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삼두정치’ 시대 개막할까

로마 삼두정치, 새정치민주연합 미래 보인다

2015-11-21     어기선 기자
   
 

문재인,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삼두정치’ 제안
박원순, 문안박 연대 받아...현실적인 문제 고려한 듯한 모습

안철수, 24일 최종 결정 내린다...수용? 혹은 탈당?
로마의 삼두정치처럼 결국 용두사미로 끝날 것인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지도체제’를 공식, 제안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9일 이에 대해 화답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안철수 전 대표이다. ‘삼두정치(Triumvirate)’가 과연 내년 총선에서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로마의 삼두정치를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로마의 삼두정치는 ‘공화제’를 끝내고 ‘제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정치형태였기 때문이다.

【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세계사 시간에 항상 배웠던 내용 중 하나가 바로 로마의 삼두정치다. 세 사람이 하는 정치라는 의미이다. 세 명의 권력자가 통치하는 정치체제로 원칙적으로는 세 사람이 동등하게 권력을 나눠 가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일이 드물었다. 우리 흔히 말하는 로마의 삼두정치는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던 시기에 잠시 존재하던 과도기적 체제를 말한다. 제1차 삼두정치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대(大)폼페이우스,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 세 사람의 공동 통치체제였다. 이 체제는 크라수스의 죽음으로 무너졌고 남은 두 사람은 권력을 놓고 서로 싸움을 벌였다. 결국 폼페이우스가 죽고 카이사르가 종신독재관이 되었다. 제2차 삼두정치는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 레피두스 세 사람으로 이루어졌다. ‘공화국 헌법 복구를 위한 3인 위원회(triumviri rei publicae constituendae)’는 원로원이나 민중의 승인 없이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고, 그들은 자신들 마음대로 사법적 결정을 내렸다. 제2차 삼두정치는 레피두스가 일찌감치 떨려 나가고 안토니우스가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끝났다. 옥타비아누스는 이후 황제가 되어 로마 제정 시대를 열었다.

새정치, 삼두정치의 서막

이처럼 로마의 삼두정치는 비극으로 끝났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1월 18일 광주 강연에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 구상을 내놓았다. 일종의 야당식 삼두정치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이끌어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결국 문 대표와 박원순 시장은 다음날인 19일 서울시청에서 청년구직수당 도입과 관련한 청년 간담회 후 40여 분간 결도 회동을 갖고 당 혁신과 통합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키로 합의했다. 이에 문안박 연대 구상은 한 발 앞으로 다가가게 됐다. 그야말로 삼두정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두 사람은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기 위해 중단 없는 혁신과 통합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에 당의 혁신과 통합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헌신해야 한다는 인식을 함께 했다. 아울러 안 전 대표의 근본적 혁신방안 실천이 중요하다는 뜻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이에 박 시장은 현직 서울시장임을 감안해 협력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박 시장은 공동지도체제에 박 시장의 대리인이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니다. 법의 테두리를 지켜야 하니까 합의해나가겠다”고 말했고, 일부 최고위원들이 반발하는 것에 대해 “그건 설득해야죠”라고 대답했다. 삼두정치가 시작되지만 박 시장은 이에 대해 참석은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법 때문에 내년 총선 선대위에 직접적으로 참석할 수는 없다. 따라서 삼두정치라고 하지만 어쨌든 이두정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 삼두정치의 현재

박원순 시장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 이유는 일단 내년 총선이 ‘박원순 심판론’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계속해서 ‘박원순 심판론’을 띄우고 있다. 청년수당제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을 했다.

아울러 ‘I Seoul U’라는 새로운 브랜드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 시장 아들 박주신씨에 대한 병역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자당 소속 후보자들이 당선되기 위해서는 ‘박원순 심판론’을 꾸준하게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으로서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든든한 후원군이 필요하다.

또한 차기 대권을 생각하고 있는 박 시장으로서는 내년 총선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두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공천 지분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박 시장은 사실상 이름만 올려놓고 선거에서 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상당히 크다. 이는 차기 대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박 시장은 삼두정치를 받아들인 것이다.

