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이 된 검찰, “신이여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우병우-이석수 검찰 수사 집중분석]

2016-08-21     장승균 기자
   
▲ 우병우-이석수 ⓒ뉴시스

헌정사상 최초 민정수석·특별감찰관 동시 검찰 수사
靑 가이드라인 제시, 우병우 살리고 이석수 죽이고

검찰,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놓여 있어
어느 선택을 해도 난감한 상황에 빠진 檢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우병우 수석은 직권남용과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됐고,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감찰 내용 유출 의혹으로 고발됐다. 문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을 검찰이 지킬 경우 검찰은 오히려 큰 낭패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검찰로서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투데이신문 장승균 기자】 검찰은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관련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병우 수석의 경우에는 직권남용과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 당했고,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감찰 내용 유출 의혹으로 고발됐다. 현직 민정수석과 현직 특별감찰이 동시에 검찰에 고발당한 것이다. 이는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민정수석 한 사람만 고발 당해도 엄청난 사건인데 특별감찰관도 검찰에 고발 당하면서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이 이 두 사람을 동시에 수사한다는 것이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우병우 살리고 이석수 죽이고

그런데 청와대가 ‘우병우 살리기’와 ‘이석수 흔들기’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는 19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술 의혹을 제기하면서 중대한 위법행위이고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흔들어버리면서 우병우 수석을 살리는 쪽으로 청와대가 가닥을 잡은 것이다. 사건의 본질은 우 수석이 과연 직권남용과 횡령을 했느냐 여부이다. 그런데 청와대가 감찰 내용이 중대범죄라고 주장함으로써 우 수석을 살리고, 이 특별감찰관은 죽인 것을 선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우 수석의 각종 의혹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유추 의혹에 대해서만 부각되는 모습이다. 청와대가 우 수석 살리기에 돌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 수석이 사정라인을 확실하게 장악함으로써 사실상 검찰은 곤란할 수밖에 없다.

이 특별감찰관은 모 언론사 기자와의 통화에서 특별감찰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민정수석이란 자리에 우 수석이 계속 앉아 있음으로 인해 사정라인이 협조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어려움이다. 이는 특별감찰관이 강제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협조가 적극적이지 않으면 유명무실한 감찰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 때문인지 이 특별감찰관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강제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우 수석의 각종 의혹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에 이 특별감찰관이 검찰 수사 의뢰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 수석의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는 것은 이른바 역린을 건드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 수석이 박 대통령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고, 이로 인해 청와대를 장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우 수석 자체가 박 대통령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검찰은 화들짝

더욱이 청와대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유출 의혹을 국기를 흔드는 위법한 행위라고 강도높게 비판을 가했다. 그야말로 청와대가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 사이에서 격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 사이에서 정치적 공방에 청와대가 개입하면서 민정수석 편을 들었다. 이로 인해 특별감찰관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가장 난감한 쪽은 검찰이다. 청와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특별감찰관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제는 청와대가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우병우 수석 의혹에 대해서는 일절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특별감찰 내용 유출에 대해서 국기를 흔드는 위법한 행위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는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검찰에 우병우 수석에 대한 수사는 하지 말고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내용 유출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를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로서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다. 현직 민정수석을 수사한다는 것은 정치적 모험이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감찰관을 수사하는 것도 등에서 식은땀이 흐를 수밖에 없다. 특별감찰관 제도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에 따라 신설됐다. 또한 이 특별감찰관은 새누리당의 추천을 받아 박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이 특별감찰관은 집권여당과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다. 현직 민정수석을 수사하는 것도 정치적 부담인데 현직 특별감찰관을 수사하는 것도 정치적 부담이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로서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민정수석을 수사한다는 것은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뽑아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청와대가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때문에 검찰의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반면 특별감찰관의 경우에는 새누리당이 추천하고 박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수사한다는 것 역시 정치적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문제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를 들면 우병우 수석을 버리는 셈치고 우 수석과 관련된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를 한다면 청와대는 대노할 수밖에 없다. 검찰로서는 이로 인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반면 이 특별감찰관을 버리는 셈치고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을 수사하게 된다면 야당이 가만히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야당으로서는 검찰 조직 개편의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

검찰의 선택은

검찰로서는 이렇게 해도 난감하고, 저렇게 해도 난감한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검찰이 두 사람에 대한 수사를 뭉개버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수사를 뭉개버림으로써 오히려 특별검찰 즉 특검에 이번 사안을 맡겨버리는 것이다. 물론 특검까지 가게 된다면 검찰로서는 위신이 깎이는 것이 되지만 정치적 부담에서는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셈이다. 

거꾸로 이번 기회에 검찰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줘서 검찰이 개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게 만들 수도 있다. 특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이때에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철저하게 파헤치는 검찰이라는 이미지가 박히게 된다면 굳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같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아도 된다는 여론을 만들 수도 있다. 때문에 검찰이 두 사람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내려도 정치적 부담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검찰은 이제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차라리 2014년 청와대 문건 유출은 그나마 편한 고민이었다. 이번 고민은 상당히 엄청난 고민이 됐다. 임기말이라는 현상과 여소야대 정국에서 과연 검찰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