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청문회 담은 국회법] 거부권 행사, 결국 협치는 무너지는가
![]() | ||
| ▲ ⓒ뉴시스 | ||
19대 국회 이틀 남기고 거부권 행사
야당, 꼼수라며 반발…재의결 추진
거부권 행사로 자동폐기? 법적 논란 일어
쉽지 않은 협치, 결국 레임덕으로 가나
상임위에서 상시적인 청문회가 가능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행정부가 마비될 것이라는 것이 반대 이유이다. 하지만 입법부의 운용에 관한 법률을 행정부가 견제하고 나섰다면서 삼권분립에 위배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리고 박근혜정부의 하반기 국정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거부권 행사를 놓고 정치권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그야말로 혼돈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모습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이번 국회법 개정안에는 여러 가지 내용이 담겨져 있지만 가장 핵심은 상임위 차원의 상시적인 청문회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었다. 기존 국정감사 혹은 국정조사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상시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 국정감사는 1년에 단 20여 일 정도 열린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행정부는 20여 일만 견디면 된다. 이런 이유로 일부 행정기관은 국정감사가 닥쳤을 때 자료를 각 의원들에게 제출하거나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아예 출석을 하지 않는다. 그 국정감사 기간만 벗어나면 되기 때문이다. 국정조사의 경우에는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여야의 합의에 의해 열리게 되는데 문제는 여야 합의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그 시일을 놓칠 때가 많다. 예를 들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느끼더라도 여야 합의하는 과정에서 증인채택, 기간 등을 놓고 합의 과정을 거치다보면 그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때문에 이미 철이 지난 그런 국정조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상시 청문회 관한 국회법 개정안이 공포가 될 경우 상임위 차원에서 청문회를 열기 때문에 언제든지 열릴 수가 있다. 현행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 상시 청문회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국회법의 운명은
하지만 상시 청문회 반대론자는 청문회 숫자가 급증해서 행정부가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모든 현안마다 청문회가 열리게 되면 행정부는 마비될 것이라는 것이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과도하게 견제한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논리이다. 때문에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안된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상시 청문회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생에 관한 문제를 갖고 청문회를 여는 것이 아니라 정쟁의 의도를 갖고 청문회를 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청문회 대상이나 증인 채택, 결과 보고서 채택 등의 과정에서 여야 간 정쟁으로 상임위가 파행이 된다면 원래 상임위가 하려고 했던 법안 심사 등의 다른 일을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는 미국이 상시 청문회 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고 언급했다. 또한 독일과 일본은 국정조사에 대한 헌법적 근거를 두면서 공청회 제도만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상시청문회 제도는 선진국에서 보기 힘든 이중, 삼중의 통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에 법제처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운명은
어쨌든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거부권은 행사됐다. 하지만 거부권 행사 시점이 이례적이다. 보통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에 열린다. 물론 사안에 따라 임시국무회의가 열린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할 때는 매주 화요일 열리는 국무회의가 아니라 지난 27일 금요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29일이 19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그 전에 임시국무회의를 열어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정부에서는 해명을 했다. 하지만 야당은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27일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결국 재의결을 해야 할 시기를 원천봉쇄 시키는 것이 된다. 이렇게 되면 자동폐기로 가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자동폐기를 하기 위해서 일부러 27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서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정상적으로 31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을 하게 된다. 하지만 27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서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20대 국회에서 재의결하지 못하게 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법조계 일각에서는 고의적으로 19대 국회 마지막 시점을 이용해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거부권 자체가 법률적 효력이 상실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즉, 최소한 국회가 재의결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는데 그것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 자체가 원천무효라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서 사실상 폐기 됐기 때문에 상시청문회법 역시 폐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제처 역시 자동 폐기로 판단했다.
협치는 없다
문제는 자동폐기냐 아니냐를 놓고 여야의 갈등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국회법 개정안의 운명을 놓고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시 말하면 여야의 협치는 이제는 물 건너 갔다는 것이다. 당장 야당들은 거부권 행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20대 국회에서 재의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20대 국회에서 재의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아직 남았다. 자동폐기가 된 것인지 아니면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을 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자동폐기된 것 아니냐는 의견에서부터 재의결의 시간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 자체가 원천무효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자동폐기가 됐다고 하더라도 20대 국회에서 야당이 다시 발의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여소야대 국회가 됐기 때문에 다시 발의를 해서 20대 국회에서 통과를 시킬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결국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을 재촉하는 것이 된다. 박근혜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률이 다시 발의해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서 정부에게 이송이 된다면 역시 정부는 또 다시 거부권 행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20대 국회 만료까지는 4년이라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재의결을 거칠 시간을 갖게 된다. 따라서 상시청문회 제도는 어떤 식으로든 운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무조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국회를 설득했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결국 박근혜정부는 상시청문회 제도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 거릴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