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김무성, 당청갈등 폭발
한숨 쉬고 답답하고 억장이 무너지고
박 대통령 가이드라인 제시...김무성 “어쩌라고”
공무원연금 개혁 놓고 당청관계 삐그덕삐그덕
해법은 제시 않고 충돌만 일삼고 있어
앞으로의 당청관계 걱정, 국민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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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김무성 단독회동 | ||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관계가 미묘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밀월관계를 유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 여야 합의안 도출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숨’을 쉬고, 김무성 대표는 ‘답답하다’고 표현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당청관계는 갈등 관계로 전환되는 분위기이다. 이를 해결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편집자주>
【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밀월관계 기간이 있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는 상당한 위기를 겪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과 새누리당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로 인해 4월 재보선 참패 위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4월 재보선 압승이라는 성적표를 거두면서 기사회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했고, 덩달아 새누리당 지지율과 김무성 대표의 지지율도 상승했다.
밀월관계였던 朴-金
4월 재보선은 김무성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협력관계가 조화를 잘 이룬 선거라고 할 수 있다. 김무성 대표가 보궐선거 지역을 누비며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다니면서 ‘선거의 남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은 것에 빗대 만들어진 별명이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와병정치’를 통해 보수층의 결집을 이뤄냈다. 그로 인해 4월 재보선의 압승을 거둬낸 것이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밀월관계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더욱이 김무성 대표는 아직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필요하다. 현재 김무성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제치고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아직 굳건한 지지율은 아니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층과 김무성 대표의 지지층이 상당수 겹치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모두 밀월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다. 미래권력이 현재권력에 대항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옛말에 대통령이 차기 대권주자의 당선을 결정하기는 어렵지만 차기 대권주자를 낙마시키는 것은 쉽다는 말이 있다. 즉,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미래권력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는 밀월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둘 사이의 관계가 언젠가는 서로 각자의 길을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것이 시기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시기가 너무 빨리 도래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흡사 앙숙이 된 것처럼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숨’이란 표현을 했고, 김무성 대표는 ‘답답하다’고 표현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4월 재보선 승리에 도취했던 그들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충돌한 것이다. 이 충돌은 비단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개인의 충돌이 아니라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충돌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도 서로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격한 용어를 써가면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만큼 사안은 심각한 수준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충돌하는 당청
논란의 핵심은 ‘공무원연금 개혁 여야 합의안’이다. 지난 2일 김무성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함께 공무원연금 개혁 여야 합의안에 ‘싸인’을 했다. 난항에 난항을 겪고 있던 공무원연금 개혁이 여야 합의를 통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청와대가 ‘월권행위’라면서 크게 반발한 것이다.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의 세부규칙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내용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관한 합의만 이뤄낼 것이지 국민연금 개혁까지 손을 댄 것을 두고 청와대가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가 발끈하자 김무성 대표는 ‘월권행위’가 맞다면서 인정을 한 듯 했다. 그러면서도 여야 합의 정신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황은 또 다시 바뀌었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연금 개혁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새누리당 내부는 분열을 일으켰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정신을 강조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 여야 합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친박계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명문 규정화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결국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통과하지 못했다. 상황은 그렇게 종료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 여야 합의 과정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김무성 대표가 야당과의 협상 과정을 청와대가 사전에 알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계속적으로 청와대가 야당과의 협상 과정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은평포럼 조찬경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충분히 상의해서 결정된 것이라면서 사전 인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전에 인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최종 합의안에 명목소득 대체율 50%가 명기될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김무성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로 인해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가 진실공방을 벌이는 형국이 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야당과의 협상 과정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위원장이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정무특보로 임명한 사람이다. 정무특보의 역할이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소통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거짓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사전에 인지했는지에 대한 진실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갈등은 ‘사전 인지 여부’ 공방을 끝으로 소강상태에 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결코 끝난 갈등은 아니었다.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는 정면충돌 양상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빚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외면하면서 국민에게 세금을 걷으려고 하면 너무나 염치 없는 일이라면서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지연을 두고 ‘국민의 허리를 휘게 하는 일’ 혹은 ‘미래세대에 빚더미를 물려주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급기야 “하~~ 이것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라면서 8초간 말을 아끼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공무원연금 개혁 우선 처리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여야가 합의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김무성 대표를 더욱 압박하는 모양새다. 사실상 지침이 내려온 것이다.
해법은 어디로
이에 대해 김무성 대표의 반격이 시작됐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2일 통일경제교실 행사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협상가에게 재량을 주지 않는 협상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협상재량권’을 달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결국 야당과 협상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또한 김무성 대표는 13일에도 청와대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퓨터라이프포럼’ 세미나 모두발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무회의 주재한 자리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만 생각하면 한숨이 난다”며 정치권을 비난한 것에 대해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어찌해서 국민들에게 ‘하나마나 한 맹탕 개혁’, ‘졸속’, ‘비열한 거래’ 등 이런 말로 매도당하는지 정말 기가 막힌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더욱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청와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무성 대표는 “(공무원연금 합의문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비판하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며 “더 이상 내용을 잘 모르면서 무책임하게 잘못된 것처럼 국민을 속이는 그런 주장은 중단돼야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야당과의 협상테이블에서 얻어낼 것을 얻어내고 양보할 것은 양보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김무성 대표에게 협상재량권을 아예 주지 않는 방식으로 간다면 야당과의 협상 자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야당과 협상이 힘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청와대가 새누리당에게 일일이 지시하는 것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야당과 협상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이럴 바에는 차라리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야당과 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를 한 자리에 불러서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금처럼 김무성 대표 뒤에서 일일이 지시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결국 당청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명확한 자신의 입장도 없이 비평가의 모습으로 정치논평에 그친다면 협상 당사자인 김무성 대표는 죽을 맛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이야기를 해야 그에 해당하는 협상을 할텐데 정치평론만 하면서 오히려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새누리당 내부에 불만이 쌓이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새누리당을 향해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흡사 제왕적 모습을 보이려고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여야 협상에는 재량이 필요한데 그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청와대 거수기 노릇을 해야 하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야당은 협상파트너를 김무성 대표 혹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과 해야 한다는 조롱섞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서 야당과 협상을 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야당으로서는 청와대가 이미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마당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무성 대표로서는 정치적 입지가 상당히 좁아진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갈등에서 계속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김무성 대표가 불만을 표출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결국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좁아진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과 대척점을 이뤄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무성 대표로서는 이제 기로에 놓이게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당 대표가 되느냐 아니면 자기정치를 위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하는 차기 대권 주자가 되느냐라는 기로에 놓인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후자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대표를 너무 몰아세워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당청이 충돌하게 되면 결국 둘 다 몰락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무성 대표가 돌파구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현재 지지율 1위를 차지하는 미래권력이라고 해도 현재권력을 상대로 정치투쟁을 벌일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9단이다. 잘못 건드리면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생명이 완전히 날라갈 수 있다. 때문에 김무성 대표로서는 답답한 상황이 됐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조만간 타개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이상 청와대에 끌려다니게 되면 의회주의가 상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나 김무성 대표 두 사람 모두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