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1년-경제]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결국 선거전략 성격”
경실련 ‘민생과 경제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개최
비전·수단·인재의 부재
정권·관료 조직 간 분업실패…관료 무기력과 자의성 띄어
정부 추진시스템 정비 시급
【투데이신문 한규혜 기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지난 24일 오후 2시 박근혜 정부 1년 평가 토론회를 개최해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그 두 번째 논의로 “박근혜 정부 1년 민생과 경제 어떻게 볼 것인가?”는 주제 하에 경제 분야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이자 경실련 상집위원장인 김호균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전성인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은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유철규 교수와 KDI 선임연구위원 임영재 위원,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홍헌호 소장, 한국경제연구원이자 공공정책연구실장 송원근 소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의 비전과 내용을 부족하다는 점에 동의했고, 지난 1년을 돌아보고 한국의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가에 대해서 논의했다.
경제민주화 공약 퇴조…창조 경제 본질 모호
발제를 맡은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박근혜 정부 1년을 기조적으로 공약이 후퇴한 시기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경제민주화 공약 등이 퇴조됐다”며 “상반기를 지나면서 완연하게 과거 경제운용 정책으로 회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규 순환출자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지만 기존 출환출자의 점진적 해소 유도 부분은 가시적 성과나 로드맵이 없다”면서 “자회사 및 손자회사의 지분소유 상환 강화도 부분적으로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창조 경제의 본질이 모호하다”며 “창조경제가 기술혁신이나 벤저기업 지원 외에 어떤 내용을 내포하는 지 불분명하고, 규제완화만으로 창조경제가 융성할 것인지도 더욱 불분명하다”고 비난했다.
또한 전 교수는 STX, 동양 등 중위급 재벌기업의 부도와 최근 발생한 신용정보 유출 사태를 들며 “경제팀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이견에 따른 비판보다는 무능에 기인한 비판의 대상”이라며 사건 사고의 빈발과 경제팀의 무능을 꼬집었다.
전 교수는 일감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대기업의 부당 하도급 거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 교수는 “부당지원행위의 설립요건을 종전의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로 변경하고 거래관계가 없는 특수관계인을 매개로 해 거래하는 소위 ‘통행세’ 금지를 신설해 재벌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와 대기업의 부당 하도급 거래 일부를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도급 거래에서 지난 1년간 경제 민주화 부분에 관한 언급이 많았다”며 “야당에서는 을지로위원회도 성립하고 여러모로 노력을 많이 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남양유업 사태가 도화선이 돼 시민들의 정의감, 공동체의식을 불러일으켰지만 하도급 거래 관행 규제는 전반기까지만 추진되고 여당도 야당도 6월 임시국회 이후 손을 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하고 있는 성과 공유제(하청 중소기업의 이익을 원청 대기업과 나누는 것)는 자동적 납품단가 후려치기다”며 “이윤 공유제(원청 대기업의 이익을 하청 중소기업과 나누는 것)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국민행복기금이 완전히 실패했다며 비난을 이어갔다.
전 교수는 “국민행복기금은 당초부터 문제가 많았고 결국 채권자 추심대행기구로 전락했다”면서 “기금에 탕감한 부채 중 심지어 면책채권도 포함돼 있었던 것은 이 제도가 채무자를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부동산 정책은 경기 부양으로 집 갖고 있는 사람과 그들에게 빚을 내준 금융기관을 위한 정책이다”며 “이러한 추세에 빚을 내 집을 산 구입자가 매각 절벽에 직면할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가”반문했다.
이어 전 교수는 정부의 공개업 개혁은 무늬와 실질이 괴리를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공기업 과다 채무의 원인 중 상당부분이 과거 재정적자의 왜곡된 은폐 결과임에 대해서 외면하고 있다”며 “공기업 개혁이 자칫 공기업의 부채 축소와 이윤창출 증가로만 귀결될 경우 공기업의 존재 이유 자체가 위협받을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전했다.
또 “민영화와 규제완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크게 부족하다”며 “철도 민영화, 의료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미흡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신용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매뉴얼이나 감독 원칙상으로 존재하는 규제가 현실에서 준수되고 있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이지만 사고 발생 후 금융위의 행동은 비판의 여지가 농후하다”며 “금융위는 신용정보 관리의 최종 책임을 지고 있는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제재는 회피하고 당사자인 카드사만 제재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말을 맺으며 1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비전의 부재, 수단의 부재, 인재의 부재로 요약했다. 그러면서 창조 경제의 내용이 모호한 점과 규제완화라는 수단의 부적절성, 최종적으로 경제팀의 무능이 시급히 해결 되야 할 최단기 과제라고 설명했다.
경제팀 무능 드러낸 지난 1년
토론에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유철규 교수는 지난 1년간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의 무능함과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가 갖고 있는 한계점을 꼬집었다.
