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온도계, 체온계로 둔갑…코로나19 불안 노린 꼼수 판매 횡행

2020-02-26     김효인 기자
상품명에 의료기기인 ‘체온계’ 단어를 포함시키거나 코로나바이러스를 판단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은 쇼핑몰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 캡처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생관리용품의 가격이 폭등하고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산업용 온도계를 체온계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일부 판매자가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6일 본지 확인 결과 일부 판매업체가 온라인을 통해 산업용 적외선 온도계를 코로나19 감염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체온계로 표기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쇼핑에 ‘코로나, 적외선, 체온계’ 등을 검색하면 체온계로 오인할 수 있게 판매되고 있는 산업용 온도계 제품들을 여러 개 발견할 수 있다.

먼저 ‘A’ 사이트에서는 산업용 적외선 온도계 상품명에 체온계라는 단어를 버젓이 사용했다. 체온계는 엄연히 의료기기에 속하며 의료기기가 아닌 산업용 제품을 체온계라고 칭하는 것은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다. 상품설명에서는 ‘인체에 사용할 시에는 구강 내 혹은 귓구멍으로 point하면(쏘면) 조금 더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라는 안내로 소비자 혼란을 야기시켰다.

이어 ‘B’ 사이트에서는 산업용 적외선 온도계 상품명에 ‘사람 온도 측정’, ‘코로나바이러스 판단유무확인’이라는 문구를 추가해 판매하고 있었다. 의료기기가 아닌 제품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 또한 근거가 없는 문구로서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상품명에는 체온계나 코로나19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검색어로 소비자를 유입시킨 다음 구매를 유도하는 수법도 발견할 수 있었다.

네이버쇼핑 ‘C’ 상점에서 판매되는 산업용 온도계의 상품명은 비접촉식 적외선 온도계 등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제품 검색 태그에는 비접촉체온계, 체온측정, 바이러스, 우한코로나바이러스 등의 단어를 포함 시켜 판매사이트 방문을 유도한다. 체온계로 분류돼 있으니 인체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산업용 적외선 온도계는 유리나 철강 산업, 플라스틱 제조 산업 등의 분야에서 물체와 접촉하지 않고 고온의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다. 영하 20도에서 섭씨 550도까지도 측정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오차범위가 넓어 미열까지 파악해야 하는 체온계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렇게 용도가 다른 산업용 온도계가 체온계로 둔갑한 배경으로는 일반 체온계의 품귀현상으로 가격이 폭등한 점이 지목된다. 일례로 불과 3주 전 7만원대였던 브라운 체온계 IRT-6520의 가격대는 현재 최대 29만원대까지 상승한 상태다. 기존 가격보다 4배나 오른 것.

검색태그에 ‘체온계’와 ‘우한코로나바이러스’ 등의 단어를 포함시켜 소비자 혼란을 야기시키는 쇼핑몰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 캡처

이와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는 지난 24일 체온계가 없다고 산업용 온도계를 구입하지 말라는 주의글이 올라오며 피해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작성자 D씨는 체온계를 사려했지만 모두 품절돼 체온계로 분류된 산업용 적외선 온도계를 구매했지만 인체의 경우 40도까지 측정되는 등 오차가 너무 심해 체온계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D씨는 “오차는 어쩔 수 없지만 문제는 온도계를 체온계처럼 오인하게 판매를 한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D씨의 주장대로 해당 사례의 문제는 이 산업용 적외선 온도계를 원래 목적이 아닌 체온계처럼 판매한 것이다. 이렇게 용도에 맞지 않는 산업용 적외선 온도계조차도 소비자의 불안감을 타고 온라인에서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판매사이트 게시판에서는 인체에 사용해도 되냐는 문의에 품절이라 구매할 수 없다는 안내글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산업용 온도계를 체온계로 오인하게 해 판매한 사이트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료기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체온을 잴 수 있는 상품인 것은 맞다”라며 “하지만 해당 제품은 품절이라 입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용 적외선 온도계 제조업계에서는 산업용 온도계는 인체용이 아니니 사용해선 안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 산업용 온도계 제조사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비접촉 표면온도계로 물체의 표면온도를 재는 목적이기에 체온계의 역할을 할 수 없다”라며 “이점은 판매자들에게도 반드시 안내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입장도 의료기기가 아닌 제품으로 체온을 재는 것은 위험한 행위이며, 이를 오인하게 해 판매하는 판매자의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체온은 질병진단기기, 즉 안전성과 유해성 검사를 거친 의료기기로 측정해야 한다”며 “오차가 많이 발생하고 인체용으로 확인되지 않은 산업용 온도계를 사용해 체온을 재는 것은 위험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무허가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