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 배민 품고 요기요 매각…공정위 조건부 결합승인 ‘수용’
DH·우아한형제들 기업결합, ‘요기요 매각’ 조건 승인 시장 1,2위 기업 합병 시 독과점으로 인한 피해 우려 DH “공정위 결정 따라 요기요 지분 모두 매각 예정”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 인수를 위해 공정위가 제시한 요기요 매각 조건을 수용키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DH가 자회사인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의 지분 100%를 6개월 내 제3자에 매각한다는 조건으로 우아한형제들과의 기업 결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기업결합 승인 과정에서 특정 사업체 100% 매각 조건이 붙는 경우는 드문 만큼 업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이날 DH 측은 이번 공정위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DH 측은 자사 홈페이지 뉴스룸을 통해 “김봉진 창업자(우아한형제들 대표)를 식구로 맞이하게 돼 기쁘고, 그와 함께 아시아 전역에서 딜리버리히어로의 존재를 확장하고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DHK를 매각해야 하는 점은 안타까우며 그간 놀라운 고객 경험을 제공한 한국 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1분기 중 공정위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DH는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 지분의 약 88%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후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청한 바 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각각 국내 1위, 2위인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DHK가 운영하는 요기요의 기업결합이 시장 독과점으로 이어질 우려에서 비롯됐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을 위해 지난 1년간 배달앱 회사 할인쿠폰 실험 자료를 비롯해 음식점별 매출액·수수료 자료, 설문조사 등을 활용해 분석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 회사의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99.2%에 달한다. 2019년 거래금액 기준으로 살펴보면 배민이 78.0%, 요기요가 19.6%, 배달통(DH 소속) 1.3%, 푸드플라이(DH 소속) 0.3% 등이다.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 합병으로 두 배달 앱 간 경쟁이 사라질 경우 음식점에 적용되는 수수료 인상과 함께 소비자 혜택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쿠팡이츠, 카카오, 네이버 등이 배달앱 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배민과 요기요 외 다른 플랫폼의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실제로 배민과 요기요의 시장 점유율이 더 높은 지역에서는 주문 건당 쿠폰과 할인 등을 상대적으로 덜 제공한 사실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 배민과 요기요가 음식점 수수료를 인상하더라도 음식점의 이탈률은 1%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으로 인한 앱 서비스 품질 등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DH가 DHK 지분 매각 전까지 현재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요기요를 다른 배달앱과 합병하거나 전환·유인행위가 금지되며, 배달앱 연결과 화면 구성 등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또 음식점에 적용하는 실질 수수료율과 소비자 프로모션 금액도 매달 1년 전과 동일하게 유지해야 한다.
배달원 근무 조건 또한 불리하게 설정할 수 없다. 음식점과 소비자 등과 관련해서는 그간 쌓은 데이터(정보자산)를 옮기거나 공유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번 공정위 결정에 따라 DH는 시정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보유 중인 DHK 지분 전부를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 6개월 범위에서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DH는 이번 기업결합을 통해 자사의 물류시스템 기술과 우아한형제들의 마케팅 능력이 만드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며 “기업결합 목적이 독점이 아닌 시너지 효과라면 DH가 이번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DH와 결합하게 되는 우아한형제들 측도 이번 결합을 계기로 책임있는 기업이 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이번 기업결합을 계기로 아시아 시장 개척에 최선을 다하고 국내 배민의 성공 경험을 발판으로 세계로 뻗어 나가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소비자와 음식점주, 라이더 모두에게 더 많은 혜택을 드리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책임 있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