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기자의 젠더 프리즘] 양준일 성희롱에 “편한 자리라서” 해명…잘못된 인식 드러낸 사과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탑골GD’로 불리며 신드롬을 일으킨 가수 양준일씨가 성희롱성 발언으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양씨는 지난 3일 유튜브 ‘리부트 양준일’ 채널 라이브 방송에서 여성 스태프에게 지속적으로 이상형을 물었습니다. 이에 해당 스태프가 “가릴 처지가 못 된다”고 답하자 양씨는 “(해당 제작진이) 마음에 드는 사람은 채팅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양씨는 그러면서 “성격 급한 남자 얼른 채팅을 달라. 새 차를 중고차 가격에 사실 수 있는 기회”라고 했습니다.
양씨의 이 같은 발언은 여성을 중고차에 비유해 가치를 매긴, 여성혐오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발언입니다. 또 여성 스태프에 대해 ‘중고’라는 평가를 한 것도 문제지만, 시장에 매물을 내놓는 듯한 표현 역시 문제입니다.
방송 이후 양씨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재부팅 양준일’ 측은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지난 10일 입장을 밝혔습니다.
제작진은 “기존 녹화와 다르게 라이브용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만 진행돼 평소와 다른 편안한 분위기가 형성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적합하지 않은 대화가 라이브를 통해 송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방송 직후 양준일은 특정 성별에 의미를 두지 않은 발언이었으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임을 인지해 곧바로 당사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비판이 이어지던 상황임에도 곧바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일반인인 제작진이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해 별도의 게시글을 올리지 않았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일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사전 준비가 미흡했던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제작진의 해명에도 비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당 발언은 의도와 관계없이 명백한 성희롱이며, 성희롱성 발언을 한 양씨가 사과를 하지 않고 제작진이 사과를 한데 대해 지적하고 나선 것입니다.
성희롱성 발언이 나온 이유에 대해 ‘평소와 다른 편안한 분위기’로 설명한 것도 문제가 됐습니다. 방송이 아닌 편안한 자리에서는 이 같은 말을 해도 괜찮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또 편안한 분위기에서 성희롱성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양씨가 평소 여성에 대해 이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는 말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비판이 이어지자 양씨는 11일 카카오 프로젝트 100 ‘양준일과 함께 매일 영혼의 말 한마디’ 채널에서 논란이 된 성희롱성 발언에 대해 “내 자신에 대해 시동이 잘 안 걸리는 중고라고 말했고 시든 꽃이라고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납득이 되지 않는 해명입니다. 스스로를 중고차, 시든 꽃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타인에 대해 이처럼 표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제작진의 사과 이후 양씨가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한 사진도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게 합니다. 양씨는 이날 서울지하철 2호선 역삼역을 찾아 자신의 SNS에 팬들이 선물한 역사 내 영상광고를 인증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사과도 하지 않은 채 팬들의 선물을 인증하는 모습은 그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케 합니다.
대중의 분노는 양씨의 성희롱성 발언뿐 아니라 본인의 사과가 없다는 점, 진정한 반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롯됩니다.
과거 ‘역사의식이 없다’는 모 여성 아이돌 가수는 사과를 하고 역사공부를 하는 등 지속적이고 진심어린 반성을 하기까지 누리꾼들의 수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여성혐오적 인식을 드러낸 양씨는 대중에게 어떻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까요. 양씨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