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박근혜정부 종식을 고하다
[집중진단] 식물정부가 된 박근혜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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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시스 | ||
차가워진 민심 “이게 나라냐” 한탄 이어져
박 대통령, 비선실세 인정...범죄사실 실토
내각총사퇴·靑 참모진 전원교체 요구 빗발쳐
박 대통령, 식물대통령으로 전락 가능성 높아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근혜정부가 종식을 고했다. 지난 10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함으로써 사실상 박근혜정부는 끝났다는 것을 알린 셈이다. 최순실씨 한 명을 살리기 위해 정권의 문을 닫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특검 도입에 내각총사퇴 및 청와대 참모진 전원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박근혜정부는 식물정부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데이신문 장승균 기자】 만나는 사람들마다 공통적으로 내뱉는 말이 있다. “이게 나라냐”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다. 최순실이라는 한 개인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허탈함에 빠졌다. 삼삼오오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에 자리한다. 지난 2014년 정윤회씨 문건유출 사건 때 권력서열 1순위는 정윤회씨가 아니라 최순실씨라고 했을 때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은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사람들은 긴가민가했다. 사실 최순실씨가 국정을 농단한다는 이야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던 때부터 꾸준하게 나왔던 이슈다. 최태민 목사의 딸인 최순실씨가 사실상 박 대통령을 로봇처럼 움직이게 한다는 이야기가 대선 과정에서도 불거졌고, 당선된 이후 당선인 신분일 때에도 이야기가 됐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갔을 때에도 이야기가 나왔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통해 박 대통령을 조정한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순실씨는 금기어였다. 왜냐하면 심증은 가지만 구체적인 물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순실과 박 대통령의 관계
그런데 이번에 구체적인 정황증거가 나타난 것이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모금 과정이나 인사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적으로 횡령한 의혹도 불거졌다. 게다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 등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급기야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에 입수했다는 증거와 함께 그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모든 언론은 연일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부정과 비리, 그리고 각종 의혹들에 대한 기사들을 경쟁하듯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에 대해 “오래전부터 도와줬던 인물이고, 대선 당시에도 상당한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된 이후 청와대에 들어와서도 청와대 참모진이 완비될 때까지 도움을 받았다”고 지난 10월 25일 대국민사과에서 밝혔다. 이날 대국민사과는 비선실세를 사실상 인정한 기자회견이었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날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순실씨 개인을 살리기 위해 정권을 종식시킨 대국민기자회견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은 마치 최순실씨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니 자신에게 돌을 던지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듯 했다.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차라리 ‘최순실씨는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면 이렇게까지 당혹스럽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으로 정치권 안팎도 당혹스러워 했다. 새누리당은 멘붕에 빠졌고,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역시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최순실씨를 감싸는 모습을 보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차라리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이야기가 야당에서 나올 정도였다.
레임덕 빠진 박 대통령
대학가는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민심은 차가워졌다. 당장 길거리에 나가서 박 대통령에 대해 평가를 해달라고 하면 실망과 짜증 섞인 모습을 적잖이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차가워진 민심의 방향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새누리당은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특검 도입과 함께 내각총사퇴 및 청와대 참모진 전원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이 이와 같은 요구를 하고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깨닫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친박계가 당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내용을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결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민심의 심각성을 새누리당 내부에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계속해서 박 대통령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으로 최순실씨 관련 의혹에 대해 ‘정치적 공세’라면서 방어막을 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최순실씨를 털고 가지 않으면 정권재창출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때문에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것이다.
