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깬 롯데 ‘파격 인사’ 주목…유통·호텔 사령탑, 외부 인물 영입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롯데그룹이 54년간 이어온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그룹 주력 사업군인 유통과 호텔 대표에 각각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2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전날 롯데지주를 포함한 유통·호텔·식품 등 38개 계열사의 2022년 정기 임원 인사 발표가 이뤄졌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유통 등 주요 사업부 수장에 외부 인재를 수혈했다는 점이다. 관행처럼 기존 롯데출신 직원을 임원으로 앉혀 온 롯데그룹은 주요 부문인 유통 총괄 대표와 호텔 총괄 대표를 각각 외부에서 영입했다.
이처럼 롯데그룹이 유통 대표로 외부 인사를 영입한 사례는 1979년 롯데쇼핑 출범 이후 처음이다. 롯데는 중국의 사드 보복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까지 거듭된 악재로 인해 위기를 겪어 왔다.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해 온 롯데의 이번 인사 조치에서 절박한 혁신 의지가 엿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5년간 이어온 BU(비즈니스 유닛) 체제도 HQ(헤드쿼터) 체제로 개편한다. 2017년 3월 처음으로 BU 체제를 도입한 롯데는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BU를 조직해 각 BU장이 해당 사업군의 경영을 총괄하도록 했다. 롯데는 변화에 대한 빠른 조치와 혁신을 위해 조직개편을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또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룹의 유통 사업을 총괄하는 롯데쇼핑 총괄대표에는 김상현 신임 총괄대표가 선임됐다. 한국 P&G 대표와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냈던 김 신임 대표는 2018년부터는 동남아의 대표 유통 회사인 홍콩의 DFI리테일그룹에서 동남아시아 총괄 대표를 지냈다.
2019년 유통 BU장에 취임 후 부실 점포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강희태 부회장은 물러나게 됐다. 강 부회장의 퇴진은 롯데쇼핑의 실적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롯데쇼핑의 3분기 누적매출은 11조78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83억원으로 40.3% 줄었다.
호텔롯데는 대표직을 비롯해 기존 핵심 요직의 임원들 또한 물갈이됐다. 신임 호텔 총괄 대표로 선임된 안세진 사장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 AT커니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과 사업 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 PE(사모펀드) 소속으로 외식 업체 ‘놀부’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호텔 BU를 이끌었던 이봉철 사장 또한 롯데렌탈 IPO(기업공개)를 완료하고 물러나게 됐다.
2016년 공식적으로 상장 추진을 발표한 이후 호텔롯데의 IPO는 계속 연기돼 왔다. 그간 사드 등 중국의 경제보복과 코로나19 등 악재와 실적 악화로 재추진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롯데쇼핑의 백화점 사업부 대표에는 2019년 신세계그룹에서 영입된 롯데GFR(패션 사업)의 정준호 대표가 선임됐다. 1987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한 정 대표는 20년 이상 신세계그룹에서 일했다. 영화관을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 대표는 최병환 CJ CGV 전 대표가 부사장 직급으로 영입됐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신규 임원은 96명이며 승진자는 178명이다. 지난해 86명이었던 승진 규모를 훌쩍 넘어선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조직 개편으로 인해 계열사 책임경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