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65% “최근 1년간 차별 경험”…인권위 실태조사 결과 발표

2021-02-09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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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국내 거주 중인 트랜스젠더 65%가 최근 1년 동안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9일 트랜스젠더가 겪는 혐오와 차별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진행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5월 18일부터 11월 17일까지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했으며, 국내 거주 중인 만19세 이상 트랜스젠더 591명(트랜스여성 189명, 트랜스남성 111명, 논바이너리 지정성별 여성 221명, 논바이너리 지정성별 남성 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성별 정정 및 신분증 △가족생활 및 일상 △학교·교육 △고용·직장 △화장실 등 시설이용 △군대, 구금시설 등 국가기관 △의료적 조치 및 의료접근성 △기타 혐오차별 △건강수준 등 9개 분야에서 트랜스젠더가 경험하는 혐오차별을 다뤘다.

조사결과 응답자 중 384명(65.3%)는 지난 12개월 간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법적 성별정정을 마친 사람은 47명(8.0%)였으며, 28명(4.7%)은 법적 성별정정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나머지 508명(86.0%)은 법적 성별정정을 시도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법적 성별정정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로는 성전환 관련 의료적 조치에 드는 비용(58.9%), 복잡한 법적 성별정정 절차(40.0%), 성전환 관련 의료적 조치에 따른 건강상 부담(29.5%) 등이 꼽혔다.

또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것을 우려해 신분증이나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해야 하는 의료기관 이용이나 담배구입 및 술집 등 방문(21.5%), 보험 가입 및 상담(16.4%), 은행 이용 및 상담(14.3%), 투표 참여(10.5%), 전화·인터넷 가입 및 변경(9.2%), 증명서 발급(8.5%), 주택 관련 계약(8.1%) 등 일상적 용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이들은 115명으로, 신분증 확인으로 출생시 법적 성별이 드러나는 것이 두렵거나(27명), 신분증 확인으로 현장에서 주목받는 것이 두려워서(26명) 투표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이들도 있었다.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가족들이 모르는 경우는 203명(34.4%)이었으며, 반대하거나 무시하는 경우는 152명(25.7%)로 조사됐다.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거나 무시하지도 않는 경우는 96명(16.2%)로 집계됐다.

또 132명(22.3%)는 가족에 의해 전환치료(출생 시 지정된 성별로 살아가도록 강제하는 행위) 목적의 상담 또는 권유받은 경험이 있으며, 68명(11.5%)는 실제로 상담이나 전환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중고등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는 584명 중 392명(67.0%)는 중고등학교 수업 중 교사가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124명(21.3%)는 교사에게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답했다.

대학교·대학원을 다닌 경험이 있는 469명 가운데 199명(42.4%)은 수업 중 교수 등이 성소수자 비하발언을 했다고 응답했으며 116명(24.7%)은 수업 외 시간에 교수 등이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구직확동 경험이 있는 469명 가운데 268명(57.1%)은 성별 정체성과 관련해 구직을 포기한 경험이 있었으며, 구직이나 채용 과정에서 외모 등이 여자/남자답지 못하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25명(48.2%)로 나타났다. 173명(37.0%)은 주민등록번호상 성별과 성별표현이 일치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화장실 등 공공시설 이용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 가운데 241명(40.9%)가 자신의 성별 정체성과 다른 성별의 시설을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231명(39.1%)은 화장실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음료를 마시지 않거나 음식을 먹지 않으며, 219명(37.2%)은 멀더라도 공용 화장실 또는 장애인화장실, 인적이 드문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212명(36.0%)는 화장실 이용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62명(12.5)은 관공서를 이용하면서 공무원 등 직원에게 모욕적이거나 불필요한 질문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50명(10.1%)은 다른 사람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추가 서류나 절차를 요구받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복무 경험이 있는 응답자 109명(42.1%) 가운데 64명(58.3%)은 공동 샤워실 이용을 가장 어려웠던 경험으로 꼽았으며, 60명(54.6%)은 성소수자 비하적인 발언과 이를 용인하는 문화를, 58명은 성별 정체성이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어려웠던 경험으로 꼽았다.

인권위는 “트랜스젠더는 다양한 영역에서 혐오와 차별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트랜스젠더 인권보장을 위한 국내의 법, 제도, 정책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전문가, 다양한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개별적, 구체적 사안을 검토하고 정책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