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난 이재명, 이낙연과 본격 대결 불가피
대법원, 정치적 표현 자유 인정...무죄 날개 달아 경기도지사 유지는 물론 대선 도전도 가능한 상황 이낙연 ‘신사적 이미지’ vs 이재명 ‘투사적 이미지’ 친문 지지층과의 화개가 가장 큰 숙제로 남아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하면서 정치적 코너에 몰렸던 이 지사가 살아났다.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2022년 대선에도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여권 대권 주자로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이 지사가 지사직을 잃어버렸다면 엄청난 타격을 입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이재명 경기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는 16일 오전 지라시(사설정보지)에는 이 지사가 무죄 취지 파기환송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돌았다. 법조계 역시 파기환송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냈다.
대법원이 강조한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다. 상호 공방이 기본인 선거 후보자 간의 토론회 발언에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면 토론회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막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즉, 비록 허위사실이기는 하지만 토론회의 근본 취지를 흔들 정도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허용된다는 이야기다. 만약 거짓된 공약을 토론회에서 발표하는 등의 행위였다면 유죄 확정 판결이 내려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에 붙었던 각종 의혹 해소되고
이날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은 이 지사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각종 의혹이 해소되는 것이었다. 이 지사로서는 선거 때마다 ‘친형 강제입원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그 의혹을 해소했다. 단순히 지사직을 유지하고, 2022년 대선에 나갈 수 있는 발판을 얻은 것을 넘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다음 대선에서도 상대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상대 후보는 다른 의혹을 갖고 공격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인해 부산시장이 공석이 된데 이어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서울시장이 공석이 된데 이어 경기도지사마저도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 타격은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은 이 지사의 대법원 선고에 대해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지사가 파기환송 판결을 받으면서 이 지사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도 기사회생한 것이다. 수도권 중에서 서울시장 선거만 내년 4월 재보선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기사회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대권 주자인 소중한 자산을 잃어버리지 않게 됐다는 것은 엄청난 자산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 지사가 만약 지사직을 상실하게 된다면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 인재풀이 좁혀지게 된다. 따라서 이 지사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축복이다.
차기 대권 구도는 이낙연 vs 이재명
이로써 차기 대권 구도는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로 굳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지사가 지난해 경기도 지역 계곡에서의 불법 영업 행위를 근절시켰으며 올해에는 코로나19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내리면서 이 지사의 인기가 올라갔고,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범여권 대권 주자 2위를 달리게 됐다.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의원은 대권 주자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애매모호한 화법을 통해 신사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낙연 의원은 국무총리 시절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노련미를 발휘하면서 인지도를 높혀갔다. 때문에 이낙연 의원은 자신의 지지층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국민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이다적인 발언보다는 애매모호한 화법을 통해 신사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사이다 발언을 통해 지지층을 넓혀가고 있다. 무엇보다 청년 정책을 펼치고 젊은 진보 성향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강력한 행정력으로 ‘일하는 정치인’ 이미지가 굳어졌다. 앞서 언급한대로 경기도 주요 계곡에 수십년간 방치됐던 불법영업을 철거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여기에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과천 신천지본부 현장조사, 신도명단 입수, 이만희 총회장의 코로나19 검사 강제 등을 통해 과감한 행정가의 모습도 보였다.
이런 이유로 이 지사는 자신만의 튼튼한 지지층을 만들어 가고 있고, 넓혀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낙연 의원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친문 지지층과의 화해가 숙제
하지만 이 지사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것은 친문 지지층과의 화해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친문 지지층과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본인 스스로 대선 과정에서 보여줬던 모습에 대한 반성까지 했다.
지난 대선 경선 때 문재인 당시 경선 후보에 대해 대대적인 공격을 펼쳤다. 친문 지지층은 “당내 경선을 본선과 같이 한다”면서 이 지사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이어졌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본선보다는 대선 경선이 더 힘들었을 정도로 이 지사는 혹독하게 문 대통령을 몰아붙였고, 그것이 친문 지지층에게 감정을 상하게 했다.
친문 지지층이 당내 주류로 있는 상황에서 차기 대선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친문 지지층과 화해를 해야 한다. 이낙연 의원도 친문은 아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친문 지지층과 화해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돼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이 차기 대권 도전은 하지 않기 때문에 친문 지지층이 차기 대권에서 큰 영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친문 지지층과 화해를 한다면 이낙연 의원을 제치고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이 있다. 친문 지지층 역시 ‘이기는 편 우리편’이라는 인식이 있다. 과거처럼 이 지사에 대해 맹목적으로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대선 경선에서 승리를 한다면 ‘우리당 후보’로 인정하겠다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