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박근혜 대통령 vs 박원순 구도로
兩朴의 싸움, 영남과 서울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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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서울시당, 강남권 빼고 전 지역에서 전멸
중진들의 수도권 험지출마론 고개드는 이유는 분명
영남은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 바람에 휘말려
특정 개인에 기대는 낙후된 한국정치시스템
내년 총선이 임박해지면서 내년 총선에서 누가 자신의 뱃지를 달아주게 해줄 것인가라는 것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에는 영남은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부각되고 있다. 내년 총선은 박 대통령과 박 시장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두 사람의 무게감이 상당히 크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모두 선거에 개입해서는 안 되는 공무원 신분이라는 것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선거는 항상 바람이다. 바람이 어떻게 부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진다. 바람은 주로 인물이 만든다. 역대 총선을 살펴보면 누구를 얼굴로 내미느냐에 따라 총선의 결과가 달라진다. 때문에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의 경우 얼굴에 대해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 그런데 내년 총선은 사실상 박 대통령과 박 시장의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서울시당이 서울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여론조사를 했더니 서울은 야당 지지층이 더 많았고, 박 대통령보다 박 서울시장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이른바 수도권험지출마론을 주장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안대희 전 대법관, 조윤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수도권 험지로 출마를 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박 대통령 vs 박원순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분열의 골이 깊다. 이대로 가면 당이 둘로 쪼개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야당 후보가 하나로 통합된다면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이 고전할 수 있다. 현재 서울지역 48개 선거구의 여야 분포는 새정치민주연합이 31곳, 새누리당이 17곳으로 압도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우세하다.
그런데 새누리당 서울시당의 조사 결과 이마저도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7700명의 유권자에게 물은 결과, 강남권을 제외하고 모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보다 10%p 높게 나온 반면 박 시장의 긍정평가가 부정보다 10%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수도권에서는 박 시장의 효과가 톡톡히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를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서울시당 위원장을 지낸 나경원, 김성태, 김용태 의원은 오세훈 전 시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 김황식 전 총리, 조윤선 전 수석, 이혜훈 전 최고위원 등에게 서울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서울에서 새누리당 중진들이 희생하는 정신을 보여야 수도권에서 승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바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이다.
하지만 수도권에서의 분열은 패배라는 사실을 지난 4월 재보선에서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에 야권은 호남에서는 경쟁을 할 수는 있겠지만 수도권에서는 통합 후보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새누리당이 더욱 힘든 선거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새누리당으로서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을 보니 ‘뜨악’
수도권이 이처럼 박 시장 효과가 톡톡히 작용하면서 새누리당은 박 시장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다. 청년수당제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면서 대대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 일부 보수 단체에서는 박 시장의 아들 병역 문제를 계속적으로 꺼내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만약 박 시장의 아들 병역 문제마저 털어버린다면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박 시장 역시 차기 대권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계파 인물들이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둬야 한다. 때문에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영남은 아직도 박 대통령이 든든히 버티고 있다. 사실상 영남은 박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후보들은 박 대통령 마케팅을 철저히 하고 있다. 물론 박 대통령 이름을 직접 사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출마선언 장소부터 시작해서 박 대통령과 친분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이나 문구 등 각종 박근혜 대통령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그 예로 대구에 출마한 배영식 전 의원은 박 대통령 생가터에서 출마 선언을 했고, 박창달 전 의원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출마 선언했다. 또한 일부 후보들은 ‘배신의 정치’라는 용어까지 사용했다. 출마를 선언하는 후보들마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는 말이 반드시 등장했다. 제2새마을 운동이나 박 대통령 생가터를 복원하겠다는 후보들도 있다. 이처럼 박 대통령과 조금만 관련이 있으면 그것을 최대한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나 박 서울시장이 선거법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대놓고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여러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그만큼 후보들은 하나라도 더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후보가 개인의 비전이나 생각 혹은 정체성 및 공약 등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데 유명인에 기대어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에 대해 씁쓸하다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우리나라 선거제도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특정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는 그런 선거제도 시스템이기 때문에 자신의 정책이나 비전 등을 보여주기보다는 누구와 친분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선거는 ‘바람’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슈 하나가 불어 닥치면 다른 이슈를 그대로 밀어버린다. 때문에 논란이 일어났을 때 더 큰 논란으로 잠재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정치시스템이 취약하고, 특정 개인의 능력에 기대려는 성향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호남 의원들이 문재인 대표 물러나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정 개인에 기대어 당선되는 시스템을 고치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숨 대신 함성으로
그리고 이제 박 대통령과 박 시장의 치열한 수 싸움이 시작됐다. 총선에서 과연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이 완전히 다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은 범위에서 최대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시절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발언이나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