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 경쟁 막전막후] 예산정국 끝났다 싸움은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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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무성 원유철 | ||
결선투표제로 시끌시끌, 친박 vs 비박 갈등 첨예화
현역들이 반발하는 이유, 정치신인들에게는 유리?
장관 출신 정치인 주도권 잡기 착수, 친박의 분화
친박과 비박의 갈등, 그 끝은 과연 분열로 갈 것인가
새해 예산정국이 끝났다. 이제부터 공천갈등의 시작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갈등은 어쩌면 새누리당에 비하면 어린아이 수준일 수 있다. 그만큼 새누리당 내 갈등은 엄청난 폭풍우를 불러올 수 있다. 그 폭풍우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공천은 한 세력이 다른 세력을 배제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자신의 세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정적을 없애는 방법으로 직접 그 목숨을 거두는 방법을 선택했다. 고려말 이성계와 정몽주가 정치적 갈등을 보였을 때 이방원이 선택한 방법은 정몽주를 선죽교에서 죽이는 것이었다. 수양대군이 김종서와 정치적 갈등을 보였을 때 사용한 방법 역시 정적을 죽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 세력 다툼에서 공천이라는 형태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만큼 공천은 정치인에게는 중요한 관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현재 내홍을 겪는 이유도 공천 때문이다. 새누리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문재인 대표가 당권을 계속 쥐고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이기에 단순해 보인다.
반면 새누리당은 복잡하다. 이것저것 갖은 논리들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결선투표제'이다. 결선투표제의 사전적 의미는 선거에서 1위 후보가 충분한 수(과반수 혹은 40% 이상)의 득표를 하지 못한 경우, 가장 높은 득표를 기록한 두 후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투표 제도를 말한다. ‘이회투표제’라고도 한다. 이를 친박계가 주장해왔고 지난 12월 6일 당 지도부 회동에서 김무성 대표가 수용했다. 하지만 논란은 그 이후 시작됐다. 비박계가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결선투표제는 현역들에게는 불리하다. 1차 투표에서 떨어진 후보들이 2차 투표에서 현역이 아닌 경쟁 상대자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이합집산이다. 때문에 역대 결선투표제에서 현역들이 불리했다. 이런 이유로 비박은 결선투표제가 결국 비박 현역 물갈이를 위한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갈등 시작
친박계가 그동안 전략공천을 계속적으로 주장해왔지만 전략공천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비박계 물갈이용으로 결선투표제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 역시 전략공천을 최대한 막아보기 위해 결선투표제 도입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결선투표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 의원이 결선투표제에 대해 뭔가 오해하고 있다”며 “결선투표제는 경선의 한 방식으로 당헌․당규와는 아무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결선투표는 1차 투표에서 1등한 사람이 50% 득표를 넘지 못하면 차점자 둘을 두고 마지막 경선을 하는 것”이라며 “결선투표는 레이스가 핵심이다. 지금 레이스가 거의 없기 때문에 결선투표도 없이 그냥 가게 되면 기득권자가 되기 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박계에 가까운 김을동 최고위원은 “과연 전국에서 50%를 넘는 1차 투표가 이뤄지는 곳이 몇 군데나 되느냐. 거의 전무할 것”이라며 “전국에서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친박 핵심인 유기준 의원은 친박계가 대거 운집한 국가경쟁력강화포럼 후 “결선투표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우리당의 문을 두드리는 많은 인재들이 들어오도록 문호를 개방하는 게 필요하다”고 결선투표 도입을 주장했다. 반면 비박계인 박민식 의원은 이에 대해 “제도를 활용해서 특정 계파끼리 똘똘 뭉쳐서 누구를 솎아내고, 누구를 밀어주는 무기로 악용된다고 하면 그것을 국민들이 용납하겠느냐”라고 일침을 날렸다.
이처럼 갑론을박 상황에서 공천 룰 논의기구 위원장에 임명된 황진하 사무총장은 결선투표제 도입을 공천 룰 논의기구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의원은 결선투표제가 결국 후보경쟁력을 약화시켜서 본선에서 패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차 투표에 이어 2차 투표를 하고 그리고 본선을 뛰어야 한다. 후보들은 3차 관문까지 통과해야 뱃지를 달 수 있다. 그만큼 험난한 길이 된다. 더욱이 지역구 관리를 열심히 한 현역보다는 정치신인이 2차 관문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영남 등 새누리당 텃밭이야 어떤 후보가 결선투표를 통과한다고 해도 뱃지를 다는데 있어 별 지장이 없다. 하지만 수도권은 얘기가 다르다. 때문에 비박계는 가급적 무력화 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박계는 오차범위 내의 결과로 1차 투표가 끝날 경우 결선투표제를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친박계는 과반을 넘지 못하면 결선투표제를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비박계는 결선투표 지역을 가급적 제한하자는 것이고, 친박계는 사실상 전 지역에서 실시하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기는 지역이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친박계는 의원총회 카드를 꺼내들었다. 의원총회를 통해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도발
친박계가 그동안 전략공천을 얘기했지만 전략공천이 씨알도 먹히지 않으면서 새로운 카드로 결선투표제를 언급했다. 청와대 혹은 장‧차관 출신의 친박계 인사들이 내년 총선 공천을 따내자면 전략공천을 하거나 공천 룰을 유리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현역들에게 불리한 공천 룰을 꺼내들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결선투표제이다.
