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 입사지원자에 키·몸무게 정보 요구…인권·사생활 침해 우려
사측 “통상 사용하던 채용 양식…조정 의사 있어”
불필요한 개인정보 요구하는 기업 여전히 만연
한국인권행동 “권고보다는 법률적 강제성 필요”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최근 ‘반도건설’에서 입사지원 항목에 다소 과한 개인정보 기재를 요구해 인권침해·사생활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정부도 ‘블라인드 채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건설의 이러한 입사지원 시스템은 시대를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12일 반도건설 홈페이지에 게재된 채용공고 입사지원서에 따르면 입사지원 기본사항 항목에 이름과 생년월일, 성별 등을 비롯해 신장, 체중, 시력, 혈액형 등의 신체정보, 보훈대상, 본적이 필수기재 사항으로 지정돼있다.
가족사항 항목에는 학력을 비롯해, 직업, 회사명, 직위, 동거 여부 등이 포함돼있다. 또 경력사항 항목에서는 퇴직사유에 대한 기술을 요구한다.
일각에서는 반도건설의 입사지원서 항목에 대해 지원자의 업무 수행 능력과 무관한 사항들을 요구함으로써 인권침해·사생활 침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반도건설은 입사지원서 논란에 대해 인권침해·사생활 침해 의도는 전혀 없으며 채용 합격 여부와도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반도건설 인사총무팀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해당 입사지원서는 4~5년 전에 구축된 것으로 당시 기업들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던 채용 패키지(양식)”라며 “인권침해나 사생활 침해 의도는 전혀 없으며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항목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에 입사지원 시스템을 지금 당장 바꿀 순 없지만 고용노동부의 권고사항이나 정부에서 입사지원서와 관련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조정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반도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채용 시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를 지양해야 한다는 사회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지원자에 대한 기업들의 인권침해·사생활 침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제주항공은 지원자들에게 블라인드 채용 방식인 ‘재주캐스팅’으로 승무원의 20%를 채용한다면서 지원자의 얼굴이 반드시 포함된 50~60초 분량의 자기소개 동영상을 요구해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평가 기준은 업무 수행 능력이 아니라는 것.
또 올해 초 식품기업 ‘아워홈’이 신입사원 공개채용 온라인이력서에 지원자의 SNS계정을 요구하는 항목이 포함돼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되는 신체조건, 가족사항 등의 항목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권고하는 입사지원서 제외 항목이며 2007년부터 고용노동부에서 권고하는 ‘표준이력서’에도 어긋난다.
또 2015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취업준비생 4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복수응답) 결과에서도 입사지원서에서 없어져야 할 항목으로 ▲키·몸무게 55.4% ▲가족사항 52.3% ▲퇴직사유 16.7% 등이 꼽혔다.
취업준비생 박모(24)씨는 “얼마전 지원했던 모 기업에서는 부모님뿐만 아니라 형제·자매의 직업과 학력을 요구하는 항목이 있었다”면서 “대체 업무와 가족들의 학력·직업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이어 “여전히 업무와는 무관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뜩이나 취업난 때문에 힘든 상황인데 취준생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행정자치부에서 ‘개인 정보 수집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 안에는 입사지원서에서 꼭 필요한 정보만 수집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을 지시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달 26일 온라인 채용 시 입사지원서 양식을 미리 공개하고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를 예방하라고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도 최소한의 개인정보 수집을 지향하고 있어 향후 기업들도 불필요한 개인정보 요구는 배제하고 업무 능력에 중점을 둔 채용 방식의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인권행동 이주영 교육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채용 과정에서의 과도한 정보수집은 그동안 기업에서 계속돼 온 관행”이라면서 “이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도 업무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데 제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원자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정보수집에 대해 단순히 권고사항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를 제한하는 강제적인 법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