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OEM’ 창신INC, 회장 자녀 회사 일감몰아주다 적발…과징금 385억원

2020-10-13     최병춘 기자
창신그룹이 신발을 제조하기 위한 전체 거래과정ⓒ공정거래위원회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나이키 신발을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납품하는 국내 2위 신발 제조업체 창신아이엔씨(이하 창신INC)가 회장 자녀에게 일감을 몰아주다 적발돼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창신INC의 지시 하에 해외생산법인들이 창신그룹 회장 자녀가 최대주주로 있는 서흥을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총38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교사자로 지목된 창신INC는 고발하기로 했다.

서흥은 창신그룹이 신발 자재 구매를 대행하는 계열사로 자본금은 500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 2004년 12월 설립되어 당초 금형제조업을 영위했으나, 2008년 1월부터 창신그룹의 자재사업도 영위했다. 서흥은 창신그룹 정환일 회장 자녀인 정동흔씨와 정효진씨가 주식의 94.42%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결과 창신INC는 서흥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외생산법인들에게 서흥에 대한 수수료율 인상을 지시했다. 이에 해외생산법인들은 2013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구매대행 수수료율을 대폭 인상(약 7%p)해 지원금액 2628만 달러, 약 305억원에 달하는 금전적 대가를 서흥에게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이 기간 서흥 영업이익(687억원)의 44%에 달하는 규모다.

해외생산법인들은 그룹본사인 창신INC의 지시사항이었기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고, 수수료율 인상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서흥이 수수료율을 인상해 받아야 할 특별한 역할변화나 사정변경 등이 없었지만 그 결과 해외생산법인들은 완전자본잠식, 영업이익 적자 등 경영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서흥은 이 같은 지원행위를 통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고 이 사건 지원기간 중인 2015년 4월에는 창신INC의 주식을 대량 매입해 2대 주주로 승격했다.

만일 창신INC와 서흥이 합병하면 창신INC의 최대주주가 창신그룹 회장의 자녀로 변경돼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실제로 창신INC는 지난 2018년 9월 서흥과의 함병을 검토했다. 해당 합병이 성사되면 자본금 5000만원짜리 회사로 연매출 1조원의 우량 회사 경영권을 얻게 되는 상황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견기업집단이 높은 지배력을 보이는 시장에서 부당지원을 통해 공정거래저해성을 초래하고 부의 이전을 행한 중견기업집단의 위법행위를 확인·시정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자신이 속한 시장에서 높은 지배력을 보이는 중견기업집단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해, 기업집단 규모와 관계없이 선도적 기업집단의 부당지원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