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기업경기, 반도체가 견인…13개월 래 최고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기업 체감 경기가 한 달만에 반등해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회복했다. 반도체가 제조업 상승세를 견인했고, 비제조업도 소비 심리가 회복되며 개선됐다. 다만 수출·대기업은 개선된 반면, 내수·중소 기업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6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1.5포인트 오른 92.1을 기록했다. 한 달 만에 오름세로 지난해 10월(92.5)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직전 최대 상승 폭은 올해 5월 기록한 2.8포인트 상승이다.
CBSI는 기업 심리의 종합적 판단을 위해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지수(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를 산출한 심리지표로 지난해 6월부터 신규 편제됐다.장기평균치(2003년 1월~2023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해 이보다 크면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제조업 기업 심리지수는 92.7로 전월대비 0.3포인트 올랐다. 제품재고, 업황, 생산이 주요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비제조업은 전월대비 2.3포인트 오른 91.8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92.5)이후 최고다. 자금사정(1.0포인트)과 채산성(1.0포인트)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규모와 형태별로는 차이가 있다. 대기업은 95.8로 전월대비 0.7포인트 올랐지만, 중소기업은 88.7로 0.5포인트 하락했다. 수출기업은 98.3으로 1.5포인트 상승했다. 내수기업은 89.6으로 0.7포인트 빠졌다.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제조업 실적은 전자·영상·통신장비, 금속가공, 석유정제·코크스 등을 중심으로 개선됐다. AI(인공지능) 산업 활성화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과 수출 호조세, 조선사 및 해상풍력 발전소 관련 수주 증가, 유가 하락에 따른 정제 마진 증가 등의 영향이다.
11월 업황BSI는 70으로 전월보다 2포인트 올랐으며 생산BSI 역시 1포인트 오른 80 수준이다. 매출BSI와 신규수주BSI는 모두 1포인트 내려 각각 77, 76를 보였다.
경영애로사항으로는 내수부진의 비중이 가장 높고,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수출부진이 뒤를 이었다.
비제조업 실적은 도소매업, 정보통신업, 운수창고업 등을 중심으로 개선됐다. 도소매업은 의약품과 농산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정보통신은 게임업체를 중심으로 개선됐다. 운수창고업 실적 개선세는 국제운임 반등과 유가 하락 등에 따른 유류비 감소에 기인했다.
12월 전망은 11월과 동일했다. 다음달 기업심리지수 전망은 전월과 동일한 91.1로 조사됐다. 제조업은 전월대비 전월대비 0.9포인트 하락한 91.7로, 비제조업은 전월대비 0.5포인트 상승한 90.7로 조사됐다.
다음달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 전망은 고무·플라스틱, 기타 기계·장비,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악화됐다. 비제조업 전망은 도소매업,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 전기·가스·증기 등을 중심으로 개선됐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11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에 비해 0.3포인트 하락한 94.1을 기록했다. 순환변동치는 94.6으로 전월보다 0.8포인트 올랐다.
경영애로사항으로는 내수부진의 비중이 가장 높고,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인력난·인건비상승이 뒤를 이었다.
한은 이혜영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영업일수가 회복된 가운데 반도체 호황 지속 등으로 개선됐다”면서도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전월대비 상승해 전산업 기업심리지수가 소폭 상승했지만, 장기 평균을 하회해 아직 좋은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환율은 이번달과 다음달 전망에 자금 사정 쪽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는데, 같은 업종이라도 수출 비중이 높은 곳은 상황이 안 좋았다”면서 “관세 협상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소비자심리는 반등했지만, 15%의 관세라는 부분에 기업들의 부담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