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넥슨 등 IT업계, 근로시간 셧다운제 꼼수 논란…초과근무 기록 ‘강제 먹통’
이정미 의원 “IT업계 코어타임 근무해도 근로시간 입력 못하게 해놔”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스마일게이트, 넥슨 등 IT업계와 일부 제조업체가 직원들이 초과근무 시간을 입력하지 못하도록하는 등 불법적으로 유연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은 “올해 7월 주52시간 등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IT업계와 일부 제조업 사무직에서 유연근로제를 도입하면서 초과근무를 하는 경우 실근무시간 입력을 못하도록 ‘불법적인 근로시간 셧다운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크런치 모드 등 장시간 노동 문제가 있던 IT업계를 중심으로 유연근로제(선택적, 탄력적, 재량근무제 등) 등이 도입됐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상시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공공기관부터 2018년 7월 1일부터 유연근무제가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대부분 IT업체는 누구나 일해야 되는 시간을 일컫는 코어타임(오전10시~오후5시)을 두면서 출근 시간에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지난 7월 유연근로제를 도입하면서 추가 근무시간을 입력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불법적인 근로시간 셧다운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의 경우 주 평균 52시간 이내는 근무시작 시간에 ‘플레이’ 버튼, 근무종료 시간에 ‘정지’ 버튼, 비근로시간 입력은 ‘업무 중’ 버튼을 사용해 실근무시간을 정산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주 평균 52시간 근로를 초과하는 경우 코어타임인 오후 2시30분 근무중에도 ‘플레이’와 ‘정지’ 버튼이 비활성화 된 회색 버튼으로 바뀌어 눌러지지 않는다. 주52시간을 넘어 연장근무를 하더라도 그 시간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실제 화학섬유식품노조 스마일게이트 지회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초과근로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체 설문 응답 331명 중 17%(56명)이 7월 이후 실근로시간이 주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경험이 있고, 이들은 개발부서가 73%(41명), 사업부서가 18%(10명), 운영 및 경영지원 부서가 9%(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넥슨 또한 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무를 하는 경우 근태입력창이 비활성화 되고, 출장, 외근 등으로 근로시간 수정이 필요한 경우, 입력시 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면 ‘근로시간 수정 자체가 불가합니다’라는 알람으로 초과근로를 주 평균 52시간 이내로 수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T CS의 경우 7월 복무시스템 최초 변경시 출근 버튼만 있고 퇴근 버튼이 없었다. 이러한 사실이 문제가 되자 퇴근 버튼을 생성했지만 퇴근 시간(오후 8시)에서 10여분이 지나면 퇴근 버튼이 사라지고 판매사원들의 실적입력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시켰다.
이 밖에도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 업체인 ‘네오싸이언’은 직원들에게 근무시간 준수사항으로 ‘자리 이탈시 보고체계 준수’와 ‘비흡연자 고용환경과 동일근무조건을 이유로 흡연 이동 1회당 15분을 근로시간에서 제하고, 공제된 만큼 추가 근무를 이행한 후 퇴근’하라는 내용의 메일을 직원에게 공지한 바 있다.
또 SK하이닉스 기술 사무직은 실근로시간 산정시 추가휴게시간 즉 ‘비근로시간(흡연, 티타임 등)’ 입력을 통해 주 평균 52시간 근로시간을 맞추는 등 초과근로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비근로시간 입력 폐지에 대해 노조 자체 설문결과 10명 중 7~8명이 폐지해야 된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IT업계가 유연근로제를 도입하면서 주 평균 근로시간 52시간 상한을 정해놓고 실제 출퇴근시간 입력을 제한하거나, 비근로시간 입력을 통한 꼼수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평소 네이버, 게임사 등 대부분 IT업계에서 서비스 사업 종료시 팀을 해체하고 권고사직 압박 등 고용불안을 야기 시키고 기업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관행과 함께 반드시 퇴출돼야 할 나쁜 관행”이라며 노동부의 전반적인 근로감독을 촉구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초과근무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일 뿐 이라며 이 같은 지적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근무시간 입력 제한 조치 사례로 지적된 스마일게이트 측 관계자는 “직원들의 초과 근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법적으로 근무시간이 주 52시간 초과하면 안되니까 (근무시간 정산)버튼이 안눌러 지는게 당연하다”며 “회사에서 근무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주의 경고, 업무 배분 등 시스템을 개선해 관리하고 있다. 이를 지키기 위해 물리적인 제한장치를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같은 전후 사정을 배제하고 지적된 것에 대해 억울하고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넥슨 측 입장도 비슷했다. 넥슨 관계자는 “근태 관리 시스템을 설계한 근본적인 배경과 목적은 모든 임직원이 주간 52 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하지 못하게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이라며 “시스템 상에 52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을 입력할 수 있다면, 이는 이미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상황을 사후에 인지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KTcs 관계자도 “(근무시간) 셧다운제는 직원들이 정시간에 퇴근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오히려 정시 근무 환경 만들지 않는게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네오싸이언, SK하이닉스 측의 입장도 확인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