존 방식과 생계 구조, 안전과 권리까지 흔드는 생활 기반의 위기이기에 원주민과 여성에게 ‘적응(Adaptation)’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원주민 공동체는 전통 지식과 자연 생태계에 기반해 삶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상 고온·불규칙한 홍수·가뭄 등 기후 변화는 그들의 삶을 지탱해온 생태적 기반을 무너뜨리며 생계·문화·정체성의 연속성을 위협합니다.

여성은 농작물 재배·식량 준비·가족 돌봄과 같은 역할에 기후 재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더 큰 부담을 지게 됩니다. 또한 원주민 여성은 영토 접근권 제한, 생계 기반 상실, 폭력 증가 등 복합적인 취약성을 겪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응’은 단순히 기후 피해를 견디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넘어, 토지 소유권 보장, 전통 지식의 존중, 안전과 권리의 보장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을 바로잡는 변혁적 접근을 요구합니다. 즉, 원주민과 여성에게 기후 적응은 생존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자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입니다.

국제사회가 이야기해야 할 과제들

브라질 사회경제연구소(Instituto de Estudos Socioeconômicos)의 Sheilla Dourado 정책 자문가가 언급한 “과거 수동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문제들을 직면하고, 변혁적인 적응이 필요하다”라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원주민 공동체의 영토 보장과 토지 소유권 인정(Title of Land)이 기후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브라질 연방 헌법(1988)은 원주민의 영토 권리를 명시하고 있으며 그들의 땅이 침해되지 않을 권리와 영토 관련 결정에서 사전 동의(Free, Prior and Informed Consent)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영토도 여전히 많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단지 “온도 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기반인 영토가 흔들릴 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문제입니다. 

원주민은 전통적 생계 방식, 생물다양성 관리, 종자 보존 등 고유한 지식을 토대로 공동체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지식은 ‘땅이 있을 때’에만 가능합니다. 영토 보장과 토지 권리의 법적 등재는 단순한 권리 보장을 넘어 기후 적응을 위한 선결 조건입니다.

또 하나의 필수 과제는, 독일 측 패널이 강조한 ‘페미니스트 개발정책(Feminist Approach to Development Policy)’입니다. 이 접근법은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선언을 넘어, 기후 적응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는 정책이었습니다. 이 정책에서 중요한 점은, 여성과 원주민을 취약한 피해자가 아니라 ‘기후 해법의 핵심 주체’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지닌 전통지식, 공동체 기반의 의사결정 구조, 생물다양성과 영토를 관리해온 방식은 기후 적응이 현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자원입니다. 따라서 성인지적(Gender-Responsive)이고 지역주도형(local-led) 기후 적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특히 원주민 공동체의 경우, 그들의 지식은 영토가 있을 때만, 그리고 그들의 결정권이 존중될 때만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이 정책은 “여성을 돕자”가 아니라 권력 관계를 재편하고, 불평등의 뿌리를 바로잡고, 기후 적응의 중심을 공동체로 재배치하는 구조 전환 전략입니다.

패널은 이러한 접근이 실제 정책과 재정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독일 정부는 ‘ANMIGA(Association of Indigenous Women Warriors of Ancestry and Miga, 브라질 원주민 여성 네트워크)’와 같은 브라질 현지 조직과 직접 협력하며 토착적 전통의 지식을 기반으로 생물다양성·종자 관리·생계 전환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내용은 결국 기후금융의 ‘접근권’ 문제로 이어집니다. 그들은 여성, 원주민, 지역 공동체가 재정을 직접 받을 수 있는 Direct Access 메커니즘을 확대하고 있으며 ‘Forest and Territorial Funds’ 같은 기금을 통해 자금이 실제로 가장 필요한 공동체에 닿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진행 중임을 강조했습니다.

Making Adaptation Real: Women and indigenous Leadership in Turning Climate Commitment into Action 패널 토론 후 세션 마무리 모습 [사진 제공=GEYK]

이번 COP30는 원주민의 기후변화 정책 결정 과정에의 참여에 대한 보장과 이행이 주요 논제로 떠올랐고 약속됐습니다. 공식적으로 약 2,500명 규모의 원주민 대표가 COP30에 참여했으며 이는 COP 역사상 최대의 규모이지만, 실제로 참가자 중 협상(Blue Zone)에 접근해 협상 과정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원주민은 약 360명, 즉 참여한 원주민의 14%에 그쳤습니다. 나아가 행사 도중에 원주민들의 시위도 이어졌습니다. 아마존 유역의 자원 착취에 반대하며 원주민 토지 권리를 요구하던 이 시위는 COP에 대한 불충분한 원주민의 접근성의 결과로 나타난 것입니다.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삶의 기반과 권리를 위협하는 생존의 문제이며 누구보다도 가장 오래도록 자연과 공존해온 원주민과 여성들의 참여와 주체적 역할 없이는 진정한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이번 COP30에서 드러난 과제들을 바탕으로, 국제사회가 정의롭고 효과적인 적응 정책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