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司 대선개입’ 진실게임 해넘기나

軍 “대선개입 없었다”野 “국민우롱 부실수사”

2013-12-23     홍상현 기자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지난해 대선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댓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지난 12월 19일 군수사당국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 여야간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일명‘작전폰’으로 민감한 대선 이슈들에 대한 포털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는 문제를 제기해 또다시 파문을 몰고 왔다.

새누리당은 2개월여 걸친 철저한 수사에 호평을 내놓으며 민주당을 향해 불필요한 정쟁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반면 민주당은 과장급 심리전단장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려는 ‘꼬리자르기’ 수사라며 특별검사에 의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연이어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대선전 심리전단 요원을 2배로 확충하고, 이들에게 일명 ‘작전폰’을 지급해 대선 이슈기사를 다룬 언론사의 포털 기사에 집중적으로 댓글을 올린 정황이 드러나 정국은 또다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대선불복’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버司중간수사결과“대선개입없었다”
심리전단장직위해제, 요원10명형사입건

국방부 조사본부(이하 조사본부)는 지난 12월 19일 오전 10시 30분 기자회견을 열어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본부는 이날 이 모 사이버심리전 단장을 직위해제하고 요원 10명을 형사입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국가안보 및 국방정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군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행위는 있었으나 대선에 개입했거나 국정원과 연계된 사실은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백낙종 조사본부장(육군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사이버심리전 단장은 NLL, 천안함 폭침, 제주 해군기지 등과 같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대응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무 범위를 일탈해 ‘대응작전간 정치적 표현도 주저마라’는 등 과도한 지시를 했다”며“단장 본인도 인터넷 계정에 정치관련 글 351건을 게시하면서 이를 다른 요원들이 대응작전간 활용하도록 유도했고 수사가 시작되자 작전보안차원에서 서버에 저장된 관련자료 등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고 이같이 밝혔다.

이어 “심리전단 요원들은 단장으로부터 지시된 모든 작전을 정상적인 임무로 인식하고 SNS, 블로그,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모두 28만6000여 건을 게시했고, 이중 정치관련 글은 1만5000여건이며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을 언급해 옹호 및 비판한 것은 2100여 건이었다”고 발표했다.

다만 당초 징계가 예상됐던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과 옥도경 현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에 대해서는 정치 관여 지시를 한 적이 없었다며 관리 감독 소홀 책임만을 물어 징계 수준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백 본부장은 “전·현직 사이버사 사령관이 심리전 단장에게 정치관여 지시를 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관여 행위를 예방하지 못하고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며 “사령관들은 NLL 등 특정사안에 대해 심리전 대응작전결과 보고 시 정치관련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었으나 이를 간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직 사령관도 현재 수사 중 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사가 마무리 될 때 미리 예방하지 못하고 감독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어느 수준으로 물어야 할 것인지 검토해 국방부에서 처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대선개입 지시와 관련해 백 본부장은“대선개입 관련 군내·외부의 지시, 국가정보원과 연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통화내역, 이메일, 관련 문서 등을 분석하고 관련자 소환조사 등 입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대선개입관련 지시나 국정원과의 연계와 관련된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과 국외 적대세력의 대남선전선동에 대응하고 국가안보 및 국방정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군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행위는 있었으나 대선에 개입한 것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같은 단장의 일탈행위는 군형법 제94조‘정치관여’와 국가공무원법 제 65조‘정치운동의금지’,‘ 군인복무규율’,‘ SNS 행동강령’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심리전 단장을 군 형법상 ‘정치관여’, 형법상 ‘직권남용’과‘증거인멸교사죄’를 적용해 형사입건하고 19일부로 직위해제했다. 요원들은 댓글 횟수, 내용 등을 고려해 우선 10명을 형사입건하는 한편 빅데이터를 이용한 분석을 통해 삭제된 게시물을 추출하고, 리트윗 확산경로를 추적하는 등 철저히 수사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재발방지 대책과 관련해서는 백 본부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리전 수행지침을 보완해 정치적 중립 적용 기준을 강화하고 사이버심리전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실시간 감시.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것이다. 실시간으로 작전여부도 감시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보강할 계획”이라며 “북한과 국외 적대세력의 사이버위협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사이버전수행 체계를 제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국방부 차원에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사본부는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이버사령부의 정치적 댓글 의혹이 제기되자 10월 15일부터 심리전단 전 요원과 지휘계선 등 관련자 전원을 대상으로 조직적 정치개입, 국가정보원을 포함한 타 국가 기관과의 연계성 등에 중점을 두고 ID 및 IP추적, 디지털 포렌식(컴퓨텁법의학), 통신자료 분석, 사회관계망 분석, 관련서류 검증, 압수수색, 소환조사 등을 벌였다.

