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지지자가 된 새누리당] 새누리당 “안철수만 믿는다”

2016-04-03     홍상현 기자
   
▲ 안철수-김무성 ⓒ뉴시스

새누리당 지도부, 안철수 응원…왜
여당, 바닥 민심 심상찮다 포착해

‘야당심판론’ 먹혀들어가지 않아
오로지 믿을 것은 야권분열뿐

새누리당이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를 응원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됐다. 새누리당 공식 페이스북에 이어 새누리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안철수 대표를 향해 응원을 보내고 있다. 보통 다른 정당 대표를 응원하면 해당행위라고 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않다. 4월 총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때 여당 지도부가 야당 당 대표를 응원하는 코미디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새누리당 상황이 녹록치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유저들은 눈을 의심케하는 글이 올라왔다. 새누리당 공식 페이스북에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를 응원하는 내용의 글이 게재된 것. 새누리당 페이스북에는 안철수 대표를 직접 언급하면서 ‘야권연대? 야권야합?’ 이라는 제목으로 “새누리당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응원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신념으로 새정치 실현해 내시기를 기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물론 안철수 대표를 향해 조롱의 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현 속내를 그대로 담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즉각 발끈하고 나섰다. 그러자 공식 페이스북에서는 해당 글이 삭제됐다. 그렇지만 누리꾼들은 해당 글을 퍼다 나르면서 격한 반응을 보였다. 주로 농담과 조롱이 섞인 댓글로 새누리당과 안철수 대표 모두를 비판하는 내용의 반응이 많았다. 새누리당 공식 페이스북은 해당 글을 삭제하면서 “새누리당 새페지기가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해당 게시글은 삭제하였습니다”라는 글이었지만 그러나 다음 줄엔 “#‎업무과다 로 #‎피아식별안됨”이라는 해시 태그를 달아놓았다. 이 역시 사과보다는 조롱에 가까웠다.

조롱에 가까운 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1일 경기 안산 부곡프라자 앞에서 열린 홍장표 후보 지원 유세에서 “안철수는 절대 안 넘어갈 것이다. 넘어가면 이 사람은 죽는 것”이라며 안철수 대표를 응원했다. 김 대표는 “우리 새누리당을 이기지 못하니까 옆구리 찔러가면서 같이 살자고 하는데, 정말 정치 자격 없는 것 아니냐”며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당을 만들었으면 선관위에서 칠십 몇 억의 거액을 받았으면 성과를 못 내더라도 다음 선거에서 자기들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것이 제대로 된 정치이지 그렇지 못하면 제대로 된 정치가 아니다”라며 “이렇게 가볍게 왔다갔다 국민들 우습게 아는 정치가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안철수 대표에게 후보 단일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거듭해서 안철수 대표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면 하는 새누리당의 내심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당내 상황과도 연결이 된다. 새누리당은 당초 180석 정도를 석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150석 즉 과반을 넘기는 것으로 목표치를 낮췄다.

엎친데 덮친격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수도권 지역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폭락했다. 더군다나 적극투표층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율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역전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총선의 승패를 쥐고 있는 40~50대 유권자의 성향이 심상찮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각 지역마다 새누리당이 빨간 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에는 무소속 유승민 후보를 비롯한 무소속 연대가 바람을 일으키면서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부산·경남의 경우에도 무소속 바람과 야권 바람이 불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총선 불출마와 더불어 조경태 의원이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김으로써 부산 전지역을 석패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심상찮은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조원진 의원이 동남권 신공항의 언급은 부산·경남 민심을 들끓게 만들었다. 때문에 낙동강 벨트가 무너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김무성은 왜

문제는 수도권이다. 현재 수도권은 3파전 양상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국민의당 3파전 양상이다. 게다가 일부 지역에서는 정의당 후보가 앞서면서 4파전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새누리당으로서는 수도권 전지역을 석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심이 심상찮다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여론조사가 야권 지지층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실제 득표율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새누리당 지도부는 비상이 걸렸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지난달 31일 총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수도권에 계속 올인을 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전략은 ‘야당심판론’과 함께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저지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연일 안철수 대표를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야권 분열에만 매달리면서 선거 전략이 부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심판론을 계속 꺼내들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야당심판론보다 정권심판론에 공감대를 많이 보이고 있다. 즉, 야당심판론이 얼마나 먹혀들어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게다가 공천 파동으로 인해 떨어져 나간 여당 지지층을 재결집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 여당 지지층을 재결집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이 선거를 어렵게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마음을 돌린 새누리당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새누리당은 최근 북한 핵문제 등과 결부된 안보이슈를 부각시키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안보불감 정당, 운동권 정당으로 몰아세우면서 집나간 집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북한 궤멸론 등을 언급하면서 우클릭 전략을 펼치면서 아직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안철수 대표를 응원하고 나서면서 중도층이 오히려 국민의당으로 결집하는 그런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기의 새누리당

또한 40~50대 유권자들에게 어필할만한 그런 메시지를 주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0~50대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세대이자 부모를 봉양하는 세대이다. 그런 세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경제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경제문제에 대해 크게 어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경제 기조에 대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세대가 바로 40~50대 유권자들이다. 이들에게 경제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언급해줘야 하는데 박근혜정부의 경제기조를 그대로 가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줌으로써 40~50대 유권자들에게 크게 어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상당한 위기를 보이고 있으면서 오로지 믿을 곳은 바로 국민의당이 돼버렸다. 여당 지도부가 야당 당 대표를 응원하는 코미디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선거판을 요동을 치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그런 선거판이 됐다.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