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신한은행에 불완전판매 라임펀드 ‘최대 80% 배상’ 권고

투자경험 없는 고령자에게 ‘공격투자형’ 임의작성 유도 지적 신한은행 진옥동 행장 제재심 앞둬…조정안 수용 여부 관심↑

2021-04-20     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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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가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 크레딧 인슈어드(CI) 펀드 투자 손실에 대해 배상비율로 최대 80%를 배상하라는 조정안을 내놨다.

20일 금감원은 전날 분조위를 개최하고 심의에 오른 신한은행 라임 CI펀드 투자자 2명에 대해 배상비율을 각각 69%와 7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분조위는 조정신청에 나선 투자자들에 대한 신한은행의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이 같이 결정했다.

분조위는 신한은행 고객에 적합한 투자 방식을 권유해야하는 적합성 원칙과 상품의 내용과 위험성을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하는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신한은행이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 내부통제 미흡과 투자자 보호 노력에 소홀한 점등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투자경험이 없는 투자자 A씨는 신한은행에 안전한 원금 보장 상품 추천을 요청했음에도 신한은행 측은 A씨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로 작성해 위험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점검하는 모니터링콜도 부실하게 진행됐다고 판단한 분조위는 A씨에 대해 75%의 배상을 결정했다.

A씨와 함께 69%의 배상비율이 결정된 또 다른 투자자인 한 소기업의 경우 공장 매각 대금 운용을 위해 안전한 상품을 원했다. 신한은행 측은 100% 보험이 가입돼 있어 원금손실 위험이 없고,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하며 최소 가입금액을 실제 3억원 보다 높은 5억1000만원으로 안내해 투자를 권유했다.

분조위가 두 사례에 적용한 기본 배상비율은 55%다. 여기에 영업점 판매직원의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는 기존 분쟁조정 사례처럼 30%가 적용, 본점 차원의 투자자 보호 소홀 책임 등을 고려해 25%가 가산됐다.

분조위는 안건이 오르지 않은 나머지 투자 피해자에 대해서도 배상기준에 따라 40~80%의 배상비율을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현재 검찰에서 라임펀드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향후 수사나 재판결과에 따라 계약 취소 등이 나올 경우 배상비율이 재조정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결정문에 명시했다.

다만 분조위 배상 결정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신한은행과 신청인 양쪽 모두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해야 성립된다. 신한은행이 분조위의 결과를 수용할 경우 환매 연기로 미상환된 2739억원에 대한 피해구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펀드 환매연기 사태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손해가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경우 분쟁이 4~5년 정도로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며 다수의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정제도의 취지를 살려 양 당사자가 합의할 경우 사후 정산 방식으로 신속하게 분쟁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회장과 신한은행 진옥동 행장은 이번 라임 CI펀드 판매책임 및 내부통제기준 마련 미비를 근거로 금감원으로부터 각각 ‘주의적 경고’와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 받은 상태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눠진다. 이 중 문책경고 이상부터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신한금융 조 회장의 경우 경징계로 즉각적인 영향은 없지만 진 행장의 경우 제재심에서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연임은 물론 금융사 취업이 제한될 수 있다. 이에 신한은행 측이 분조위의 조정안을 수용해 경영진 징계를 낮추는데 힘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우리금융지주가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 분조위 권고를 모두 수용한 결과 지난 8일에 열린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의 제재심에서 피해자 구제를 인정받아 사전 통보 받은 ‘직무정지’보다 한 단계 낮은 ‘문책경고’를 받은 바 있다.

두 경영진에 대한 제재심은 오는 22일로 예정돼 있으며 신한금융그룹은 그 전날인 21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분조위 조정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분조위 조정안의 결정을 존중하며 향후 이사회를 통해 최종 검토를 거쳐 결의 시 소비자보호와 고객신뢰회복을 위해 신속히 배상을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