또 다른 논쟁거리는 중진용퇴론이다. 이는 친박계 내부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에게 용퇴를 건의하면서 발생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이 용퇴를 해야 새로운 친박이 유입된다는 것이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친박계 좌장이다. 사실상 친박계를 움직이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이가 고령인데다 구심점으로 삼기에는 대권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친박계 역시 박근혜 대통령 임기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자면 친박계는 새로운 구심점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은 그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더욱이 친박계 내부에서는 서청원 최고위원이 자꾸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친박계를 위한다기 보다는 자기사람 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서청원 최고위원의 용퇴론이 나오고 있다.
서청원 최고위원의 용퇴론이 불거지면서 중진용퇴론 역시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고령인데다 다선 의원을 겨냥한 용퇴론이다. 고령자를 내년 총선에서 배척시킴으로써 새누리당이 젊은 정당의 이미지를 갖출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이다. 하지만 속내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귀환을 알리면서 이들의 정치적 활동영역을 넓히기 위해서 중진들을 용퇴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중진용퇴론이 타격 받는 지역은 영남이다. 이른바 TK물갈이론을 현실화 시키려는 의도 중 하나가 바로 중진용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영남지역에 고령의 현역들이 있다. 이들을 용퇴시킴으로써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귀환했을 때 영남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코자 중진용퇴론을 꺼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비박계는 또 다른 카드로 청와대 혹은 장관 출신들이 수도권 험지로 출마해야 한다는 수도권 험지론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이 지리멸렬하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수도권 비박계 의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분열의 길을 가고 있지만 수도권 지역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탈당신당파(천정배, 박주선, 박준영)가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 후보를 낼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수도권에서 야권 후보가 난립해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승리할 경우 그 비난은 상당히 부담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탈당신당파는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 후보를 낼 가능성이 적다. 여기에 정의당과 야권 단일화를 이뤄내면 수도권은 1:1 대결구도가 된다. 수도권은 박근혜 대통령 영향력 보다는 박원순 서울시장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하자면 청와대 혹은 장관 출신 후보자가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을 결집시켜서 수도권에서 승리를 일궈내자는 것이 수도권 험지출마론이다. 새누리당 전현직 서울시당위원장인 나경원, 김성태, 김용태 의원은 12월 10일 성명서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정몽준 전 당 대표, 김황식 전 국무총리, 안대희 전 대법관, 조윤선 전 장관, 이혜훈 전 최고위원, 이준석 전 비대위원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총선의 분수령, 수도 서울 승리를 위해서는 자기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절충점은
여기에 공천 룰 논의기구가 발족되면서 본격적인 공천 룰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쟁점이 되는 내용은 국민참여 비중이다. 당원 조직이 확실한 친박계는 국민참여와 당원참여 비중을 50대 50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비박계는 국민참여 비중을 70으로 늘려야 진정한 국민공천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현직 기초단체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사실상 원천봉쇄를 하는 것을 두고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가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면 현직 기초단체장들이 오는 12월 15일까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다. 이에 실제 일부 지역의 구청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총선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기초단체장도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지도부는 중도 사퇴해 공천을 신청할 경우 강한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이는 막대한 보궐 선거 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행정공백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역 의원들이 기초단체장을 두려워하고 견제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현역 의원들보다 지역주민들과의 접촉이 더 강한 사람들이 바로 기초단체장이다. 국민공천를 도입하게 된다면 현역 의원들을 이길 수 있는 카드가 바로 기초단체장 출신들이다. 현역 의원들로서는 가장 두려운 카드 중 하나이다. 더욱이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게 된다면 기초단체장 출신은 보다 강력한 파워를 갖게 된다. 특정인을 겨냥한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 아니냐는 지적에서부터, 참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한 위헌적 발상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친박계가 우선추천지역 제도를 놓고 미묘한 파열음을 보였다. 최근 해양수산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난 친박계 핵심 유기준 의원은 “당선 가능성이 낮은 지역에 우선추천을 해봐야 소용없다”며 “영남권뿐만 아니라 전국에 경쟁력 높은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략공천인 만큼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에 내보내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의 TK 물갈이론과 맥이 닿아 있는 주장이다. 반면 김재원 의원은 “우선추천제는 경선까지 해서 후보자를 선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당 후보자의 경쟁력이 낮다고 객관적인 수치가 나온 지역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기준 전 장관은 우선추천지역에 TK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김재원 의원은 우선추천지역에 TK를 포함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우선추천지역의 적용 범위를 놓고 친박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 복귀를 앞두고 있는 장관 출신 정치인의 주도권 싸움과도 연결이 된다. 서청원 최고위원으로서는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장관 출신 정치인들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친박이 분화하고 있다. 주도권을 놓치는 순간 공천권마저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새누리당 내부에서 공천 룰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이다가는 새누리당 역시 새정치민주연합과 같은 행보를 겪을 수도 있다. 그만큼 공천 룰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계파라도 이해득실별로 복잡한 셈법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 공천 작업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힘든 싸움이 시작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