유 교수는 “정부의 국정철학 등을 관료조직에게 맡겨 많은 관료들이 밤을 새 ‘창조경제’를 제시했다”며 “이는 정권과 관료 조직 간의 분업실패로 관료의 무기력과 자의성을 띄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는 선거 전략으로서의 성격을 띈다고 유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취임사와 국정과제에서는 국민의 정부가 내세운 ‘지식기반경제’, 참여정부가 제시한 ‘혁신주도형경제’나 ‘동반성장’, 이명박정부의 ‘추종자에서 선도자로의 전환까지’ 포괄했다”며 “십 수년간 한국사회에서 나왔던 모든 대안을 다 끄집어내 사용했고 이렇게 오염된 언어들은 다음에 다시 쓰기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경제양극화 등 구조적 원인에 초점 맞춰야
임영재 KD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경제 문제를 의사와 환자에 비유한다면 근본적 치료가 아닌 증상적 노력에만 급급하다 큰 병을 키우는 격이다”고 했다.
임 위원은 “현재 한국 경제사회의 저변을 뿌리째 위협하고 있는 도전 중 하나는 경제 양극화가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것 이라는 사실이다”며 “이러한 한국 경제 사회 저변의 위기는 2012년 경제민주화에 대한 정치적 욕구의 분출로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또 “이러한 도전에 대한 정부 정책은 구조적 원인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증상에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2000년대 이후 누적되어 온 우리나라 중소기업 정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경쟁력이 없는 다수의 중소기업들을 정치적인 이유로 연명시켜준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 결과 중소기업지원에 투입된 많은 예산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수단이 되지 못하고 마치 밑 바진 독에 쏟아 부은 물처럼 되고 말았다”며 “재벌 대기업의 하청기업에 대한 낙수효과를 키우기 위한 정부정책의 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나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의 하나도 바로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들의 구조조정이다”고 주장했다.
임 위원은 “박근혜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 정책수단 중 하나로 규제개혁을 준비하고 있다”며 “통상적인 규제개혁이 아닌 경제양극화에 대한 처방으로서의 규제개혁이 되어야 하는 만큼 지금 현상태에서는 우선 정부 추진시스템에 대한 정비가 시급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의료민영화, 서비스업 생산성에 대한 몰이해
홍헌호 소장은 ”부동산 규제 완화와 서비스업 의료민영화 등으로 국정 평가에 점수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이 먼저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홍 소장 “의료 민영화는 초미의 관심사고 본인 역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에 따르면 미국식 의료체제로 전환하려면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아니라고 하지만 시민단체 측에서는 정부가 지금 의료민영화로 갈 수 있는 중요한 말미를 터뜨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법에 다르면 비영리법인의 경우 수익 대부분이 인건비나 운용비로 쓰여지고, 남는 수익이 있다면 비영리법인의 고유목적사업, 즉 교육이나 의료에만 재투자하도록 법제화돼 있다”면서 “그러나 정부의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 문건(2013.12.13)에는 의료법인에게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고 그 자법인으로부터 수익의 일부가 법인 외부로 유출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민자사업과 비슷한 성격을 띄게 된다”며 “정부가 의료법인의 영리화를 허용한 것이며 영리병원을 허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정부의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투자회사들이 자법인 수익을 외부로 빼돌릴 것으로 홍 소장은 예상했다.
홍 소장은 “정부가 의료민영화에 신경쓰게 된 배경에는 서비스업 생산성에 대한 몰이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관료들은 우리나라 서비스업 생산성이 선진국의 절반 이하라며 의료 민영화 등 서비스업 규제완화에 집착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1인당 GDP가 선진국의 절반인 상황에서 우리나라 1인당 생산성이 선진국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OECD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제조업 비중은 28.1%로 중위권인 스웨덴의 15.5%보다 12.6% 포인트 높고, 서비스업 비중은 60.3%로 비중이 중위권인 스위스의 71%보다 10.7% 포인트 낮다”며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난 원인은 상대적으로 제조업 비중이 높은 데 따른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의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것은 과도한 의료비에 기인한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과중한 의료비를 부담시켜 서비스업 비중을 높인 미국을 부러워하는 한국의 일부 경제관료들과 관변 학자들의 의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서비스업 비중이 낮은 것은 정부의 공공복지지출 비중이 낮기 때문”이라며 “OECD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율은 9.2%로 OECD 평균 22.1%에 비해 12.9% 포인트 낮다”고 전했다.
또 “우리나라도 정부의 공공복지지출 비중을 꾸준히 높일 경우 서비스업 비중도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혁신 부족이 규제개혁으로 이어져
송원근 연구실장은 “참여정부, MB에 걸쳐 있었던 경제 성장전략들은 지속성장 가능하지 않았고, 이어 나온 박근혜정부 성장론에 대해 내용이 없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할 수 있는 혁신이 많지 않다”며 “그에 따라 규제개혁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창조경제의 본질이 모호하다는 부분에 있어서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