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4% 안되는 지분으로 대기업 지배…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 증가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공개

2020-08-31     최병춘 기자
ⓒ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총수일가가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을 활용해 대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 대상 기업은 작년에 비해 줄었지만 규제 밖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는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1일 올해 5월 1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64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292개사)의 주식소유현황을 분석・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은 57.6%로 지난해보다 1.0%p 감소했다.

내부지분율이 낮은 집단이 신규 지정되면서 연속지정집단(59개)의 내부지분율은 58.5%로 지난해보다 0.1%p 감소했다.

총수 있는 집단의 내부지분율은 57.0%로, 총수일가・계열회사 지분율이 각각 0.3%p, 0.2%p 하락하면서 지난해보다 0.5%p 감소했다.

최근 20년간(2001년~2020년) 총수있는 상위 10개 집단의 내부지분율은 전반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이다 2018년부터 감소세로 전환됐다.

총수 없는 집단의 내부지분율은 60.5%로, 동일인・계열회사 지분율이 모두 하락해 작년보다 비 3.1%p 감소했다.

대기업집단에 미치는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더 작아졌다.

총수 있는 55개 집단의 419개 계열회사에 대한 총수일가의 평균 지분율은 10.4%다. 전체 계열사 2114개 기준으로는 3.6% 수준이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집단은 한국타이어(47.3%), 중흥건설(35.1%), KCC(34.8%), DB(29.5%), 부영(23.1%) 순이다. 반대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은 기업집단은 IMM인베스트먼트(0.2%), SK·현대중공업(각 0.5%), 금호아시아나(0.6%)·하림(0.8%) 순이었다.

총수일가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회사는 32개 집단 소속 80개사(3.8%)로 전년(84개사)보다 4개사 감소했다. 총수일가 지분이 없는 계열회사는 55개 집단 소속 1695개사(80.2%)였다.

세부적으로 총수가 55개 집단 소속 235개 계열회사 보유한 평균 지분율은 10.0%이다. 총수 2세(동일인의 자녀)는 38개 집단 소속 184개 계열회사에 4.9% 평균 지분율을 보였다. 이 밖에 동일인의 배우자, 형제자매 등 기타 친족은 51개 집단 소속 251개 계열회사에 대해 지분을 보유, 해당 회사들에 대한 평균 지분율은 4.9%였다.

공익법인・해외계열사・금융보험사 등을 활용한 우회적 계열 출자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보다 공익법인이 출자한 계열회사는 124개에서 128개, 해외계열사가 출자한 국내계열회사는 47개에서 51개, 금융・보험사가 출자한 비금융 계열회사는 41개에서 53개로 모두 증가했다.

총수있는 55개 집단 소속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는 지난해보다 219개에서 210개로 9개가 줄었지만 사각지대회사는 376개서 388개로 12개 늘었다.

사각지대 회사는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30%미만인 상장사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 및 ▲이에 해당하는 회사가 50%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를 말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연속지정집단에서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가 순 감소(20개)했으나, 신규지정집단에서 11개 회사가 추가됐다.

규제대상회사가 가장 많이 감소한 집단은 다우키움(-10개)이며, 가장 많이 증가한 집단은 두산(+2개)이었다.

LG는 총수지분율 감소와 친족독립 경영 인정 등으로 2개사((주)엘지, (유)이스트애로우파트너스)가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에서 제외돼 더 이상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를 보유하지 않게 됐다.

장금상선(4개), IMM인베스트먼트(3개), KG(2개), 삼양(2개) 등 신규지정 4개 집단에서 규제대상회사가 11개사 증가했다.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가 많은 상위 3개 집단은 효성(15개), 한국타이어(13개), 중흥건설(13개) 순이다.

사익편취규제 사각지대 회사는 51개 집단 소속 388개사로 지난해보다 12개사 증가했다. 사각지대 회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집단은 효성(32개), 호반건설(19개), 지에스・태영・넷마블(각 18개), 신세계·하림(각 17개) 순이다.

이와 함께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한 집단은 61개 집단 중 4개 집단으로 지난해와 동일하고, 순환출자 고리 수는 21개로 지난해(14개)보다 7개 늘었다.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4% 미만의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을 활용하여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의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있으며, 공익법인이나 해외계열사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순환출자는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지만 신규 지정된 기업집단이 원래 보유하고 있었던 순환출자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돼 제도 개선 필요성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주식 소유 현황 발표 이후에도 내부거래 현황, 지주회사 현황, 지배구조 현황 등 대기업집단의 주요 현황 등에 대한 정보를 분석해 지속적으로 시장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