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인앱결제 갑질 못한다…韓 앱마켓 규제법 세계 최초 제정

2021-09-01     박주환 기자
ⓒAP/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구글‧애플 등 사실상 앱 마켓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사업자들이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구글은 현재 운영 중인 수수료 체계가 합당하다고 항변하지만, 국내외 IT 사업자들과 해외언론들은 세계 최초 앱 마켓 규제법 제정에 환영하는 모습이다. 

1일 IT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31일 열린 본회의에서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이라고 불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7월부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로부터 여러 차례 발의가 이뤄졌고 지난 1년간 이해관계자에 대한 의견 수렴, 관계부처 협의 등의 과정을 거쳐 제정이 이뤄졌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구글‧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들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것이다. 인앱결제란 이들 사업자가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으로 유료 앱 및 콘텐츠를 이용하도록 하는 방식을 말한다. 특히 구글은 그동안 게임에만 적용했던 인앱결제 의무화를 영상, 음악, 웹툰 등 다른 콘텐츠에도 확장한다고 예고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이에 따라 IT업계에서는 앱 개발자와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또 독점적 빅테크 기업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면서 콘텐츠 창작자의 정당한 수익과 일자리가 빼앗길 위기에 있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호소도 잇따랐다.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크게 4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앱 마켓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의 결제 및 환불에 관한 사항을 이용약관에 명시하는 등 이용자의 피해를 예방하고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신설됐다.

이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앱 마켓 운영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으며, 앱 마켓에서의 이용요금 결제, 결제 취소 또는 환급에 관한 분쟁도 방통위의 통신분쟁조정위원회 분쟁조정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관심이 집중된 인앱결제 갑질 방지조항은 동법 제50조 1항 9호, 10호, 11호에 신설됐다. 해당조항에 따라 앞으로는 앱 마켓 사업자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 ▲모바일 콘텐츠 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 하는 행위 ▲모바일 콘텐츠 등을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와 관련 구글은 앱 마켓이 단순한 결제 처리 이상의 기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하며 현재 수수료 정책이 플랫폼과 개발자 모두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애플 역시 앱스토어 외에서 상품 구매가 이뤄지면 개인정보 기능이 약해지고 사기 등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관련법 통과를 이끌어온 정치권은 물론 IT 업계와 외신들까지, 세계 최초로 제정된 ‘구글갑질방지법’을 환영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방통위 한상혁 위원장은 “한국이 최초로 앱 마켓사업자의 의무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앱 개발자와 이용자에 대한 부당한 권익침해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공정하고 개방적인 모바일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라며 “미국·유럽 등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고 있는 만큼 세계적으로 앱 마켓 등 플랫폼 규제정책 입법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역시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콘텐츠 창작자의 정당한 수익을 보장하고, 모바일 생태계가 보다 발전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의 가장 큰 수혜자로 지목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법안 통과로 창작자와 개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용자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정한 앱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또한 앱 마켓사업자의 정책을 친 개발자, 친 사용자로 다시금 정립해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외신들도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글로벌 앱 마켓 규제의 중요한 선례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구글과 애플의 매출 수수료를 위협하고 지배력을 약화시킨 법안이 등장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