어쨌든 삼두정치를 문재인 대표가 제안하고 박 시장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이제 남은 사람은 바로 안철수 전 대표이다. 안 전 대표가 과연 삼두정치를 수용할 것인지 여부가 남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만간 안 전 대표가 특단의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최근 측근들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알려졌다. 측근들은 탈당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표와 박 시장이 삼두정치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이제 남은 사람은 바로 안 전 대표가 됐다. 안 전 대표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런 상황이 됐다. 박 시장이 삼두정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아마도 계속해서 버틸 수 있는 동력을 얻었을테지만 박 시장이 삼두정치 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안 전 대표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물론 탈당 등의 극단적인 방법도 있지만 만약 탈당을 하게 되면 정치적 생명이 끝난다는 것을 안 전 대표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삼두정치를 뛰어넘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 않으면 결국 삼두정치 제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삼두정치는 안 전 대표에게는 ‘독이 든 성배’이다. 안 전 대표는 ‘문재인 대체제’로 생각하고 있다. 즉, 문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패배를 할 경우 야권 지지층이 자신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삼두정치에 들어가게 된다면 자신은 더 이상 ‘문재인 대체제’가 될 수 없게 된다. 안 전 대표로서는 문재인 대표를 끊임없이 비판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런데 삼두정치에 들어가게 되면 문재인 대표를 비판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안 전 대표는 자신이 이용만 당하다 ‘팽당하는 것 아닌가’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표로 단일화했을 때 자신은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이용만 당하고 팽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때문에 삼두정치를 시작하더라도 문 대표가 안 전 대표를 팽하지 않겠다는 식의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내년 총선에서 만약 새정치민주연합이 승리했을 경우 그 전리품은 문 대표가 다 챙길 수도 있다. 문 대표의 리더십으로 승리를 했다는 식의 평가가 나오고 자신은 들러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만약 패배할 경우 그 패배의 책임은 고스란히 안 전 대표도 짊어지게 되는 셈이다. ‘문재인 대체재’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패배의 책임을 함께 짊어지게 되면 결국 차기 대권 가도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삼두정치를 하게 된다면 결국 자신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문 대표는 이미 적진에 뛰어들겠다고 공언을 했다. 이에 부산 지역 출마 등을 고려하고 있다. 만약 안 전 대표가 삼두정치를 하게 된다면 역시 서울 노원병이 아닌 험지 출마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즉, 문 대표와 손 붙잡고 부산 지역으로 출마를 해야 한다. 문 대표의 경우 낙선되더라도 그만한 지지층과 친노라는 조직력을 갖고 있지만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에 비해 지지층과 조직력이 약하다. 따라서 안 전 대표는 뱃지를 떼는 그 순간 정치적 생명은 끝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안 전 대표는 삼두정치를 수용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삼두정치의 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전 대표가 삼두정치를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중진들이 계속해서 안철수 전 대표가 삼두정치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진그룹들은 문재인 대표와 안 전 대표를 화해시키기 위해 물밑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김성곤 의원은 “문안박 공동대표 체제의 제안을 환영한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을 적극 수용하고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의 제안을 수락해 당내 혁신과 통합에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마련했다. 그리고 3선 이상 의원들을 대상으로 연판장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중진의원들은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서로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안박 지도체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비주류는 문안박 지도체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문병호 의원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대국민 홍보용 제안으로,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국면돌파용 꼼수로, 보여주기식 연대는 감동이 없다”고 힐난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역시 “문재인 대표가 실현불가능한 해법을 제시해 혼란과 분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일부에서 ‘국면전환용’, ‘시간벌기’, ‘최고위 무력화’ 등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표를 당 얼굴로 해서 연전연패를 하고 총선도 어렵다면 승리의 길로 가기 위해선 문재인 대표가 스스로 결단을 해 48%의 국민적 지지를 받은 대통령 후보의 길을 가야 한다”면서 거듭 사퇴를 요구했다.

더욱이 최고위원들 역시 삼두정치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당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최고위원들과 아무런 상의 없이 당 지도 체제를 바꾸겠다는 독단적인 제안을 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면서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매도하고 혁신 대상이라는 식으로 말한 것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한 사과도 요청하겠다”고 힐난했다.

이 뿐만 아니라 삼두정치라는 것이 결국 ‘부산·경남 출신’의 정치인들이 결국 자신들의 자리를 먹고 먹히는 그런 모습이라면서 반발하는 호남 인사들도 있다. 부산·경남 출신 정치인들이 모여서 당 지도부를 구성한다고 해서 등 돌린 호남 민심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등 돌린 호남 민심을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삼두정치에 반드시 호남 인사가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삼두정치가 성사되더라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로마의 삼두정치는 세 명의 권력자가 통치하는 정치체제로 원칙적으로는 세 사람이 동등하게 권력을 나눠 가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일이 드물었다. 마찬가지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삼두정치는 과연 그 권력을 동등하게 나눠가질지가 의문이다. 즉, 공천권을 과연 동등하게 나눠가질지가 의문인 셈이다. 로마의 삼두정치가 결국 세 사람의 싸움으로 이어지면서 ‘제정’제로 바뀌게 된 것처럼 세 사람이 결국 공천권을 두고 다툴 가능성이 높다. 문 대표는 나눠먹기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세 사람 모두 차기 대권 주자이기 때문에 차기 대권을 위해서는 공천권 나눠먹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공천 지분을 놓고 갈등을 보일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삼두정치의 세 사람은 내년 총선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다. 때문에 이를 두고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도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갖고 있는 해묵은 감정을 벗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삼두정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로마의 삼두정치가 결국 권력은 동등하게 나눌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의 삼두정치가 제대로 이어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로마의 삼두정치를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권력은 절대 나눠먹을 수 없다는 점을 세 사람은 명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삼두정치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