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최대 화두는 ‘심판론’

각종 ‘심판론’에 혼란스런 유권자들, 그들의 선택은

2015-11-21     어기선 기자
   
 

야당의 전매특허 ‘정권심판론’, 이번에도 통할까
새누리당, 정권심판론에 맞서 ‘야당심판론’ 제기

朴 대통령 ‘국회심판론’으로 비박계 바짝 긴장
‘與野 심판론’으로 얼룩질 내년 총선의 승자는

내년 총선의 최대 화두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심판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 때 심판론이라고 하면 주로 ‘야당’의 전매특허나 다름없었다. 야당이 ‘정권심판론’을 외치면 그에 방어하는 차원에서 집권여당은 ‘지역일꾼론’을 내걸었다. 그런데 내년 총선에서는 야당은 또다시 ‘정권심판론’을 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집권여당은 ‘야당심판론’을 외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심판론에 가세하면서 내년 총선은 그야말로 ‘심판론’ 전성시대가 되는 셈이다.

【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선거가 다가오면 야당은 ‘심판론’ 카드를 꺼내든다. 집권여당의 무능을 심판해야 한다면서 야당 후보에게 지지를 보낼 것을 호소한다. 야당의 주요 전략은 ‘심판론’이다. 이에 대해 집권여당은 ‘힘 있는 후보론’ 혹은 ‘지역일꾼론’을 내세운다. 이것이 보통의 선거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野 ‘정권심판’ vs 與 ‘야당심판’

그런데 내년 총선은 약간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집권여당이 ‘야당심판론’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야당이 민생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있다면서 ‘야당심판론’을 꺼내들었다. 즉, 내년 총선 때 민생을 외면하는 야당을 국민들이 ‘표’로 심판해 달라는 것이 야당심판론의 핵심이다. 야당심판론의 핵심기저는 ‘국회선진화법’을 방패막이로 삼은 야당이 민생을 외면하고 자신의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야당을 심판해서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 집권여당이 주장하는 ‘야당심판론’의 핵심이다. 보통 집권여당이 야당심판론을 꺼내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야당심판론이 제대로 먹혀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야당심판론이 내년 총선에 먹혀들어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판단한 근거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이 40%대에 이르는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160석 정도의 거대 여당이지만 국회선진화법에 발목 잡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아울러 최근 재보선에서 연전연승한 자신감도 작동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보수층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보수층만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즉, 보수층 결집만 이뤄내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 야당심판론을 꺼내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야당심판론은 보수층 결집을 위한 구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계파 갈등으로 지리멸렬하고, 정의당 등 소수정당의 지지율이 생각보다 낮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계파 갈등으로 인해 계속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서 야권 지지층은 환멸을 느끼고 있다. 이때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야당심판론을 꺼내든 것이다.

계파 갈등으로 얼룩진 새정치민주연합에 환멸을 느끼는 야권 지지층은 집권여당의 ‘야당심판론’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즉,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면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만큼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 갈등에 대해 야권 지지층도 환멸을 느끼고 있는 형국이다.

대통령은 ‘국회심판론’ 사실상 총선 가세

어쨌든 내년 총선은 야당심판론이라는 과거에 비해 낯선 프레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또 다른 심판론이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국회심판론’이다.

국회심판론의 진앙지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 국회법 개정안 파동 때 “배신의 정치”를 이야기하면서 국민들이 표로 심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진실한 사람만을 선택해달라”고 밝혔다. 이른바 ‘국회심판론’을 꺼내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심판론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야당은 자신들을 심판해달라는 것 아니냐면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심판론에 야당심판론이 포함돼있다는 것이 야당의 생각이다. 하지만 비박계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결국 ‘진실한 사람만 선택해달라’는 이야기는 친박 그중에서도 ‘진박(진짜 친박)’을 지지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호소가 아니겠냐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결국 비박계 현역 물갈이론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비박계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른바 국회심판론을 박근혜 대통령이 꺼내들면서 비박계의 물갈이가 현실화되는 분위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경북에서는 현역 물갈이와 유승민 동정론 사이에서 지역 주민들이 고민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배신한 유승민계 의원들을 모두 갈아엎어야 한다는 목소리와 그래도 유승민 전 원내대표만한 정치인을 성장시키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혼재돼있다. 때문에 국회심판론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심판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여론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구지역 조사에서 정부심판론이 37.8%, 국회심판론이 48.4%로 나타나 혼재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정부심판론과 국회심판론이 혼재되면서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아직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번 조사는 11월 1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고,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가중치 부여를 통해 통계 보정했다. 응답률은 6.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野의 식상한 ‘정권심판론’

때문에 야당이 단순히 ‘정권심판론’만 들고 나올 경우 필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야당심판론’ ‘국회심판론’ 등 심판론 프레임이 혼전 양상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때에 단순히 ‘정권심판론’만 들고 나온다면 결국 야당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심판론이 아니라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심판론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해 야당을 선택해달라는 호소 등으로 정권심판론이 변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찬성여론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내걸면서 정권심판론을 내걸게 된다면 야당심판론과 국회심판론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효능을 발휘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야당은 ‘심판론’을 뛰어넘어 ‘집권플랜’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계파 갈등으로 지리멸렬하기 때문이다. 단일대오를 형성해서 선명야당의 모습과 함께 집권 의지를 강하게 보여줘야 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계파 갈등으로 인해 야권 지지층도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야말로 야당심판론이 딱 먹혀들어가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