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5인 미만 사업장 제외·공무원 처벌 삭제 등 합의

2021-01-06     한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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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여야는 6일, 5인 미만의 사업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공무원 처벌 특례 조항을 삭제하는 등 핵심 쟁점 사안에 대해 합의했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사고 이전 5년간 중대재해 위험 방지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3회 이상 적발되면 명확한 인과관계 없이도 ‘추정’을 통해 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인과관계 추정’ 조항은 삭제됐다.

그 대신 영세업체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안전관련 예산을 지원토록 하는 의무 조항을 신설키로 했다.

여야는 이날 저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속개하고 이같이 합의했다.

다만 핵심 쟁점이었던 사업장 규모별 법 적용 유예 기간의 경우 합의하지 못해 오는 7일 오전 소위를 재개, 심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소위 위원장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위 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업장 규모별 유예 기간에 대해서는 “정부안(50~100인 미만 2년, 50인 미만 4년 유예)으로 가는 것으로 많이 얘기를 했다. 유예기간을 두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논의가 지속될수록 원안보다 후퇴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처벌만으로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다. 오히려 기업들과 작은 영세업체가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그런 의견에 공감해 국가 및 지자체의 안전관련 예산 지원 의무 조항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경영책임자 의무가 삭제된 것이 아니다. 5인 미만 사업장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박주민안에 따르면 ‘중대산업재해’ 적용 대상에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임대·용역·도급 등을 행한 경우에도 원청과 하청이 모두 처벌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여야 합의 과정에서 임대는 제외되고, 용역·도급·위탁으로 한정됐다.

앞서 여야는 중대재해법상 ‘중대산업재해’ 처벌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고,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학교와 소상공인도 제외키로 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등의 사회적 참사는 중대재해법상 ‘중대시민재해’로,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중대재해법상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키로 했다.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는 소상공인 기준은 소상공인기본법상 규정을 따르게 된다. 법상 기준은 상시 근로자 수 10명 미만이다. 식당과 노래방, PC방, 목욕탕 등 다중이용업소도 바닥 면적을 기준으로 1000㎡ 미만일 경우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도 합의했다.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법안심사소위 회의장 앞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해 온 정의당 측은 당초 논의보다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갈등과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1000㎡ 이상이 되는 곳은 2.5%밖에 안 되기 때문에 대부분 제외된다. 1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의 91.8%다”라며 사실상 상당 부분 제외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장혜영 의원도 “산업재해 대부분이 영세사업장에 집중됐지만, 적용 대상에서 발주처를 삭제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에 있는 위험외주화 방지 규정, 일터괴롭힘 규정조차 반영이 안 됐다. 형사상 인과관계 추정 및 매출액 기준 벌금 가중 조항도 다 삭제됐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심상정 의원도 “각 부처를 통해 재계 민원을 심사하는 식으로 이뤄졌다는 데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