특검이야 야당과 협상을 벌여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특검에서 박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느냐 여부를 놓고 여야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새누리당으로서는 박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 제외시킴으로써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정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들이 죽게 생긴 것이다. 하지만 그 보호하자는 것이 무작정 보호하자는 것은 아니고 최순실씨 꼬리자르기를 통해 어쨌든 박 대통령에게 숨통을 터주자는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특검이 도입되고 최순실씨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전되면 이른바 ‘막장 드라마’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정가에서는 갖가지 소문이 파다하게 번지고 있다. 그 소문은 그야말로 ‘막장’ 그 자체라서 기사로 옮겨 담기도 민망할 정도이다. 그런 소문이 만약 특검을 통해 사실로 드러나게 된다면 국민은 더욱 허탈감을 감추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허탈감은 분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분노가 박 대통령으로 향하는 것은 당연지사. 분노의 국민은 ‘박 대통령 하야’를 부르짖을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청와대를 향해 ‘하야’를 외치는 목소리는 터져 나온 상태다.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아마도 십중팔구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폭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 자리 숫자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의 탄탄한 지지층인 50대 이상과 영남에서 상당히 많은 이탈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내각총사퇴 및 청와대 참모진 전원교체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사실상 박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이 사실상 종식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 모두 물러나게 된다면 자신을 보좌할 인물이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최순실씨가 특검 등을 통해 사법처리까지 받게 된다면 박 대통령은 청와대라는 구중궁궐에 갇혀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식물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더욱이 내각총사퇴 및 청와대 참모진 전원교체가 의미하는 것은 권력이 청와대에서 새누리당으로 넘어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은 이제 새누리당만 쳐다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하자는 대로 끌려 다녀야 할 판이다. 문제는 국회가 여소야대 정국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면 그나마 새누리당이 정국을 이끌고 가면서 박 대통령을 보호해줄 수 있겠지만 새누리당도 소수집권당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의도대로 정국을 이끌어갈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할 때까지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이나 힘든 세월을 보내야 하는 그런 상황인 것이다.
돌파구는 과연
여기에 대학가의 잇단 시국선언과 함께 사회 곳곳에서 대통령 탄핵이나 대통령 하야까지 거론되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돌파구도 없는 상황이다. 그저 청와대 구중궁궐에 앉아서 세월만 가기를 바라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야당은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된다면 박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게다가 야당 일부에서는 대선주자급으로 이뤄진 시국회의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박 대통령을 코너에 몰고 있다.
게다가 새누리당 내에서 탈당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정권재창출이 힘들다’고 판단하는 비박계를 중심으로 탈당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최후의 보루인 새누리당마저 떠나게 된다면 사실상 식물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해서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탈당’을 최후의 보루로 남겨나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새누리당 내홍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만약 친박계로 이루어진 새누리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탈당을 막아선다면 새누리당 내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새누리당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서 대통령을 보좌해야 하는데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계파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한다면 그야말로 박 대통령으로서는 누구와 국정을 운영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최순실씨도 없고, 청와대 문고리 3인방도 없고, 게다가 새누리당에서 탈당하게 된다면 박 대통령으로서는 그냥 청와대 안방마님으로 얼굴마담 역할만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국민이 그것을 용납하겠느냐는 것이다. 국민은 계속해서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함께 탄핵 또는 하야를 강요할 것이다. 그야말로 박 대통령은 좌불안석의 심정으로 청와대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까지 반격의 카드는 있다. 그것은 바로 안보 이슈이다. 만약 북한의 도발로 안보상 위기를 맞게 된다면 박 대통령으로서는 살아남을 수 있는 반격의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외부의 적 앞에서는 어쨌든 국론은 통일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시작했다. 아울러 미국이 대선을 치른 후 새로운 대통령이 나오게 된다면 아마도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하면 북한이 당분간 도발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새로운 대통령이 나왔을 경우 과연 한미정상회담을 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이라도 갖는다면 어느 정도 지지율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임기 1년 밖에 남지 않은 식물 대통령과 과연 정상회담을 가질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다시 말하면 반격의 카드는 있지만 그것이 제대로 먹혀들어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중립거국내각이나 내각총사퇴 및 청와대 참모진 전원 교체가 이뤄질 경우 사정기관은 박 대통령의 손을 떠난다는 것이다. 특검 수사가 종료된 이후 그동안 박근혜정부 아래에서 벌어진 각종 의혹들이 사정기관을 통해 많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단순히 최순실 게이트에 국한되지만 사정기관이 계속해서 박근혜정부와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언론에 흘리면서 박 대통령을 계속 압박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정기관으로서는 현재권력보다는 미래권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검찰은 야당이 검찰개혁을 내걸고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의중을 읽기보다는 차기 대권 주자의 의중을 읽으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최순실 게이트 이외에 또 다른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
여기에 공직기강도 해이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명령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공직자가 힘 빠진 권력자의 말을 들으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앞으로 박 대통령은 계속해서 식물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제 퇴임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자칫하면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은 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됐다. 오로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이외에는 현재 답이 없는 상황이다. 너무나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국민도 충격에 빠졌지만 박 대통령도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국민으로서는 생각하기 싫은 그런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이제 구중궁궐 안에서 세월만 보내고 있는 형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