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치닫는 추미애-윤석열 갈등, 감찰 현실화

“사실상 나가라는 것” 검찰 내부 부글부글 독립적 수사기구 건의, 추미애 단박에 거부 “9일 오전 10시까지 답하라” 최후통첩 날려 검사 징계위에서 지휘권 발동 적법 따져

2020-07-09     홍상현 기자
(왼쪽부터)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검언 유착’ 사건과 관련해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을 건의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이로써 남은 카드는 감찰 밖에 없다. 감찰 절차를 밟는다는 것은 윤 총장을 향해서 사실상 나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윤 총장의 임기는 보장돼 있지만 수사지휘권 발동에 이어 이번에는 감찰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면서 결국 윤 총장의 운명이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언유착 사건 수사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헌정사상 두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이기 때문에 검찰 안팎은 어수선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물러날 뜻이 없으면서 전국 검사장 회의 등을 거치면서 대안 마련에 부심했다.

그리고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을 건의했다. 절충안은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포함해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수사를 지휘한다는 것이다. 이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고 검찰 내외부의 의견을 고려한 것으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한다는 윤 총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대검찰청은 설명했다.

100분 만에 보기 좋게 거절

하지만 추 장관은 건의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고 100분 만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는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기에 장관의 지시를 이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추 장관의 지시대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겠다는 명확한 내용도 없기 때문에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9일 오전 10시까지 지시 이행 여부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검언유착 의혹 수사의 적정성을 따지는 전문자문단 소집 중단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한 수사 독립성을 보장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는 것은 사실상 윤 총장에게 “옷 벗고 나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윤 총장은 이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전국 검사장회의를 열어 절충안 마련에 부심했다. 그러나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절충안마저 거부하면서 사실상 옷 벗고 나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찰 내부에서는 사실상 옷 벗고 나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이제 봉합할 가능성이 낮다. 윤 총장이 이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는 점에서 윤 창장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윤 총장 입장에서 추 장관의 지휘를 그대로 따르거나 따르지 않거나 양자택일 이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다.

ⓒ뉴시스

결국 감찰 카드로

만약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를 따르지 않으면 감찰로 이어지고, 그에 따른 집무집행 정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이 직무집행 정지를 받는다면 검찰로서는 상당한 치욕이 될 수밖에 없다.

추 장관은 법무부 훈련인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라 법무부의 직접 감찰을 지시하게 된다.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이 진행되면 비위 사항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징계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징계 처리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또한 감찰이 진행되면 윤 총장이 사표를 내더라도 수리가 되지 않는다.

아울러 검사징계법상 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대상자에게 직무집행 정지를 명할 수 있기 때문에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직무집행 정지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측된다.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은 2013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혼외자 의혹’이 제기된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을 지시했다. 당시 채 총장은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감찰이 진행되는 동안 사표를 제출해도 사표가 수리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당시 곧바로 수리가 됐다는 것은 혼외자 의혹은 구실이었을 뿐,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문제 삼아 총장 찍어내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번에는 윤 총장이 평소에도 사표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에 감찰이 진행된다고 해도 사표를 제출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범야권 대선 주자 1위를 달리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의 희생자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사표를 제출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전 카드는 검사 징계위

감찰이 이뤄지고 비위 사실이 만약 적발이 된다고 해도 징계는 장관이 결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심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검사 징계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위원장은 장관이 맡고, 위원도 장관이 지명 또는 위촉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장관의 의중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만에 하나 검사 징계위에서 윤 총장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추 장관은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윤 총장으로서 마지막 반전 카드는 검사 징계위로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감찰과 검사 징계위의 핵심 내용은 검찰총장의 지휘권 박탈하는 내용의 장관 지휘가 적법한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지휘권이 발동됐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야당들은 일제히 추 장관을 비난하면서 해임 건의안 혹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 총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적법과 위법의 목소리가 뒤섞여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검사 징계위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특히 지금까지 검사 징계위를 열어 검찰총장을 징계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검사 징계위 자체도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감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검사 징계위까지 이어질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