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아직 불안한 지주사 전환…롯데쇼핑 부진 나비효과?

2017-08-24     최병춘 기자
▲ ⓒ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롯데그룹이 주요 계열사 분할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롯데그룹은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통해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4개 계열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투자회사를 합병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주총 승인을 거쳐 오는 10월 1일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그룹 측도 지주사 전환 작업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롯데그룹은 4개 계열사의 신동빈 회장을 포함해 롯데 계열사 등 의결권을 가진 지분에 대한 영향력을 상당수 확보하고 있는 만큼 주총 승인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힘빠진 롯데쇼핑, 불안한 소액주주

하지만 불안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분할합병 대상 4개사 중 총자산과 매출액 면에서 전체 금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쇼핑의 실적부진이 가져온 소액주주의 반발과 자금조달 방안에 대한 우려가 이에 해당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로 인한 대중국 타격으로 롯데쇼핑의 올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8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10억원)보다 49.0% 줄었다. 매출액도 6조9228억원으로 4.3% 줄고 당기순이익은 41억원으로 무려 95.0% 감소했다.

롯데쇼핑의 실적 악화로 다른 계열사 주주들의 불안감이 커졌고 결국 일부 소액주주들의 지주사 전환 반대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이하 소액주주모임)은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롯데푸드 등 4개 계열사 분할합병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연금과 청와대 탄원서 제출,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데그룹 불공정행위 고발, 가두시위, 버스 광고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칠성음료를 공정공시제도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소액주주모임은 롯데칠성음료가 의도적으로 소액주주들을 따돌리고 일부 제한된 투자자만을 대상으로 ‘날치기 기업설명회’를 개최해 공정공시제도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롯데쇼핑의 합병비율 산정, 최순실 게이트에 신동빈 회장이 연루된 점, 합병비율산정가와 매수청구권의 괴리, 롯데그룹의 조직적인 소액주주 탄압 등 4가지를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지주사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의 사업위험성을 3개 계열사 주주들이 떠안을 것을 우려했다. 결국 지주사 전환은 특정 주주의 그룹에 대한 지배권 강화가 목적으로 소액주주들의 희생과 손해를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자금조달 방안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비용과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자회사 지분취득 비용으로 4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 중국 타격으로 고전을 겪고 있는 롯데쇼핑에 투입해야할 자금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 과정에 소요될 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신동빈 롯데 회장ⓒ뉴시스

소액주주 앞세운 신동주? 兄의 반격 

무엇보다 롯데그룹 ‘형제의 난’의 또다른 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前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도 지주사 전환을 앞장서서 막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신 전 부회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29일 열리는 주주총회 결의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또 신 회장이 분할합병과 관련된 회계장부, 계약서 등 서류 열람등사를 허용해달라고 신청했지만 지난 1일 기각되자 곧바로 항고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7일 “분할합병 후 롯데쇼핑 사업회사는 롯데지주의 자회사가 되고 중국 자회사 주식의 대부분을 롯데쇼핑 사업회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 자회사의 실적과 사업위험은 롯데쇼핑 사업회사를 거쳐 롯데지주에 고스란히 전가되게 된다”고 반대입장을 재차 드러냈다.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소송에서 연달아 패소한데다 국내 주총 의사결정에서 사실상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평가를받고 있지만 지주사 전환 반대를 목소리를 내고 있는 소액주주를 앞세워 분위기 반전을 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불안 여론 잠재워라, 롯데 막바지 총력전 

롯데도 주총이 가까워지면서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부정적 시각의 확산을 막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주사 전환 작업이 신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신 전 부회장의 주장에 대해 “사실을 부당하게 왜곡하는 명백히 잘못된 주장”이라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롯데의 각 계열사는 지난 21일 ‘의결권대리행사권유에관한의견표명서’를 통해 “신씨 측의 주장은 왜곡된 사실로 주주들을 현혹하고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오해와 혼란을 초래하는 일방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롯데가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분할합병 대상 기업인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의 주주 배당 성향을 2배 이상 확대키로한 것도 분위기 전환을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제기되는 우려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주총 일정에 차질 없이 자금이나 절차 준비하고 있다”며 “지주사 전환에 큰 문제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롯데 지주사 전환을 위한 주총는 이달 29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