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 따라 나뉜 반려동물의 삶 下] 처참함으로 얼룩진 흙수저 반려견생

2016-04-15     이경은 기자
   
 

버려지고 고통받는 ‘흙수저’ 반려견
주인 없는 반려동물…끝내 ‘안락사’
번식장서 기계처럼 새끼 낳다 죽어
평생 함께 하겠다는 ‘책임감’ 필수
“사지말고 유기동물 입양하세요”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지난 2월 진돗개를 차에 매달고 1Km 넘게 질질 끌고 간 사건으로 세간이 발칵 뒤집혔다. 이 진돗개는 몸과 다리 곳곳에 가죽이 벗겨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비슷한 시기 한 남성이 SNS를 통해 개를 성폭행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사람의 학대로 인해 고통받는 반려동물의 이야기는 TV 속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호기심 때문에 혹은 예쁘고 귀여워서 ‘한 번 키워보고 싶은’ 마음에 반려동물을 데려와서는 귀찮다는 이유로 버리는 일도 다반사이며 평생을 함께한 반려동물이라도 아프거나 병들어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내다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물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끊임없는 사랑을 주는 주인을 만나 어릴 때부터 유기농 사료에 수제 간식을 먹고 럭셔리한 옷을 입으며 행복하게 사는 반려견도 많이 있다.

그러나 주인의 변심 혹은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처참한 생활을 하는 개들도 분명 존재한다. <투데이신문>에서는 지난 번 ‘금수저 반려견’편에 이어 이번엔 ‘흙수저 반려견’의 견생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버려지는 반려견, 그들에게는 잘못이 없다

서울특별시 시민건강국 동물보호과 동물관리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견된 유기동물은 개 6060마리, 고양이 2541마리, 기타 301마리로 총 8902마리다.

이 중 소유주에게 반환된 동물은 2256마리, 입양된 동물은 2249마리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간 동물은 약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머지 동물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남은 유기동물 중 1272마리는 자연사했고 2829마리가 안락사 했다. 이외 나머지는 기증되거나 보호 중인 것으로 기록됐다.

유기동물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주인의 변심이다. 작은 몸뚱이에서 귀여운 몸짓을 뽐내는 모습이 귀여워 충동적으로 구매했으나 반려동물이 성장하면서 관리가 힘들어지고 비용이 많이 들게 되면 키우기 힘이 든다는 이유로 버리기 때문이다.

2014년 1월부터는 전국적으로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3개월 이상의 개의 정보와 소유자의 인적사항을 의무등록 하도록 하는 ‘동물등록제’를 실시했으나 여전히 유기되는 동물은 많은 상황이다.

   
 

버려진 유기동물, 그들은 어디로?

유기된 반려동물들은 과연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유기동물이 발견 및 신고 되면 각 자치구가 지정한 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해 시·도의 유기동물 관리시설로 보내지게 된다. 예를 들어 한 시민이 강서구에서 유기동물을 발견하고 강서구청이나 다산콜센터에 신고를 하면 강서구청에서 지정한 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를 나가게 되는 것.

2014년 기준 전국에 운영 중인 동물보호센터는 368개소로 이중 지차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은 25개이며 위탁 운영되는 곳은 343개이다. 동물보호센터는 2011년 339개, 2012년 349개, 2013년 361개, 2014년 368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구조를 통해 동물보호센터로 보내진 반려동물들은 주인이 다시 돌아가거나 새 주인에게 분양되기만을 기다린다.

   
 

눈빛으로 말하는 외침…“살고 싶어요”

만약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하거나 새로운 주인에게 분양되지 못한다면 버려진 동물들은 어떻게 될까.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른 유기동물 보호기간은 10일이다. 이 기간 안에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자치구에서 발생한 유기동물의 소유권은 자치구로 귀속돼 안락사 처리되고 있다. 

서울시는 동물보호 수준을 한층 향상시키기 위해 올해 1월 1일부터 유기동물들의 안락사 처리 전 보호기간을 현행 동물보호법이 정한 10일에서 20일로 2배 연장했다.

보호기간이 20일로 늘어남에 따라 처음 10일 동안 주인을 찾기 위한 공고를 내고 만약 이 기간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추가로 10일 동안 동물을 입양할 수 있도록 대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양도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당 동물은 안락사 처리된다. 안락사 처리되는 동물들은 작년 서울시에서 발견된 유기동물 총 8902마리 중 2829마리로 30%가 넘는 비율을 차지한다.

가족이라고 말하면서 힘들면 쉽게 버려버리는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지금 이 순간도 많은 반려동물들이 죽음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흙수저’ 반려견 사라지기 위해서는?

버려지고 안락사 당하는 반려동물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책임감이다.

먼저 반려동물을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전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 단순히 호기심으로 ‘한 번 키워볼까’ 하는 마음은 금물이다. 나와 내 가족이 반려동물을 들이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중하게 고민해보고 주거환경과 경제적 여건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반려동물은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환불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에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들여 그 동물의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책임질 준비가 됐는지 오랜 시간을 두고 충분히 생각해봐야 한다.

   
 

또한 사지 않고 분양받는 것이 불쌍한 반려동물을 생성해내지 않는 방법이다.

우리가 대형마트나 펫숍에서 흔히 보는 강아지들은 일명 ‘퍼피밀(puppy mill)’이라고 불리는 번식장에서 태어난다.

번식장은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은 물론 냉·난방도 잘 되지 않으며 배변 냄새가 가득하다. 이러한 번식장은 대부분 도시 외각 지역에 미등록 가건물 내에서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그 수를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암캐는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틀 속에 갇힌 채 계속해서 강아지들을 낳는다.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계속해 찍어내는 것처럼.

이렇게 태어난 새끼들은 어릴 때 내놔야 잘 팔린다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생후 30~40일경 경매장을 통해 분양 업자에게 팔려가는데 이런 강아지들은 어미와 일찍 떨어져 모유수유기간이 짧은 탓에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쉽게 병들거나 죽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들은 하나의 생명으로써 존중받지 못하고 그저 돈에 의해 쉽게 사고 팔수 있는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다.

지금으로써는 이런 상황을 타개할 명확한 방법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반려동물을 들이려는 사람들이 강아지를 구입하는 것 대신 유기견 보호센터나 유기동물 입양 카페 등을 통해 유기견을 새 가족으로 맞이한다면 상황은 조금씩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반려동물은 사랑받고 싶다

반려동물계의 상위층에 해당하는 반려견들이 명품집에서 고급진 사료를 먹고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것과 달리 흙수저 반려견들의 일생은 처참함으로 얼룩진다.

버려지고 고통받고 죽음까지 내몰리는 반려견, 이들도 분명 금수저 반려견들처럼 주인에게 사랑받으며 행복한 삶을 살기를 꿈꿨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한번쯤 키워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는 바로 ‘나’라는 것을. 그러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반려동물을 맞이할 때 책임감 장착은 필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디 반려동물 사이에서라도 수저계급론이 사라지고 모든 동물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