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君舟民水’]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로다

2016-12-25     이수형 기자
   
▲ ⓒ게티이미지뱅크

대학교수들, 올해의 사자성어에 촛불집회 반영
촛불집회, 전세계적으로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

대의민주주의 한계 보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직접민주주의 요소 가미 못하면 또다시 타오를 듯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다. 즉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라는 표현이다. 이 표현만큼 올해를 제대로 표현한 사자성어가 없다고 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분노한 민심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백성이 물이기 때문에 그 물은 군주 즉 임금의 배를 제대로 잘 띄우게 할 수도 있지만, 만약 민심에 역린하면 그 배는 뒤집어질 수도 있다.

【투데이신문 이수형 기자】교수신문이 전국의 교수 611명을 상대로 이달 20일부터 22일까지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 한해를 규정할 사자성어로 ‘군주민수’가 뽑혔다.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는 뜻처럼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물은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국민은 대통령을 제대로 띄워줄 수도 있지만 분노한 민심은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도 있다. 2위는 ‘역천자망’(逆天者亡)이다. 즉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한다는 뜻이다. 3위는 ‘노적성해’(露積成海)인데 이슬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뜻이다.

이 모든 것이 가리키는 것이 있다. 바로 촛불민심이다. 올해만큼 가장 핫한 이슈는 바로 촛불민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촛불은 그저 밤을 밝히는 조그마한 불빛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불빛이 모여 100개를 이루고, 1천개를 이루고, 1만개를 이뤄서 200만 촛불을 완성했다. 그것이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전세계가 극찬하게 만들었다. 촛불집회는 떨어진 우리나라의 국격을 세웠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추락한 우리나라의 국격을 촛불집회가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다.

촛불집회는 지난 2002년 효순-미선 사건 때 처음으로 등장했다. 사실 촛불집회는 해외에서는 주로 죽은자를 추모할 때 사용됐다. 효순-미선 사건도 죽은자를 추모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때에도 촛불집회가 등장했다. 이날 촛불집회가 등장하면서 우리나라 시위의 대명사는 촛불집회가 됐다. 그리고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집회 때에도 촛불집회가 등장했다. 이제 2016년 촛불집회는 ‘촛불집회’를 넘어 ‘촛불혁명’이라고 부르게 됐다. 아마도 세계사적으로 2016년 대한민국을 이야기할 때 ‘촛불혁명’이라고 부를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대혁명에 버금가는 혁명이라고 부를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촛불집회는 우리나라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전세계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君舟民水

전세계적으로 200만 명이 모인 시위에서 사람 한 명 다치거나 연행된 사람도 없고, 물건 하나 부서지지 않았다는 기록은 전세계적으로 없다. 1백명만 모여도 사람이 다치거나 물건이 깨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비쳐지는 시대에 2백만 명이 모여 다친 사람 없이, 깨진 물건 없이 시위가 끝났고, 그 시위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결과물을 얻어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평화집회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결과물인데, 탄핵안 가결이라는 것을 이끌어냈기 때문에 더욱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1월부터 시작한 촛불집회는 지난 주말 크리스마스 이브임에도 불구하고 60만이라는 촛불을 밝혔다. 그리고 고비 때마다 촛불집회는 그 방향을 제시해줬다. 10월 말부터 시작한 촛불집회는 대의민주주의에 경종을 울렸다. 광장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를 향해 “너희는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을 했다. 그 질문에 대의민주주의는 답하기 시작했다. 탄핵안을 만들어내고, 탄핵안을 가결을 했다. 특히 지난 12월 1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탄핵안 발의를 하고자 했지만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비주류의 협조가 없으면 탄핵안 가결이 힘들다면서 반대를 했다. 그러자 12월 3일 200만 촛불이 다시 대의민주주의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희는 탄핵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 결국 새누리당 비주류는 답을 했다. 그리고 역사적인 탄핵안 가결이 이뤄진 것이다. 대의민주주의는 광장민주주의를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도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 촛불집회 ⓒ뉴시스

촛불혁명은

사실 촛불집회가 무서운 이유는 평화집회라는 것 때문이다. 흔히 촛불이 횃불로 바뀔 수도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기서 촛불은 ‘평화집회’를 상징한다. 횃불은 ‘과격집회’를 상징한다. 즉, 촛불이 횃불로 바뀐다는 것은 평화집회가 과격집회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위정자들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을 대의민주주의가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2016년 한해를 추억할 때 우리는 “그 과정에 우리는 함께 있었다”로 표현할 것이다. 이제 그 촛불은 또 다른 질문을 하고 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이냐”라는 질문이다. 이번 촛불혁명을 통해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깨달았다. 대의민주주의가 효율성면에서 가장 훌륭한 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가 고착화되면서 직접민주주의 요소는 거의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광장의 민심이 대의민주주의에 재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대의민주주의는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은 ‘투표’를 할 때만 주권자 행세를 했을 뿐이지 나머지 4년 혹은 나머지 5년 동안은 ‘개돼지’로 ‘노예’로 살아왔다. 이것을 깨부수는 방안으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가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유도 대의민주주의 한계 때문이었다. 대통령을 선출하고 그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을 맡기면서 불거진 사태이다.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을 쥐어줬으면 그에 걸맞는 견제가 있어야 하는데 그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대통령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시녀 노릇을 했다. 그러다보니 의회가 대통령을 견제하지 못했고, 오늘의 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명확한 삼권분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의민주주의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가미해야 한다. 그것이 촛불혁명이 대의민주주의에게 보내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어떻게 답을 할 것인가는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움직이고 있는 정치인의 몫이다. 만약 이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촛불집회는 다시 열릴 수밖에 없다.

촛불의 미래

아마도 헌법재판소는 내년 상반기에 탄핵안에 대해 인용을 할 것인지 아니면 기각할 것인지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용되면 내년 상반기에 차기 정부가 탄생할 것이고, 기각되면 내년 12월에 차기 정부가 탄생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촛불집회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아마도 촛불집회는 다시 열릴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권력구조가 ‘4년 중임제’냐 ‘이원집정부제’냐 ‘의원내각제’냐 등의 권력구조 형태 문제가 아니다.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얼마나 가미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질문에 정치인들이 이제는 답을 해야 한다. 그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결국 촛불혁명은 또 다시 타오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