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이혜훈發 위기...바른정당의 운명은 어디로

공중분해냐 vs. 살아남느냐…기로에 놓인 바른정당

2017-09-06     홍상현 기자
▲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뉴시스

금품수수 의혹 검찰 수사로 옮겨져
당 대표 사퇴 시기는 언제로 잡나

포스트 이혜훈 시대, 바른정당 운명은
자강론 vs. 통합론 싸움으로 번질 것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금품수수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품수수 의혹의 진실은 검찰 수사로 밝혀지겠지만 이 대표를 둘러싼 복잡한 셈법이 바른정당을 강타하고 있다. 바른정당의 운명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며 당 대표인 이 대표로서도 상당히 괴로운 상황이다. 이 대표가 어떤 행보를 보이냐에 따라 앞으로 당의 운명은 완전히 갈린다.

이 대표는 자신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줬다는 사업가 옥모씨의 주장에 대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로 현재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옥씨는 이 대표가 지난 20대 총선에서 당선되면 사업 편의를 봐주겠다고 해 현금과 명품 가방 등 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넸다고 한 언론을 통해 주장했다. 옥씨는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에 이 대표를 만나게 된 경위와 수사의뢰를 기록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1일 해당 사건을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의도를 갖고 접근해 온 사람임을 분별하지 못하고 제대로 차단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홍보전문가라며 이미지 메이킹, 스타일링 등 코디를 도와줬다”면서 “코디 소품에 대해선 물품 처리하고 구입비용을 완납했다. 모든 것을 통틀어 60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 이후 또다시 김치 사건이 불거졌다. 사업가 옥씨는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갈비도 사주고 김치도 해달라고 해서 김치를 해줬다고 진술했다. 옥씨는 이 대표 집 앞에 김치 보따리들을 놓고 왔고, 이 대표가 집에서 먹을 밑반찬까지 요구했다면서 이 대표 측에서 김치 배달을 위해 문자로 보낸 집 주소 등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김치 담근 것에 대한 비용을 지불했으며, 동네에서 김치를 담가주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기억에 없다고 해명했다.

▲ ⓒ뉴시스

이혜훈의 의혹

이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은 이제 검찰의 손에 넘어갔다. 금품수수 의혹의 실체적 진실은 검찰 수사 결과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상당히 복잡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소환 조사에 어떤 신분으로 응할 것이냐의 문제도 있다. 현역 의원으로 소환조사를 받을 것이냐, 당 대표 신분으로 조사받을 것이냐를 놓고도 당내에서 첨예한 갈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만약 구속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면 불체포 특권 논란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또한 혹여 기소될 경우 이 대표에 대한 출당 조치 문제도 큰 숙제가 된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로 탄생한 정당이기 때문에 이 대표가 기소된다면 이 대표의 출당 문제가 거론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대표가 출당된다면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의 지위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바른정당으로서는 치명타를 입게 되는 셈이다. 물론 구속이나 기소는 검찰 수사가 아직 초반인 상황에서 아직까지 섣부른 예단이다.

이 대표는 이번 일로 인해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총선 새누리당 서초갑 공천에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제치고 승리를 따내며 화려하게 정치권에 복귀했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거치면서 바른정당의 창당 주역이 됐으며 지난 대선 때는 유승민 당시 대선 후보를 도와 명실상부한 바른정당의 주류를 이루게 됐다. 그리고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되면서 바른정당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 됐다. 또한 이 대표가 갖고 있던 깨끗한 이미지가 바른정당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면서 당 이미지를 올리는 시너지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그런 이 대표가 금품수수 의혹에 휘말리게 되면서 바른정당의 이미지도 추락하게 됐다. 바른정당 내부는 복잡하다. 바른정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 사퇴론이 거론되고 있다. 금품수수 의혹에 휘말린 이 대표가 더 이상 당 대표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말미의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로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결국 이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당 대표직 사퇴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

▲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뉴시스

이혜훈의 운명

우선 시기의 문제다. 이 대표가 물러나게 되면 전당대회를 치러 새로운 당 대표를 앉혀야 한다. 그런데 정기국회 시기에는 전당대회를 할 수 없다. 전당대회는 시간을 잡아먹는 싸움이다. 한달 정도의 시간을 잡아먹어야 한다. 100일 정기국회에서 30여일을 잡아먹는다는 것은 바른정당에게는 치명타다. 때문에 정기국회가 끝난 직후에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므로 빨라도 내년 1월에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 문제는 내년 1월에 새 지도부가 들어서게 되면 내년 6월 지방선거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다. 공천 룰을 확정해서 공천을 해야 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하자면 턱없이 부족한 일정이다. 최소한 내년 1월에는 공천 룰이 확정돼야 한다. 그러자면 새 지도부를 올해 안에 선출해야 하는데 정기국회가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결국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통상적으로 당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으면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승계한다. 하지만 주호영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을 맡으면서 비대위원장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비대위원장을 새로 선출해야 한다. 비대위원장 선출을 놓고 당내 인사로 할 것이냐 외부인사를 영입할 것이냐의 고민이 따를 수밖에 없다. 당내 인사로 선출한다고 해도 누구를 앉히느냐가 바른정당의 운명에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다. 현재 비대위원장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다. 아무래도 두 의원이 당내 최대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비대위원장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유승민 의원은 ‘자강론’을 얘기하고 있는 반면, 김무성 의원은 불과 얼마 전에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과 공부모임을 가질 정도로 ‘통합론’을 얘기하는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유승민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앉혀질 경우 자강론자가 당의 주류가 되는 셈이다. 거꾸로 김무성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앉혀질 경우 통합론자가 우세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강론’이냐 ‘통합론’이냐의 시끄러운 싸움이 불가피해진다. 설사 둘 중 한 사람이 비대위원장에 앉는다고 해도 과연 바른정당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무사하게 존재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왜냐하면 당내에서는 자강론과 통합론으로 상당한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바른정당은 그만큼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바른정당의 미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지율이다. 현재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반등할 기회를 살피고 있던 바른정당으로서는 이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이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지지율은 당분간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은 계속해서 통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무릎 꿇고 들어오라는 점령군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만큼 바른정당은 현재 가장 난감한 상태가 됐다. 이 문제를 바른정당이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여부에 따라 당의 운명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