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내홍 집중분석]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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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마이웨이, 이제부터 본격적인 혁신이다
한명숙·측근 정리로 문재인의 결심 보여주고 있어
안철수, 탈당과 잔류 사이에…비주류의 속내는 과연
결국 대안은 비대위?…하지만 누구를 앉혀야 할 것인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대위원으로 사퇴를 해야 할지 아니면 ‘마이웨이’할지 고민스런 상황이다. 이제는 분명한 메시지를 표출해야 하는 것이 문 대표의 현 모습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분열하느냐 아니면 통합하느냐는 이제 문 대표의 선택에 달려있다. 또한 이제는 비주류도 결단을 내려야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러다 공멸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새정치민주연합 문 대표의 마이웨이가 굳건하다. 주승용 최고위원에 이어 최재천 의원의 사퇴가 이어지면서 문재인 대표 체제의 변화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의 마이웨이는 분명하다. 당 대표직에서 내려올 생각이 전혀 없다.
일각에서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당무 거부를 놓고 육두문자까지 난무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그 정도로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문 대표의 뚝심과 비주류의 요구가 만나서 한랭전선과 온난전선이 만난 것처럼 폭풍우 속 천둥 번개가 들이치고 있다. 다만 문제는 합의할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즉, 서로가 서로에 대해 총질은 가하지만 이를 갖고 합의할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서로 대척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의 선택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은 ‘팔로잉십’이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 당 대표가 되면 이를 인정하고 승복하는 자세가 돼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된다는 것이다. 2002년 후단협 상황도 그러하고 2008년 상황도 그러하다. 때문에 현재 문 대표가 지지율이 떨어진 것에 대해 비주류가 계속적으로 문제제기 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후단협을 보는 듯하다고 지적한다. 그만큼 당내 상황이 복잡하다. 복잡한 상황의 출발점은 바로 불신에서 출발한다. 지난 2002년 후단협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권을 잡으면서 대북송금을 건드렸다. 그러면서 당내 분란이 계속되고 결국 지금의 당내 분란으로 이어진 것처럼 보였다. 호남 비주류가 주장하는 것을 대북송금 이후에 벌어진 정치적 보복을 친노가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고, 이는 친노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믿지 못하니 결국 계파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연결고리를 누가 끊느냐는 것이다. 비주류는 문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 공천권을 휘두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비주류는 그가 당대표를 내려 놓아야한다고 압박한다. 반면 문 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당무거부 의사에 태연한 태도를 보이며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
비주류가 쓸 수 있는 카드는 극히 적다. 어쩌면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비주류 입장에서는 문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내려오는 것만 원할 뿐이지 그의 정계은퇴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철수계 인사들의 발언을 해석하면 문 대표의 ‘2선후퇴’도 읽혀진다. 이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이 달라질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문 대표가 타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야권 통합을 놓고 말이 많다. 일각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제외하고 야권통합을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천정배 신당과 박주선 및 박준영 신당이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로서는 조금만 버티면 승리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비주류가 문 대표에 대해 계속적인 반발을 보인 이유는 자신들이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현역 평가 하위 20%에 해당할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조금만 버티면 현역 의원들의 평가가 끝나기 때문에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차라리 현역 의원 평가위 활동 점수가 12월 말에 공개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만큼 부담되는 것을 원치 않을 뿐더러 계파 갈등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생각에서다.
또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문 대표가 입장정리를 요청했고. 이에 한 전 총리는 옥중 자진탈당하기로 했다. 이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을 의미한다. 이는 비주류에게는 압박으로 다가갈 가능성이 높다. 이제 남은 것은 비주류의 결단이다. 비주류가 더 이상 문 대표와 같이 갈 수 없다고 한다면 더 힘든 길을 갈 수밖에 없다.
비주류의 도발
일부 비주류는 계속해서 문 대표와 함께 할 수 없다면서 계속적으로 그를 압박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탈당을 시사하면서 칩거에 들어갔다.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문병호 의원은 인터뷰마다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자 안 전 대표의 다른 측근은 문병호 의원 개인의 생각일 뿐이라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는 기존 정치인과 다른 판단을 하기 때문에 당에 잔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으로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문제는 당이 이 같은 상황에 치닫게 된 원인이 무엇이냐이다. 비주류는 문 대표의 독단에 있다고 보는 반면 주류는 비주류의 문 대표 흔들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일단 비주류는 안 전 대표의 결단만 쳐다보고 있다.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외곽에서 천정배 신당, 박주선 신당, 박준영 신당이 창당되고 있다. 하지만 비주류에게는 아직도 이들 정당이 마뜩치 않아 보인다. 때문에 대선주자급인 안 전 대표의 탈당 결단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신당을 창당하기 위해서는 돈, 조직, 대선주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비주류는 이런 세 가지 요소가 없다. 때문에 안 전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끝까지 갈 정도의 의리가 있냐하면 꼭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비주류는 내년 총선에서 자신들의 뱃지에 관심이 있지 차기 대선에서 누가 대선 주자로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별관심이 없어 보인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 만약 안 전 대표가 비주류를 위해 일을 벌일 경우 최종적으로는 팽 당할 우려가 있다고 해석한다.
