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온전히 엄마 몫?...‘엄마의 정석’ 책자, 부적절한 네이밍으로 도마위

2021-01-14     진선우 기자
영등포구 보건소에서 제작·배포한 ‘엄마의 정석’ 책자 표지 ⓒ영등포구청

【투데이신문 진선우 기자】 초등학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배부된 안내 책자 ‘엄마의 정석’이 부적절한 제목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이틀 간 서울 내 초등학교 예비소집이 실시됐다. 이날 예비소집에 참석한 영등포구 내의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입학 절차와 관련된 다양한 유인물들을 포함해 영등포구 보건소에서 제작한 안내 책자도 함께 받았다.

하지만 예비소집이 끝난 후, 학부모들은 ‘엄마의 정석’이란 안내 책자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안내 책자는 초등학생 아이들을 위한 학교 적응방법, 입학 전에 필요한 준비물, 친구관계 등 부모 지침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 등으로 구성됐다.

내용엔 문제가 없었지만, 책자 제목에 ‘엄마’란 단어가 직접적으로 쓰여 문제가 됐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을 챙기는 것이 단지 엄마만의 과제로 인식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책자 표지 역시 엄마와 아이의 등하교길, 숙제를 도와주는 모습 등 어디에서도 아빠의 존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기존 ‘초등1 엄마의 정석 특강’에서 제목이 '초등1 부모의 정석 특강'으로 수정된 홍보물 ⓒ영등포구청

또한 영등포구청은 ‘초등1 엄마의 정석 특강’이란 제목으로 다가오는 1월 20일부터 2월 3일까지 5회로 특강을 준비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역시 부모의 동일한 역할이 아닌 엄마의 역할만을 강조했다.

이에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현재 영등포구청 측은 문구를 수정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이번 네이밍 논란에 대해 “제작 과정에서 육아 자체를 한쪽으로 치우쳐 엄마에게 전담시킬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정서적으로 엄마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포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직접 책자 제작에 참여한 정신건강증진팀의 관계자는 “엄마란 대명사에서 느껴지는 뭉클함과 힐링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의도가 다르게 해석된 것 같다”며 “현재 준비 중인 특강의 제목은 ‘엄마’란 단어를 ‘부모’로 바꿔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책자의 경우 이미 배부가 완료돼 회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향후 책자를 제작할 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한편 앞서 지난 6일에는 서울시 임신·출산 정보센터의 홈페이지에 산모에게 출산 전 ‘밑반찬 챙기기’, ‘옷 챙기기’ 등을 제안한 시대착오적인 지침이 올라온 후 강한 비난 여론이 일어 현재 해당 게시글은 모두 삭제됐다.

같은 날 경기 용인시의 한 보건소에서도 임산부에게 나눠준 봉투가 커뮤니티 상에서 논란이 됐다. 봉투에는 ‘이사주당의 삶’이란 제목으로 과거 조선의 태교신기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다. 봉투 속 글귀는 태교의 중요성을 담은 내용이었지만, “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은 아버지의 하루 나아주심만 못하다”는 등의 일부 내용이 조선 당시 남성중심의 유교 사상이 강하게 배어 있어 오늘날 정서와 맞지 않다는 비판은 피해갈 수 없었다. 이에 보건소는 곧 봉투 전량을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오래전 부터 잘못 굳어진 남녀 성역할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성역할’과 ‘양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변화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