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 분쟁조정 임박...피해자들 “납득할만한 배상비율 결정” 촉구

사모펀드 공대위 “디스커버리, 라임·옵티머스 펀드만큼 부실과 허위” 기업은행 “객관적인 금융당국 결과 따르겠다…피해자 구제 노력할 것”

2021-05-17     이세미 기자
지난달 20일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 대책위 피해자 125명이 금융감독원 앞에 모여 집단 분쟁조정을 신청하고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을 촉구했다. ⓒ디스커버리 펀드 사기피해 대책위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IBK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앞둔 가운데 피해자들이 금융당국에 납득할만한 배상비율을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17일 논평을 내고 “금감원의 불완전판매 비율 적용에 따른 분쟁조정 방식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라며 “배상 항목과 비율은 피해자들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금감원의 분쟁조정은 오히려 피해자와 금융사간 또 다른 갈등을 부축이고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만 불러 일으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디스커버리펀드 등 해외 재간접 사모펀드의 사기적 부정거래, 동기의 착오 유발 책임을 따져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지난달 27일에도 성명서를 통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촉구했다. 공대위 측은 피해자들이 받은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제안서의 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디스커버리 펀드와 직접 관련 없는 미국 운용사인 DLI의 대표 펀드의 연간 수익률로 펀드의 수익이 나고 있는 것처럼 허위기재가 돼 있었던 점을 지적했다.

또한 채권의 기초자산이 투자제안서에서 밝힌 미국 소상공인 대출채권이 아닌 전혀 다른 위험을 보유한 부동산 담보부 채권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며 기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이 내려진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옵티머스 펀드 보다 디스커버리 펀드가 오히려 부실과 허위내용이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대위의 주장과 달리 금융업계에서는 디스커버리, 헤리티지, 헬스케어 펀드의 경우 라임 무역금융 펀드와 옵티머스 펀드처럼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사실상 ‘사기성 상품’을 팔았다는 정황이 있어야 하는데, 해당 펀드들은 아직 법률적인 근거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판매사 손실 금액의 일부만 배상하는 불완전판매에 따른 분쟁조정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밖에도 공대위는 지난해부터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와 당사자 간 사적화해(자율배상)을 요구한 바 있지만 기업은행이 이를 거절하고 분조위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피해자와 기업은행 간 장기전으로 번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공대위는 분조위가 계약취소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기업은행의 분조위 결정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라서 시중은행과 다른 부분이 있다”라며 “객관성을 담보로 하는 금융당국의 절차를 따를 예정이며, 분조위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맞게 성실하게 임하고 피해자 구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대위 이의환 위원장은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피해자 구제에 나서야 된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은 금감원 분조위 조정 비율 또한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은행이 외부기관에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디스커버리 펀드의 주 판매사인 기업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개의 디스커버리 펀드인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 규모로 판매했다. 두 펀드는 미국 현지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각각 총 914억원(핀테크 695억원, 부동산 219억원) 규모의 금액이 환매 중단됐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2월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어 기업은행에 부실 펀드 판매책임을 묻고 업무 일부 정지 1개월과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했다. 또한 펀드 판매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기업은행 김도진 전 행장에게 주의적 경고의 제재를 내린 바 있다.

한편, 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한 금감원 분조위는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