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주도 산업단지 개발에 ‘절대농지’ 33만㎡ 사라진다

'농업진흥구역 10만평 해제' 진천 테크노폴리스 산단사업, 주민 반발 거세 농식품부, 지난달 예정지 내 농업진흥구역 해제 승인해 사업 추진 열어줘 태영건설 “농지 편입 부득이…산단 조성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 올해 지정계획 반영된 산단만 98곳 “절차간소화법 폐지 등 제도 정비해야”

2021-12-03     홍기원 기자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진천군과 태영건설이 주도하는 진천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조성사업이 대표적인 농지훼손 사례로 비판받고 있다. 해당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일거에 10만평에 달하는 농지가 사라지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충북 진천군 이월면 진천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예정부지 내에 있는 농업진흥구역 해제를 승인했다. 농업진흥구역은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에 의거해 상당한 규모로 농지가 집단화돼 농업목적으로 이용하는 게 필요한 지역을 뜻한다.

진천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는 충청북도가 지난 2019년 1월 산업단지 지정계획을 고시했으며 전체 면적은 77만4015㎡다. 총 사업비는 오는 2024년까지 약 1500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진천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개발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이 진천군청 앞에서 반대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진천 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반대대책위원회

이 중 농식품부가 농업진흥구역에서 해제한 면적은 32만8225㎡로 약 10만평에 달한다. 진천 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반대대책위원회 김기형 위원장은 “해제된 농업진흥구역 대부분이 논이다. 산업단지 예정부지에 속한 마을의 주민들도 대부분 농민”이라면서 “마을주민들은 산업단지 개발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게 됐으니 산업단지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천군농민회 회장이기도 한 김 위원장은 “농업진흥구역은 농업 진흥을 목적으로 하기에 타 용도로의 전용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정부에서 예산을 들여 농업기반시설을 갖췄는데 지방자치단체가 농지 전용에 앞장서는 게 용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대대책위는 지난달부터 매일 진천군청 앞에서 산업단지 개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농업진흥구역은 과거엔 ‘절대농지’라 불렀을 정도로 중점적으로 보존하는 농업기반이다. 농식품부도 그 중요성만큼 심사숙고 끝에 농업진흥구역 해제를 승인했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농지과 관계자는 “부지면적도 줄이고 산업단지가 충북도 농축산물을 소비하는 농식품클러스터로 일정부분 기여하도록 유도했다”면서 “해당지역에 산업단지 수요가 늘면서 되려 난개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충북도 차원에서 농업진흥구역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게끔 여러 조건을 걸어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충북도는 지난달 12일 “사업대상지는 고속도로와 인접하고 국도 17호선 및 지방도와 접해 진천군의 광역교통체계를 활용할 수 있는 최적화된 지역으로 분석된다. 산업 및 물류시설의 집적화를 통해 유통비용·시간·에너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산업단지계획 승인을 고시했다. 해당 산업단지 조성사업은 곧 토지소유주와 보상을 논의하는 단계로 접어들 예정이다.

진천군 투자전략실 관계자는 “오리온이 진천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 물류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인근과 연계한 농식품클러스터 단지로 조성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토지 보상뿐 아니라 거주 주민들의 생계대책도 논의하려 한다. 반대하는 주민들과 장기적인 시각에서 계속 대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태영건설은 해당 산업단지 조성으로 지방세수 확보, 기업 유치 등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역경제 발전을 내세우고 있다.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국비를 지원받아 교통관문 중 하나인 북진천 IC 및 IC접속도로 확장도 가능할 것이라는 심산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진천군은 농업진흥구역이 70%인 지역 특성으로 개발 시에 농지 편입이 부득이하다”고 사정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와 3년여 동안 대체 가용지를 검토하고 농지 일부를 제척하는 방안 등을 협의했다”면서 “면밀한 검토로 농업진흥구역을 해제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또, 주민들의 반대에 대해선 “지역기관장들과 대다수 주민들이 농식품부에 조속한 개발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반대하는 주민들도 점차 필요성을 이해하고 찬성으로 선회하고 있다”라며 “유수한 기업을 입주시켜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을 드리는 걸로 보답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진천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토지이용계획도 ⓒ진천군청

진천군과 태영건설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추진하기로 계획하고 진천군이 20%, 태영건설은 80%의 지분을 보유하기로 했다. 민관개발이라지만 다수 지분은 태영건설이 갖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 지정된 산업단지는 올해 2분기 현재 1246곳이며 면적은 14억4141만㎡에 달한다. 올해에만 산업단지 98곳이 지정계획에 반영됐으며 충북만 11곳이나 된다. 이처럼 산업단지가 난립한 계기로는 2008년 6월 제정된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산단절차간소화법)의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승수 변호사가 설립한 공익법률센터 농본은 지난달 정책브리핑을 통해 “농촌지역에 추진되는 산업단지로 인해 농지의 대규모 훼손 우려가 크다”면서 “산단절차간소화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로도 충분히 산업단지를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본은 “산업단지를 추진하는 SPC의 다수 지분은 민간기업들이 소유해 개발이익 대부분이 민간기업에게 돌아가는 형태다. 그런데도 관련법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토지수용까지 할 수 있다”면서 “민간기업의 이윤추구 수단이 된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토지수용권까지 부여하는 건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실태조사와 법제도를 정비하는 게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