이를 위해 군 검찰과 공조하고 민간 사이버 전문가 및 전문 업체의 기술협조를 받아 총선과 대선이 있었던 2012년은 물론 사이버사령부가 창설된 2010년 1월11일부터 의혹이 제기된 2013년 10월15일까지의 모든 기간을 대상으로 수사했다.

하지만 심리전단장을 비롯한 핵심 관계자들이 불구속 기소되고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개입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림에 따라 수사결과를 둘러싸고 민주당 등 야권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이버司, 대선개입 없었다더니…
대선 두 달 전 요원 2배 확충


국군사이버사령부가 20일 민주당 진성준 의원에게 제출한 ‘530단 사이버 업무지원 통신료 지급 내역’에 따르면 사이버사령부는 2011년부터 2012년 9월까지 매달 61대의 휴대전화 통신료를 지급했지만 다음 달인 10월부터 132대의 통신료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선을 두 달 앞두고 통신료 지급 인원을 두 배 이상 늘린 것이다.

또 진 의원이 공개한‘작전폰 지급 기준.현황’에 따르면 사이버사령관은 심리전단 전원에게 컴퓨터 외에 작전폰(스마트폰)을 1대씩 지급했다.

작전폰 지급 기준도 사령관, 530단장 등 530단 부대원들로 전해졌다. 사령관과 심리전단 요원에게 지급된 작전폰은 한 통신사의 군 할당 국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이버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 군에 지시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용 지침’과는 다른 별도의 ‘작전폰 운용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진 의원은 “대선 직전 사이버심리전단이 2배 이상 대폭 확대된 것은 대선에 개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국방부는 대선을 앞두고 충원된 71명 요원 중 신규 채용 군무원 47명 외에 24명을 충원한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어 그는 “사이버심리전단 인원 확대는 3급 군무원인 심리전단장의 소관이 아닌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승인과 당시 사이버사령관이었던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의 집행이 필요한 일”이라며 “이는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불법적인 대선개입을 지휘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전날 발표된 국방부 조사본부의 중간수사결과에 관해선 “연제욱 비서관이 쓰던 작전폰을 수사하지 않은 수사는 거짓 수사”라고 혹평하며 “즉각적인 특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 심리전단요원들이 카페 등을 돌아다니면서 추적을 따돌리는 등 원시적인 방법을 썼다면 국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요원들은 스마트폰 테더링 등 기술적인 방법으로 추적을 따돌리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이버사령부는 요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해 24시간 대응 체제를 갖췄다. 온종일이 업무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또 “작전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자료를 복원해 수사하면 사이버사령관과 심리전단장간 연락체계와 활동방식 등을 밝혀낼 수 있는데도 이번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를 누락했다”고 비판하며 “국방부 조사본부의 수사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군 검찰에 송치해도 보나마나 뻔하다. 독립적인 특검을 도입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노무현 이름만 들어도 
이가 갈리는데 문재인이라니”


또한 진 의원은 심리전단 요원들이 사령부로 지급받은‘작전폰’을 이용해 대선 관련 기사에 집중적으로 댓글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이 심리전단 요원들의 아이디를 확보해 포털 언론사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한 결과, 요원들이 작전폰을 통해 대선후보 TV 토론, NLL 문제, 후보단일화 등 민감한 대선 이슈와 관련된 보도에 단 댓글들은 노골적으로 박근혜 후보의 편을 들거나 문재인, 이정희 후보를 거칠게 비방했다.