이처럼 비주류가 각자 생각도 다르고 추구하는 목표도 다르다. 그래서 뭉치기도 어렵다. 문 대표가 그동안 강하게 나왔지만 비주류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결집을 하는 모습이다. 결국 문 대표와 비주류가 당권을 놓고 목숨 건 한판이 벌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당 지지율은 답보 상태이며 내년 총선 밑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없다는 것이다. 당이 둘로 쪼개질 가능성도 높다.
이에 파국은 막고 보자는 노력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그중 가장 유력한 대안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이다. 새정치민주연합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지난 12월 11일 오전 긴급모임을 열어 현재의 지도체제를 대신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공동선대위를 출범시키는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루 전인 10일 수도권 의원들이 문 대표와 안 의원의 공동 지도체제를 제안한 데 이어 문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하는 지도체제 변경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문희상·이석현·박병석·원혜영 의원 등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11일 모임에서 최근 문 대표와 안 의원에게 전달했던 중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중진 의원들은 지난 8일 “두 사람이 합의를 통해 현 지도부를 대신할 비상대책위원회나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 등의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아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전달한 바 있다. 중진들은 11일 모임에서 의견이 모이면 성명도 낼 예정이다. 이석현 국회 부의장은 “두 사람이 아직까지 답이 없다. 현재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앞서 요구한 내용을 공론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중진 의원들의 요구는 현 지도체제를 대신할 비대위를 구성한 뒤에 공동 선대위를 출범시키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사실상 문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사퇴를 전제로 한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문 대표의 사퇴에 방점이 있다기보다 문·안 두 사람이 일단 만나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게 주된 요구”라고 말했다.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두 사람이 합의를 통해 함께 비대위에 참여하거나, 아니면 비대위를 다른 인사들에게 맡기고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가 구성될 경우 중진들은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표 쪽은 “숙고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안철수 의원 쪽은 “혁신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 기존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와 다르지 않다”며 부정적인 분위기다.
절충점은
문 대표도, 안 전 대표도 비대위원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파국은 막아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결국 미봉책에 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두 사람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대위원을 누구로 앉힐 것이냐를 두고 주류와 비주류의 싸움이 불 보듯 뻔하다. 백번 양보해서 극적인 합의를 보았다고 하더라도 공천권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가 또 다시 갈등을 보일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비대위 체제가 결코 좋은 대안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문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내려와서 비대위원 한 명으로 당을 운영한다면 과연 친문(親文) 지지층이 가만히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치권 상당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친문 지지층은 돌아설 것이라고 분석한다. 수도권에서는 호남 민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친문 지지층의 민심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친문 지지층이 결속을 잘하고, 특히 인터넷 등을 통해 여론 형성에 적극적이다. 따라서 친문 지지층이 등을 돌리면 내년 총선 수도권에서 의미 있는 결실을 맺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가운데 비주류 모임인 ‘구당모임’은 “우선 문 대표의 사퇴가 먼저”라고 밝혔다. 구당모임 소속의 강창일, 권은희, 김동철, 노웅래, 문병호, 오제세, 최원식 의원 등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당 내홍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대안이라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문재인 대표의 대표직 사퇴’가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날 수도권 의원들이 문 대표에게 요구한 '문재인-안철수 공동비대위 체제'가 아닌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통한 비대위 체제가 돼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야말로 복잡한 양상이다. 문 대표만으로 총선을 치를 수는 없지만 문 대표 없이 총선을 치를 수도 없다. 이런 충족요건을 모두 충족시킬 그런 해법이 없다. 일단 문 대표는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비주류가 흔들어도 자신은 그냥 끝까지 가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미래를 이야기해달라고 할 수도 없다. 당장 몇 시간 앞을 내다보는 것조차 힘들다. 그만큼 변동사항이 급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몇 시간 후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둘로 쪼개질 수 있다. 거꾸로 갈등이 봉합될 수도 있다. 극단과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정치부 기자들은 어떤 기사를 쏟아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만큼 급변의 세월을 겪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