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인수 나선 대유위니아…식품업계 진출 배경에 촉각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제조기업 대유위니아그룹이 남양유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을 두고 업계 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남양유업은 한앤컴퍼니와의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주식과 경영권을 모두 넘겨줘야 해 대유위니아그룹의 인수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유위니아그룹과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등은 지난달 19일 조건부 경영권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대유위니아그룹은 같은 달 25일 남양유업 지분 인수 우선권을 조건부로 확보했다고 공시하며 양측의 계약 사실을 공식화 했다.
이번 계약은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한앤컴퍼니와의 법적 분쟁에서 승소할 경우 오너일가의 지분과 경영권을 대유위니아그룹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의 지분은 52%이며 매각 대금은 3200억원으로 책정됐다. 320억원의 계약금은 이달 중 지급을 마무리 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유위니아그룹은 지분 인수에 앞서 재무 및 회계 전문가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경영 정상화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법률 준수를 위한 컴플라이언스 체계 ▲대리점들과의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재무‧회계시스템 ▲고객 신뢰도 향상 등을 목표로 남양유업과 함께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강매 사건을 비롯해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투약, 불가리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 광고 등 잇단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후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으며 지난해 매출은 10년 만에 1조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 가운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던 한앤컴퍼니와의 갈등까지 더해지며 사실상 경영공백과도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홍 회장은 남양유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투자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이 같은 소식이 대유위니아그룹에도 흘러들어가며 관련 논의가 시작, 지난달 양측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다만 남양유업과 이미 SPA를 체결한 한앤컴퍼니에게 지분 인수 우선권이 있는 만큼, 대유위니아그룹의 인수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앞서 홍 회장은 한앤컴퍼니에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려 했지만 매수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 계약이이뤄졌다며 SPA 해제를 통보했다. 이후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의 주식 매각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일부 인용한 상태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제조기업 대유위니아그룹이 식품기업인 남양유업 인수에 나선 배경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의 기업가치가 하락한 지금을 인수 적기로 판단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이를 감안하더라도 지분 인수 권한 확보를 위해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계약에 나선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대유위니아그룹은 이종업종 간의 결합은 더 이상 드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자사의 글로벌 거점을 기반으로 한 남양유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 자동차부품 특화 기업으로 시작해 위니아만도, 동부대우전자 등을 인수, 기업 정상화와 함께 가전제품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선례도 있어 식품기업과의 융화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유위니아그룹 관계자는 “과거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식품기업 인수가) 이해되지 않겠지만, 코로나 확산 이후 이종업종 간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라며 “사업 다각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남양유업 인수를 검토해 계약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가전 부문의 경우 해외 20개 거점을 통해 100여개 국에 수출을 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K 푸드의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특히 딤채에서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매년 선호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가전과 식품의 연관성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조력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보면 된다”라며 “과거 적자 기업들을 인수해 정상화 시킨 노하우를 비롯해 재무, 회계, 경영, 물류 등의 경험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