이는 조사본부의 수사 결과 “(심리전단 요원들이) 북한과 심리전을 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의원을 일부 거론한 것이지 대통령 후보에 대해 대선에 개입할 의도나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부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21일 <한겨레> 단독보도에 따르면 사이버사 소속 군무원인 A씨는 지난해 11월 27일 네이버에 올라온 <연합뉴스> 기사에 “엔엘엘에 대한 사수 의욕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유사시에 북한에 나라를 내주는 꼴이 될 것은 뻔한 이치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A씨는 또 20시간 뒤 zlrun, ekfflal 등의 아이디를 번갈아 사용해 같은 기사에 “대통령이 될 사람이 모호한 안보관을 가지고 있다면 국민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등 문재인 의원을 겨냥한 댓글을 6~9분 간격으로 3개 올렸다.

A씨는 앞서 11월 21일에도 후보 단일화와 관련된 <한겨레> 기사에 “내가 김대중, 노무현 이름만 들어도 이가 갈리는데 문재인이라니”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심리전단 소속인 B 중사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첫 TV 토론을 보도한 12월 4일 <연합뉴스> 기사에서는 “솔직히 이정희는 철딱서니없이 대드는 걸로만 보이던데? 문 후보는 답변 짧고, 박 후보는 답변 길고, 이정희가 멀 먹거나 작정하고 나온 거 같은데 자길 깎아내리고 나한테 박근혜 뽑으라고 말하는 거 같더라”는 댓글을 달았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매체는 이 기사에 심리전단 요원들도 많은 댓글을 달았다고 폭로했다. lee****라는 아이디의 요원은 새벽 2시 46분 “뇌물하면 다이쥬와 뇌물현을 빼놓으면 섭하제?”라며 노무현 대통령과 문 후보를 연관시키는 듯한 댓글을 남겼다.

이어 5분 뒤인 새벽 2시 51분에는 “니들 머리 위에 북한 핵 떨어질 때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보자. 장차 나라의 안위가 걱정이다 풍전등화로구나”란 댓글을 달았다.

kino****라는 아이디의 C 중사는 “이정희가 함께 월북하자 한다면? 갈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만 이정희를 감싸 안으세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사이버司수사, 여야 시각차 커
민주“꼬리자르기 부실수사”
새누리“수사결과에 존중”

민주당이 군의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의혹사건 자체 수사결과 발표에 발끈했다. “꼬리자르기부실수사”, “ 국민우롱·모욕”이라고 맹비난하며 특검당위론을 내세워 특검 도입에 전력을 쏟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12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사본부 수사결과는 ‘정치개입 댓글은 있었지만 대선개입은 아니었다’는 것’이라며 “과장급 심리전단장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전형적인 꼬리자르기 수사이자 축소 왜곡 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역사에 죄지은 자들은 꼬리를 자른다고 몸통이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특검을 통해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며 “역설적으로 왜 특검만이 해답인지를 말해주고 있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국가정보원과 청와대의 연계성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관련자 모두가 개인적 일탈이었다는 황당한 수사 결과는 국민에게 모욕감을 안겨줬다”며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사건은 군이 우리 국민과 헌법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것과 같은 심각한 헌정 유린 사건이다. 특검 도입을 통해 반드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국민을 우롱하는 노골적인 몸통 면죄부였다”며“몸통은 고사하고 깃털조차 뽑지 못하고 오히려 깃털을 달래느라 급급했던 달래기 수사”라고 비난했다.

전 원내대표는 “정치개입은 맞는데 대선개입은 아니라는 것은 무슨 궤변인가. 훔치긴 했는데 도둑질은 아니라는 것과 똑같다”라며 “투명한 진상규명을 위해 즉각 특검 수용만이 유일한 해법이란 것이 그대로 입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대체로 말을 아낀채 수사결과를 존중한다며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12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해 “조사본부는 2개월여에 걸쳐 철저한 수사를 해왔고 일선 심리전단요원은 물론 지휘계통 관련자 모두를 소환해 조사했다”며 불필요한 의혹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운 수석은 민주당을 겨냥해 “민주당의 특검 주장은 편향된 가설을 전제로 한 일방적인 의혹 확산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아니면 말고 식 무작정 의혹퍼뜨리기는 그만해야 한다. 댓글 정쟁을 접고 민생 경쟁에 몰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