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바람에 위협받는 대세론

2017-02-19     홍상현 기자
   
▲ 안희정 충남지사 ⓒ뉴시스

보수정당·민주당 모두에게 고민이 되는 安風
문재인 껴안고, 보수 껴안으면서 돌풍 일으켜
네거티브 전략에도 포지티브 전략 구사한 덕
보수정당, 안희정 버티면서 자신의 존재감 사라져
보수세력 역선택에 민주당 지도부 고뇌 깊어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바람이 매섭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자리 숫자였지만 이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의 지지율을 넘어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위협하고 있다. 보수층에서도 안희정 지사를 주목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안 지사의 이야기 이외에는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로 인해 고민이 되는 세력은 보수정당과 민주당 모두이다. 안희정 바람이 모두에게 고민을 안기고 있는 모습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요즘 노인정을 가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안희정 충남지사’이다. 이제 안 지사는 정치이야기가 나온다면 항상 빠지지 않는 인물로 떠올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 지사의 주목도는 없었다. 단순히 충남지사라는 것 이외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지지율 역시 한 자리 숫자에 머물렀다. 그런 안 지사가 이제는 20%대로 진입했다. 1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2월 3주 주간 집계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문 전 대표 33%, 안희정 충남지사 22%,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각각 9%를 기록했다. 이처럼 안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안 지사의 가장 큰 강점은 다른 정치인들을 비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탄핵 정국 하에서도 다른 정치인들은 촛불집회를 나가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인 반면 안 지사는 충남도정에 열심이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정치인들처럼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른 후보들이 문재인 전 대표를 비판할 때 안 지사는 오히려 비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때문에 처음에는 주목도가 상당히 떨어졌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탄핵 정국에서 지지율이 급속도로 상승할 때에도 안 지사의 지지율은 답보상태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정치인을 비판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안희정의 바람

이것이 오히려 주효했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정치인들이 문 전 대표를 비판했을 때 안 지사는 비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게 되면서 문 전 대표 지지층으로부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 관심이 결국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인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그것이 안희정 지사로 점점 옮겨 붙는 모습을 나타났다.

그리고 안 지사는 보수도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다. ‘대연정’을 이야기했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배치 불가역성도 이야기를 했다. 다른 야권 후보들이 내놓지 않았던 것을 내놓으면서 보수의 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중도 사퇴를 하면서 갈 곳을 잃은 중도보수층이 결국 안 지사에게 넘어온 것이다. 그러면서 지지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안 지사가 현재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중도보수가 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도보수 중에 문 전 대표는 싫고, 그렇다고 보수정당에는 변변한 대선 후보가 없기 때문에 결국 안 지사에게 쏠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노인정에서도 안 지사의 이야기를 할 정도이면 안 지사의 돌풍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아직까지 문 전 대표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지지율이기는 하지만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위협하기에는 충분한 지지율이다.

안 지사의 돌풍은 상대를 깎아 내리지도 않으면서도 자신의 강점을 충분하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신선함’이라고 할 수 있다. 안 지사가 정치권에 오래 있었지만 안 지사를 제대로 바라본 적은 아마도 최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유권자들에게는 안 지사는 신선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네거티브 대선 전략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과 함께 야당에 있으면서도 여당과 손을 잡겠다는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다.

고민에 빠진 보수정당

안희정 지사의 돌풍으로 인해 고민에 빠진 세력이 있다. 그것은 ‘보수정당’들과 민주당이다. 보수정당의 경우에는 위기에 놓이게 됐다. 반 전 유엔 사무총장이 중도사퇴를 하면서 그 지지층을 보수정당이 흡수할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느닷없이 안희정 지사가 그 지지층을 흡수한 것이다. 더욱이 보수 유권자들도 안희정 지사를 주목하면서 자당 소속 대선 주자들이 기를 펴고 다니지 못할 정도이다.

문 전 대표 대세론으로 인해 보수가 위기에 놓이게 됐고, 이에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데 안 지사가 버티고 있음으로 인해 보수의 위기라는 전략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보수 유권자들이 안희정 지사에게 관심이 쏠리면서 보수정당과 소속 대권주자들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일부 보수세력은 대선 본선에서 문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보다 오히려 안 지사가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 더 무섭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표의 확장성이 없지만 안 지사는 표의 확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수정당은 안 지사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보수정당의 고민은 깊다. 만약 안 지사가 대선 본선까지 간다면 보수정당의 대선 전략은 엄청난 변화를 줘야 한다. 하지만 만약 문 전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된다면 기존처럼 ‘보수의 위기’를 강조함으로써 보수층의 결집을 꾀할 수 있다. 결국 안 지사가 대선 주자가 되느냐 문 전 대표가 대선 주자가 되느냐에 따라 보수의 대선 전략이 바뀐다고 할 수 있다.

역선택은 과연

더불어민주당의 고민도 깊다. 왜냐하면 역선택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층 유권자들이 개별적으로 경선에 참여해 선택을 하는 것 자체를 갖고 뭐라고 할 수 없지만 보수단체의 조직적 움직임에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안희정 지사가 보수세력에게 주목을 받으면서 역선택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박사모 홈페이지 게시판에 문 전 대표를 대선 경선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하자는 독려의 글이 올라왔다가 사라진 일이 있었다. 보수세력이 집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세력이 역선택을 한다는 것은 일단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대선 경선의 흥행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선택이기 때문에 결국 민심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역선택에 대해 무조건 비판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는 투표할 자유와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보수층 유권자라고 투표를 제한할 수는 없다. 때문에 개별적인 경선 참여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조직적인 참여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법적 검토까지 고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고려한다는 법적 검토 내용은 보수단체 등에서 조직적으로 대선 경선 참여를 조장하는 등의 모습을 할 경우이다. 이는 업무방해죄 등에 해당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이 마치 보수 유권자들은 투표하면 안된다는 식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안희정 지사를 지지하는 보수층에게도 문호를 열면서도 역선택의 가능성을 줄여야 하는 그런 고민을 당 지도부가 하고 있는 것이다. 안희정 지사의 돌풍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상당한 고민에 빠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